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디자이너 장과장` 홍록기 "내 패션은 역사다"

홍록기. 사진=최문영 기자 [e-mail]

"옷은 역사다. 별의별 옷을 다 입어 본 뒤 지금의 내 스타일을 찾은 거다."

그러고 보면 뭐든 호언장담하고 오리발을 내미는 그렇지만 결코 밉지 않은 장기홍 캐릭터도 홍록기에게 딱 맞는 옷이 아닐까.

대학에서 연극을 전공하고 뮤지컬 무대에도 오른 홍록기가 다소 의외이긴 하지만 KBS2 '동안미녀'를 통해 데뷔 18년만에 처음으로 TV 드라마 출연을 감행했다. 극중 직업이 패션 디자이너다. 연예계 소문난 패셔니스타인 홍록기에겐 드라마 촬영이 곧 일상처럼 느껴질 법하다.

"못생겼는데 옷잘입는 캐릭터, 딱 저죠"

"'못생겼는데 옷 잘입는 캐릭터'가 필요했는데 제작진이 처음부터 저를 염두에 두셨대요. 나이 때문에 망설였지만 결국 '홍록기 만한 사람 없더라'라는 결론에 이른거죠."(웃음)

자신의 전공분야를 연기하는 기분은 어떨까. 홍록기는 "드라마에선 클래식한 남자 수트인데 밝고 화사한 톤을 고집한다. 브라운관에선 실제보다 과하게 입고 나와도 나쁘지 않더라"라며 "스타일리스타가 옷을 거의 준비해준다. 평소 스타일 대로 입고 나오는 거다"라고 말했다.

그는 "내가 옷을 잘 입는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다만 옷을 좋아할 뿐이다. 청바지에 티셔츠 하나 걸쳐입고 팔찌 하나 찼을 뿐인데도 스타일이 멋진 사람들이 있다. 티 안나게 잘 입는 사람이 진정 옷잘 입는 사람이다"라며 "1~3등급으로 분류한다면 나는 한 1.2등급 정도 되지 않을까"라며 웃었다.

연기 경험이 전혀 없지 않은데도 그에겐 드라마 현장이 낯설게 느껴질 때도 있다.

"뮤지컬 공연은 계속 이어지지만 드라마는 중간에 끊고 다음 감정을 잡아야 할 때가 많아요. 관객과 카메라를 바라보는 시선과 각도로 다르죠. 드라마에선 '이건 좀 과하지 않나' 하면서 한 연기가 되레 자연스럽게 그려지더라구요. 배우들도 묵히다보면 자기 것이 되듯 시간이 지나면서 장기홍 만의 스타일이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감독님도 이제는 현장에서 '장기홍처럼 연기해달라'라고 주문하세요."

홍록기. 사진=최문영 기자 [e-mail]

웨딩업체 CEO 변신 "인간미 있는 사업가 될래요"

연예계 마당발로 알려진 그는 최근 웨딩 사업에 뛰어들었다. '나우웨드'라는 웨딩 컨설팅 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그는 "매니저의 결혼을 준비해준 플래너 분과의 인연으로 사업을 시작하게 된 것"이라며 "사후 관리를 철저히 해주는 인간미 있는 토탈 웨딩 컨설팅 회사로 키워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드라마가 끝나면 웨딩 서비스를 받은 커플들과 커뮤니티 모임을 통해 영화를 함께 관람할 계획을 세웠다.

1993년 SBS 2기 공채 개그맨으로 연예계에 데뷔한 그는 이동우, 김경식, 이웅호, 표인봉과 함께 틴틴파이브로도 활동하며 큰 인기를 누렸다. 데뷔 20주년을 기념해 이들과 함께 공연을 꾸밀 계획을 갖고 있다는 그는 최근 절친인 이동우가 시력을 상실하는 아픔을 겪은 것에 대해 묻자 애써 담담하게 대답했다.

"동우는 이미 자신의 터널에서 빠져 나왔어요. 주위의 시선이 오히려 그를 더 힘들게 할 수 있어요. 주변에서 그를 더욱 밝게 대할 필요가 있죠. 그래서 전화가 오면 우린 욕부터 해대요.(웃음)"

올해 43살로 결혼 적령기를 한참 넘긴 그는 "어릴 적엔 결혼을 안 하는 거라고 생각했지만 요즘엔 못하는 거다. 나이에 비해 철이 덜들어 일찍 결혼했으면 아마 결과가 안 좋았을 수도 있다고 본다"라며 "아직까지 사람을 못만났을 뿐이다. 마음의 준비는 돼 있다"고 털어놨다.

인기의 부침도 있었지만 18년간 묵묵히 방송활동을 해온 홍록기는 "우스운 사람이 아닌 웃기는 사람이고 싶다"며 "팬들에게 즐거운 기억들을 남길 수 있는 추억이 있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김명은 기자 [e-mail]

홍록기. 사진=최문영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