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뒤늦게 떠난 아노시케, 그를 감동시킨 KCC의 작별선물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20-04-07 05:30


KCC 아노시케.



[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마스크 전도사가 되려나…."

KCC 구단 직원들은 지난 2일 그 어느 때보다 아쉬운 작별을 했다. 이들의 마음을 또 '짠'하게 만든 이는 외국인 선수 오데라 아노시케다.

KCC는 현재 고향이 대구인 팀 매니저의 귀향을 미루도록 할 정도로 코로나19 예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019∼2020시즌 조기 종료로 인해 선수단, 직원 모두 조기 휴식기를 얻어 해산한 게 프로농구의 현 상황이다. 하지만 KCC의 팀 매니저는 '사회적 거리두기'와 함께 주변에 불안감을 주지 않기 위해 대구 고향집으로의 귀향을 미루고 나홀로 숙소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

이 정도로 코로나에 민감한 상황에서 아노시케의 '뉴욕행'을 바라봐야 했던 KCC 직원들이다. 원래 아노시케는 지난달 24일 시즌 조기 종료 결정이 난 뒤 곧바로 출국해야 했다. 아노시케의 집이 하필 뉴욕이었다.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된 미국에서 확진자와 사망자가 가장 많아 '공포의 땅'으로 불리는 곳이 뉴욕이다.

아노시케는 허리 부상 치료도 겸할 겸 1주일 정도 더 머물다가 귀가할 수 있도록 허락해달라고 구단에 요청했다. KCC 구단도 대체 용병으로 한국에 와 달랑 1경기 뛰고 돌아가야 하는 아노시케의 사정이 너무 딱해 텅 빈 클럽하우스 방을 내주고 보살펴줬다.

그동안 숙소에 남아 가족과 간간이 연락을 하던 아노시케도 결국 가족이 눈에 밟혔던 모양이다. 미혼이지만 부모-형제가 뉴욕에 사는 아노시케는 "나 혼자만 무사하다고 마음이 편치 않다. 고향 가족이 걱정돼서 이젠 돌아가야 할 때"라며 2일 출국을 결심했다.

KCC는 그런 아노시케를 위해 작은 선물을 준비했다. KCC 구단 관계자는 "3월 초 휴식기 때 미국 갔다오는 휴가를 받았던 아노시케가 휴가 복귀할 때 코칭스태프를 위해 티셔츠 선물을 사오더라. 외국인 선수가 휴가 선물을 사오는 건 처음 봤다"고 말했다. 그렇게 마음 씀씀이도 기특했던 아노시케가 코로나 위험지역으로 떠나는데 그냥 보낼 수 있나.

구단이 준비한 것은 마스크 수십장과 대용량 손소독제 2통이었다. 금액으로 치면 '작은 정성' 정도였다. 하지만 아노시케의 반응은 사뭇 달랐단다. 진정으로 감동-놀라움의 표정을 짓더니 몇번이고 감사 인사를 하더란다.


아노시케 입장에서는 그럴 만했다. 한국에 머물면서 마스크의 위력을 절감한 것이다. 사실 미국은 코로나19가 '팬데믹' 상황인데도 아직도 마스크를 꺼리는 문화가 팽배하다. 아노시케 역시 그런 미국 문화에 익숙했다. 그러다가 한국에서 귀한 현장 체험을 한 셈. 그동안 KCC 클럽하우스에서 '슬기로운 숙소생활'과 뉴스를 접하면서 한국 의료진의 코로나 위기 극복 능력이 얼마나 뛰어난지, 그리고 마스크가 개인위생의 일등공신이었다는 사실을 체험했다.

결국 아노시케도 마스크 예찬론자가 됐다. 아노시케는 "한국에 머물면서 마스크를 쓴 덕분에 무사했던 것 같다. 미국은 그렇지 않은데 마스크를 쓰면 좋다는 얘기를 해줘야겠다"며 환한 웃음으로 화답했다고 한다. 아노시케 입장에서는 구단이 제공한 마스크-소독제 선물이 자신의 생명을 지켜주는 것 이상으로 다가왔던 모양이다.

아노시케는 "그동안 한국 선수들이 항상 환영하는 표정으로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 게 기억난다. 정말 감사했다"면서 "코로나19로 힘든 상황 속에서 너그럽게 체류 연장을 허락해 준 KCC 구단주와 단장께도 감사한 마음 잊지 않겠다"는 말을 남기고 마스크를 착용한 채 '먼길'을 떠났다고 한다.

KCC 관계자는 "그동안 아노시케의 반응을 돌이켜 볼 때 미국으로 돌아가면 마스크 착용 전도사가 될 것 같은 분위기였다. 혹시 뉴욕에 마스크 착용 시민이 늘어나거든 아노시케가 생각날 것 같다"면서 "짧은 인연이지만 부디 건강하게 위기 극복해서 선수생활 잘 이어가길 바란다"며 헛헛한 목소리를 감추지 못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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