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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평점은 높지 않다. 관객의 평가는 극과 극이고, 전문가들은 대부분 고개를 젓는다. 미국의 최대 영화 데이터베이스인 IMDB의 평점은 10점 만점에 6점대다. "말도 안되는 플롯에 시각적으로 형편없는 영화, 나무처럼 뻣뻣한 캐릭터, 어리석은 대사들 뿐"(영화평론가 로저 에버트)이라는 혹평까지 나왔다. 국내에서도 6, 7점대에 머물고 있다. 결국 평점은 별로인데 흥행은 초대박이다. 왜 그럴까.
형님들이 있잖아
'트랜스포머3'은 전편의 후광을 등에 업고 있다. '트랜스포머'는 1편이 국내에서 743만명(2007년), 2편이 744만명(2009년)을 기록했다. '아바타'(1335만명) 이전까지 국내 개봉 외국영화 흥행 1, 2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3편은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완결편이다. 속편답게 전편보다 더 크고, 더 세고, 더 화려한 영상을 선보인다. 기대감이 높지 않을 수 없다. 1, 2편의 흥행 덕분에 충성도가 높은 관객이 많다. 예매율이 한때 95%를 넘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점유율도 85%에 이른다. 완벽한 독주 체제다.
시기적으로 방학을 앞두고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12세 관람가여서 초등학생까지 끌어들일 수 있다.
마케팅의 힘
'트랜스포머'의 국내 배급사는 CJ다. 그런데 CJ는 직전까지 배급했던 '써니'와 '쿵푸팬더2' 대신 과감하게 '트랜스포머3'을 선택했다. 스크린 수를 개봉 첫날 1118개에서 1280개, 1368개 관으로 늘렸다. 물론 관객의 폭발적인 반응 덕분이다. '써니'와 '쿵푸팬더2'의 관객 확장성이 떨어질 시점이라는 시기적 요인도 작용했다. 현재 영진위에 등록된 국내 스크린 수는 2229개다. '트랜스포머3'가 전체 스크린의 61%를 차지하고 있다. 결국 극장에서 영화를 선택할 때 "'트랜스포머3'이냐 아니냐"로 단순화된다.
국내에서는 '괴물'이 620개 스크린에서 개봉하면서 독과점 논란이 일어났고, '아바타'는 991개 관에서 개봉했다.
볼거리가 많잖아
영화 자체의 힘을 무시할 수 없다. 현란하고 속도감 넘치는 로봇 액션이 압권이다. 게다가 시리즈 최초로 3D영상으로 제작돼 입체감이 뛰어나다. 오토봇과 디셉티콘의 치열한 대결, 범블비의 3단 변신, 윙 수트를 입고 인간새로 변신한 군인들의 비행 등이 대표적이다. 후반 30분 동안 시카고 도심에서 벌어지는 최후의 전면전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아바타'의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도움을 줬다.
어디까지 갈까
현재는 적수가 없다. 독주 체제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써니'와 '쿵푸팬더2'는 확실히 힘이 빠진 모습이다. '풍산개'가 인기를 얻고 있다지만, 100만 관객 돌파도 장담할 수 업다. 다른 영화의 예매율은 1% 안팎에 불과하다.
최대 강적은 13일 개봉하는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2'다. 2001년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부터 시작된 대장정의 완결편이다. '해리포터'는 전세계에서 60억달러의 흥행 수익을 올린 사상 초유의 빅히트작이다. 국내에서도 총 2410만명을 동원해 시리즈 영화 최다 관객을 기록하고 있다. 미국에서의 특별 시사회 반응도 호의적이라고 전해진다. 시리즈 최초로 3D로 제작됐다.
21일 동시 개봉하는 한국영화 '고지전'과 '퀵'도 '트랜스포머3'이 넘어야 할 큰 산이다. 두 영화 모두 100억원 안팎의 제작비가 들어간 블록버스터다. 역시 21일 개봉하는 '카2'도 복병이다.
국내에서 평점과 흥행이 극단적으로 엇갈린 대표적인 영화는 '디 워'(2007)다. 심형래 감독이 연출한 '디 워'는 전문가들의 혹평을 뚫고 840만 관객을 동원했다. 심 감독 개인의 마케팅 능력과 사회적 논란이 큰 역할을 했다. '트랜스포머3'은 거대 자본의 힘이 뒷받침되고 있다. 하지만 기대 이하의 스토리, 단순 반복되는 전투 장면의 단조로움 등 작품 자체의 단점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다. 임정식 기자 dad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