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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최초 음모론'이란 거창한 장르의 영화가 나왔다. 누구나 예상은 하지만 진실은 알 수 없었던 '정부 위의 정부'의 실체에 대한 궁금증이 해소될 것 같은 기대감으로 영화를 시작한다. 하지만 막상 영화의 실체는 '기자'에 관한 스토리라고 해야 정확하다. 많은 영화가 그렇듯 이런 정부와 사회 속 권력과의 싸움에서 주인공의 직업은 형사거나 기자 혹은 검사다. 주인공 이방우 기자를 연기한 배우 황정민은 영화 '부당거래'에서는 형사를 '모비딕'에서는 기자를 연기 했다. 그래서 두 영화는 비슷한 듯 보이지만 '부당거래'는 싸움의 주인공들이 표면 위로 여실히 드러나는 반면 '모비딕'에서는 암흑속의 존재로만 나타날 뿐이다. 황정민은 형사와 기자는 달라보여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고 연기했다고 하니 그 차이도 기대가 되었다.
영화가 끝나고 두 가지 의문이 남았다. '과거에 핸드폰이 없던 시절에 어떻게 살았을까'와 '그래서 도대체 정부위에 정부는 뭐하는 사람들인가'다. 다행히 기자간담회에서 이 두 가지의 답을 들을 수 있었다. 박인제 감독은 아날로그 시대 과거의 이야기에 흥미를 느껴서 시점을 그 당시로 잡았다고 한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핸드폰만 있었어도' 란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만큼 현재의 시점에선 공감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둘째로, 음모론의 정체를 끝까지 파헤친다면 그 음모는 끝나는 것이기 때문에 결국 그렇게 노력하던 이방우도 큰 고래의 일부분밖에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역시나 이 영화는 음모론보다는 기자의 사명감 정도가 주제에 더 적합하다고 본다. 음모론의 궁금증은 시원하게 해소되진 않았지만, 전체적으로톡 쏘진 않아도 충분히 목을 축일 수는 영화다. 김윤경 청룡시네마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