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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자체도 안개를 닮았다. 서사도, 인물도 안개 입자들처럼 흩어져 있다. 선뜻 다가오지 않고 머뭇거린다.
이야기는 단순하다. 준일은 자기 스타일의 음악을 하겠다고 기획사의 제의를 뿌리친다. 그는 카페에서 우연히 헌일의 음악을 듣고 매력을 느낀다. 헌일은 클럽이나 카페에서 여러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하며 산다. 준일은 자신의 음악을 들려주고, 밴드를 만들자고 제안한다. 여기에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모델 일도 하는 현재가 합류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야기를 풀어가는 연출 방식이다. 영화는 인물들의 고달픈 사연도, 방황하는 내면도 구체적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플롯도 아주 느슨해서 기승전결의 극적인 긴장감도 없다. 그래서 헐겁고 단조롭게 느껴진다. 이 어눌한 이야기의 틈을 음악이 채운다. 세 음악 청년이 직접 연주하고 노래하는 10곡의 모던 록이다. 이 노래들은 그 자체가 대사이자 이야기가 된다. '메이트'의 노래를 일반 영화처럼 배경으로만 생각하면, 영화의 제 맛을 느낄 수 없다.
'플레이'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다. 2007년 국내에서 큰 인기를 얻었던 아일랜드 음악영화 '원스'와 관련돼 있다. '원스'가 이례적으로 흥행에 성공하고 음반의 인기도 높아지자 영화 속 밴드 '스웰시즌'이 내한공연을 했다. 이때 무명밴드가 공연장에서 버스킹(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관객이 있는 곳을 찾아가는 공연)을 했고, '스웰시즌'의 즉흥적인 제안으로 공연 무대에 서게 됐다. 그 무명밴드가 '메이트'다.
'원스'는 거리에서 노래하는 가난한 남자와 그의 음악을 이해해 주는 한 여자가 주인공이다. 그들이 음악을 통해 사랑을 느끼고 꿈을 이뤄가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플레이' 역시 음악과 사랑, 꿈과 열정이 녹아있는 영화다. 두 영화의 인연이 새삼스럽다.
영화의 만듦새는 사실 정교하지 않다. 저예산 영화의 가난함도 곳곳에서 묻어난다. 서사나 인물의 내면이 좀 더 두텁고 짜임새가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다. 아마추어 배우들의 연기는 풋풋하지만, 반대로 몰입을 방해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도 영화에는 가슴을 따뜻하게 적시는 여운이 있다.
최근 국내 극장가에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홍수처럼 밀려왔다. 여름 성수기를 맞아 다른 대작들도 기다리고 있다. 화려하고 세련된 화면, 수천만 달러를 투입한 시리즈물이다. 그러나 이런 할리우드 영화에 지쳐 있다면, '플레이'에도 한번쯤 눈길을 돌릴만 하다. 투박하기는 하지만 그것이 또한 매력이기도 하다. '플레이'는 눈이나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느끼면서 볼 수 있는 영화다. 엔터에인먼트팀 dad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