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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장인 수준' 추일승의 외인 농사 또 잭팟 예감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8-10-15 11:23


사진제공=KBL

이 정도면 외국인 선수 뽑기 장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수 있다.

고양 오리온 오리온스 추일승 감독이 다시 한 번 잭팟을 터뜨릴 조짐이다.

오리온은 14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8~2019 SKT 5GX 프로농구 시즌 첫 경기에서 강호 안양 KGC를 97대89로 물리치며 스타트를 잘 끊었다. 주포 허일영이 부상으로 뛸 수 없어 전력이 약화됐으나, 데릴 먼로-제쿠안 루이스 두 외국인 선수가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여주며 승리를 따낼 수 있었다.

손가락 부상에도 공-수 맹활약한 최진수, 경기 후반 결정적인 3점슛을 성공시킨 한호빈과 최승욱 등 수훈 선수들이 많았지만 MVP는 단연 먼로였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새롭게 KBL 무대에 뛰어든 먼로는 28득점 17리바운드 9어시스트라는 엄청난 기록으로 팀을 이끌었다. 어시스트 1개만 더 추가했다면 KBL 데뷔전에서 트리플더블을 기록하는 역사를 쓸 뻔 했다.

기록도 기록이지만, 앞으로 이 활약이 꾸준히 이어질 것 같은 느낌을 준 게 중요하다. 먼로는 1m97의 센터로 86년생, 32세다. 이번에 한국에 온 외국인 선수들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다. 폭발적인 운동 능력은 없지만 공을 잡았을 때 자신이 뭘 해야하는지 아는 영리한 스타일이다. 동료에게 적극적으로 찬스를 만들어주면서도, 자신이 공격을 해야할 때는 돌파와 미들슛을 가리지 않았다. KGC전에서 먼로가 동료들에게 뿌려주는 킬패스에 이은 득점이 연달아 나오자 탄성이 터져나왔다. 2대2, 픽앤롤 플레이 모두에 능숙했다. 추 감독은 "먼로가 골밑쪽으로 뿌려주는 패스가 너무 좋으니, 선수들이 알아서 골밑에 찾아 들어간다"며 기뻐했다. 승부처인 4쿼터에서는 해결사 역할에 집중했다. 추 감독은 "먼로에게 팀 중심을 잡아달라는 주문을 했는데 잘해줬다"고 했다. 실제 먼로는 경기 중간중간 동료들에게 고함을 치며 팀 정비를 이끌었다.

루이스도 앞으로의 활약을 기대케했다. 첫 선을 보이는 무대여서 그런지, 너무 의욕적으로 하다 혼자 실책을 10개나 저질렀다. 추 감독도 이 문제를 경기 후 지적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빠르고, 개인 기술이 매우 좋은 스타일이었다. 외곽슛도 정확했다. 3점슛을 3개 던져 모두 메이드 시켰다. 4쿼터를 통째로 쉬고도 21점을 넣었다. 그리고 혼자 이기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동료들에게 찬스를 만들어주는 걸 즐겼으며 그 과정에서 화려한 패스를 해 볼거리까지 제공했다. KGC 랜디 컬페퍼와의 화력 맞대결은 농구팬들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추 감독은 "전지훈련 연습경기에서도 첫 3경기는 구름 위에 떠다니듯 하더니 이후 좋아지더라. 경기를 치르면 점점 나아질 거라고 본다"고 밝혔다.

추 감독은 2000년대 중반 부산 KTF 감독으로 프로에 데뷔해 애런 맥기, 게이브 미나케, 필립 리치 등 수준급 외국인 선수들을 선발하는 능력을 보여줬었다. 오리온 감독 취임 후에도 트로이 길렌워터, 조 잭슨, 버논 맥클린, 저스틴 에드워즈 등 다른 팀이 찾지 못하는 뛰어난 외국인 선수들을 뽑았었다. 단신 제도 도입 후 최고 스타였던 조 잭슨 카드로 2015~2016 시즌 감독 인생 첫 우승의 꿈을 이루기도 했다.


올해 자유계약으로 외국인 선발 제도가 바뀌며 추 감독의 능력이 더욱 빛을 발할 것으로 전망됐는데, 일단 첫 경기를 통해 본 느낌은 성공적인 분위기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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