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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창원 LG가 파죽의 6연승을 질주했다.
올 시즌 세 번째 '쌍둥이 더비', 종전 두 차례 대결과는 다른 분위기였다. 1, 2라운드에서 '아우 먼저, 형님 먼저' 1승씩 나눠가진 터라 본격적으로 우열을 가려야 하는 시기가 왔다.
무엇보다 최근 두 팀의 페이스에서 사실상 극과 극이었다. 형님 조상현 감독의 LG는 2라운드 10경기 중 무려 9승(1패)을 챙기는 등 최근 5연승으로 이른바 잘 나가는 중이다. 선두 DB의 강력한 '추격자'로 떠오르기까지 했다.
경기 시작 전, '도전자' 입장인 조동현 감독은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을 예고했다. "LG는 수비력이 좋은 팀이다. 이런 팀을 상대로 공격 위주로 갔다가는 먹혀들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우리도 강력한 수비전술로 대응하겠다"면서 "먼저 수비가 잘 돼야 우리가 원하는 달리는 농구가 가능하다"고 했다.
흔히 축구에서는 '수비축구'를 하면 득점이 적어지고 재미도 반감된다고 하지만, 농구는 좀 다르다. 굿디펜스 이후 속공 역습, 리바운드에 이은 연계 플레이 등 공-수 전환이 한층 빨라져 보는 재미가 배가되는 경우가 더 많다.
이날 두 팀의 대결이 그랬다. 1쿼터부터 뜨겁게 부딪혔다. 특히 '젊은피'들의 장군멍군이 볼 만했다. 조상현 감독은 활동량과 스피드로 현대모비스의 수비 대응에 균열을 주기 위해 유기상 양준석을 선발로 낸 효과를 봤다. 2001년생 동갑내기인 둘은 1쿼터 초반부터 LG의 장점인 외곽포를 십분 살려낸 것은 물론 가드임에도 빠른 위치 선정으로 리바운드에 적극 가담하며 기선제압에 앞장섰다.
어느새 5분여가 지났을 때 스코어는 22-10으로 벌어졌다. 그러자 조동현 감독은 또 다른 '맞불'을 놓듯, 김지완 대신 같은 22세 박무빈을 투입했다. 박무빈은 "나도 있다"고 시위를 하듯, 내·외곽을 휘저으며 '분위기 체인저'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 덕에 현대모비스는 25-27로 따라잡은 채 1쿼터를 마친 것까지는 좋았지만 2, 3쿼터 고전을 면치 못했다.
수비를 잘 해놓고 이어진 트랜지션 플레이를 살리지 못한 게 뼈 아팠다. 공격에서의 마무리가 계속 엇나갔고, 필요할 때 외곽포를 살렸던 LG와는 정반대인 경우가 속출했다.
운명의 4쿼터, 코트는 다시 불을 뿜었다. 한때 7점 차로 뒤져 있던 현대모비스가 연속 외곽슛으로 1점차 역전에 성공하면서다. 이후 숨가쁜 공방전이 이어졌다. 현대모비스가 추격하려고 하면 주무기인 외곽포로 찬물을 끼얹던 LG는 결국 외곽 한방으로 혈투를 잠재웠다. 81-79로 쫓기던 경기 종료 49.1초 전, 양홍석의 3점슛이 위닝샷이었다.
울산=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