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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난→사퇴 예고' 男 농구대표팀 명단 후폭풍, 감정 싸움만 남았다

김가을 기자

기사입력 2021-01-24 16:31


김상식 감독(오른쪽)이 19일 이천 LG챔피언스파크에서 열린 2020~2021 KBL D리그 2차대회 울산 현대모비스와 인천 전자랜드의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제공=KBL

[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2021년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 예선 최종명단 후폭풍이 거세다. 김상식 대한민국 농구대표팀 감독은 사퇴를 '예고'했다. 앓아누운 추일승 대한민국농구협회 경기력향상위원회 위원장 역시 사퇴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내달 15일부터 23일까지 필리핀에서 열리는 FIBA 아시아컵 예선에 출전한다. 프로농구 시즌 중 열리는 국제대회. 한국프로농구연맹(KBL)은 2월12일부터 23일까지를 A매치 휴식기로 잡았다. 변수는 코로나19. 해외 입국자는 방역 지침에 따라 귀국 후 2주 자가 격리를 해야 한다. 대표팀에 다녀온 선수들은 3월 초까지 코트에 나설 수 없다. 시즌 후반기 판도에 큰 변수가 될 수 있다. 일각에서 프로 2~3년 차 선수들을 주축으로 팀을 꾸릴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 이유다.

뚜껑이 열렸다. 협회는 김종규(원주 DB) 이승현(고양 오리온) 허 훈(부산 KT) 등 각 팀 에이스를 불러 들였다. 이제 막 부상에서 돌아온 전준범(울산 현대모비스) 안영준(서울 SK)도 이름을 올렸다. 부정적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시즌 중에 왜 정예 멤버를 뽑았나', 'KBL 10개 팀 형평성이 맞나' 등 비판이 이어졌다.

김 감독은 "코로나19 특수성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만약을 대비해 풀 전력, 프로 2~3년차 주축, 상무-대학 주축, 대학 선발 등 네 가지 버전으로 명단을 준비했다. 프로, D리그를 돌며 선수들을 점검했다. 대학 선수들도 긴밀히 소통하며 상태를 확인했다. 선수 구성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경향위와 협의를 통해 진행한다. 경향위에서 국제대회에 나가는 만큼 프로 선수들을 선발하자는 쪽으로 의견을 냈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과 경향위는 리그를 최대한 배려하면서도, 대표팀 경쟁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대표팀 정예'라는 원칙에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KBL 리그에 최대한 도움이 되는 방법이 각 팀 1명 선발과 상무, 대학 각 1명이었던 셈이다.

최종 명단에 의견이 분분하다. KBL 일부 감독은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순위 싸움이 치열한 시즌 막판인 탓에 더욱 예민하다. 김 감독은 "신뢰를 잃었다"며 대회 뒤 사퇴를 예고했다.

코로나19로 그 어느 때보다 변수가 많은 상황에서 소통 부재가 낳은 촌극이다. 대표팀은 협회에서 진행하지만, 대표팀 선수 대부분은 KBL 소속이다. 코로나19, 시즌 중이라는 상황을 더욱 진지하게 고려했다면 협회와 KBL의 밀접한 소통이 필요했다.

비슷한 예가 있다. 23세 이하 축구대표팀은 지난해 11월 이집트 친선대회를 앞두고 K리그2(2부 리그) 플레이오프 일정을 고려해 선수를 선발했다. 대한핸드볼협회는 대학 선발로 세계선수권에 출전했다. 물론 축구는 친선경기였다. 핸드볼은 대표팀과 리그 운영이 사실상 단일화 돼 있다. 농구대표팀과 동일선상에서 똑같이 비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서로 의견을 조율하며 결론을 도출했다는 점에서는 충분히 박수 받을 만하다. 이번 농구 대표팀 사태와는 180도 다른 모습이다.


김 감독은 "논란이 되고 있다. 공정하게 선수를 선발했다. 하지만 앞으로 선수를 선발할 때 논란이 발생하고, 그에 대한 설명을 해야 한다면 명단을 꾸리지 못한다. 신뢰가 떨어진 상황에서는 더 이상 할 수 없다. 이번 대회를 끝으로 그만 둘 생각"이라고 말했다. 추 위원장은 "몸 상태가 좋지 않아 통화가 어렵다"며 정중히 말을 아꼈다. 코로나19 시대 소통의 부재. 결국 감정 싸움만 남았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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