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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서울 삼성이 울산 현대모비스에 또 고춧가루를 뿌렸다.
딱히 관전포인트가 붙은 관심 매치는 사실 아니었다. 6위 현대모비스는 이미 12시즌 연속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한 상태였고 삼성은 여전히 최하위다.
이런 두 팀의 경기에서 굳이 동기부여 요인을 찾는다면, 현대모비스에겐 마지막 복수전이, 삼성은 '고춧가루 부대'의 자존심이 걸려 있었다.
삼성은 이날 경기 전까지 9위 안양 정관장(15승33패)과 3.5게임 차여서 '탈꼴찌' 희망을 아직 남겨놓은 상태다. 3시즌 연속 최하위로 시즌을 마감하는 수모라도 피하는 게 마지막 소망이다.
대단하지는 않지만 두 팀의 이런 '동상이몽' 때문일까. 두 팀은 초반부터 제법 치열하게 충돌했다.
현대모비스는 부상 회복 뒤 몸 상태를 끌어올리는 중인 옥존, 케베 알루마, 최진수가 엔트리에서 빠졌지만 게이지 프림이 든든하게 버텨준 덕에 코피 코번을 앞세워 맹렬히 달려들던 삼성을 제어했다.
18-18로 1쿼터를 마친 삼성은 2쿼터 들어 코번의 골밑 장악력을 높이고 이정현의 능숙한 리딩을 앞세워 현대모비스를 당황케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현대모비스도 프림의 고군분투에 장재석의 골밑 가담을 높이면서 좀처럼 기선을 빼앗기지 않았다.
38-36, 삼성의 박빙 우세로 시작된 3쿼터부터 두 팀은 맹렬하게 충돌했다. 난타를 주고 받듯, 현대모비스가 쿼터 초반 맹추격으로 45-40으로 앞서 나가자 삼성이 곧바로 반격에 나서 재역전, 54-45까지 달아났다. 리바운드 경쟁에서 삼성의 투지가 더 강했다.
현대모비스의 재반격에도 흔들림없는 수비로 잘 버틴 삼성은 홍경기의 쿼터 버저비터로 9점 차 리드를 지키는데 성공하는 등 짜릿함까지 선사했다. '고춧가루' 삼성의 짜릿함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패색이 짙어가던 4쿼터 막판 이정현의 버저비터로 82-82, 연장으로 몰고 간 것. 보기 드문 연속 버저비터에 잠실 열기는 극에 달했다.
삼성의 기세는 연장에도 이어졌다. 삼성은 연장 종료 0.9초 전 이정현의 3점 위닝샷을 앞세워 끝까지 만세를 불렀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