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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분석] 공포와 악몽 kt 4쿼터, 그리고 김영환 딜레마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8-01-27 18:14 | 최종수정 2018-01-27 18:14


사진제공=KBL

김영환 딜레마.

부산 kt 소닉붐이 또 졌다. kt는 27일 창원 LG 세이커스와의 홈경기에서 72대75로 패했다. 5연패. 5승33패다.

LG전, 또 4쿼터였다. 다 이겼다고 생각한 경기 막판에 뒤집혔다. 24일 원주 DB 프로미전도 마찬가지였다. 다 잡은 대어였다. 하지만 마지막 집중력 싸움에서 밀리며 92대93 1점차 석패를 당했다.

이제는 '당연히 4쿼터에 역전패하겠지'라고 생각해도 무방할 정도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조금만 더 신경쓰면 이기는 경기가 늘어날 것 같은데도 계속 비슷한 패턴의 패배가 반복된다는 건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한다.

질 때마다 패배의 결정적 원인이 다르겠지만, 양상은 비슷하다. 3쿼터까지는 젊은 선수 위주로도 해보고, 다양한 작전을 쓰며 경기를 잘 풀지만 4쿼터 되면 늘 똑같다. 주장 김영환이 풀타임을 소화하고 계속 진다.

김영환이 혼자 못해서 패하는 건 아니다. 분명 선수 기용과 전술에 문제가 있다. 김영환은 kt에서 가장 고연봉자고, 믿을 수 있는 스코어러다. LG전 20득점을 했다. 그러나 기복이 있다. LG전 이전 3경기 한자릿수 득점에 그쳤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혼자 득점을 하는 '해결사' 스타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1m96의 김영환은 같은 포워드 라인에서 미스매치를 발생시키고 3점슛이 정확하다. 왼손잡이라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냉정히 보면 캐치 앤 슈터 스타일이다. 공 없는 움직임을 갖고 빈 공간을 찾아 패스를 받아 3점을 던지는 게 가장 좋은 활용법이다. 하지만 kt의 4쿼터 공격을 보면 김영환에게 지나치게 몰린다. LG전만 봐도 계속해서 미스매치가 발생하는 김영환쪽으로 공을 몰아주는데, 김영환이 해결을 하지 못했다. 돌파, 포스트업 기술이 슛보다 떨어지기 때문이다. kt의 4쿼터 공격을 유심히 보면 선수들이 매번 김영환에게 공을 몰아주고, 김영환이 무리한 공격을 하다 실패하거나 공격 제한 시간이 다 돼 동료에게 연결해주면 겨우 슛을 던지는 정도다.

DB전에서는 팀의 주포로서 해결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심했는지, 4쿼터 승부처에 실책성 플레이를 연발했다. LG전에는 팀파울 개수를 모르고 김시래에게 어이없는 파울을 범한 장면도 아쉬웠다.


그렇다고 김영환을 욕할 수도 없다. 선수가 무리하게 혼자 욕심을 내는 것이면 모를까, 감독이 김영환쪽으로 계속 공격을 지시한다. 선수는 따라야 한다. 그게 자주 성공을 하면 모르겠는데, 계속 실패를 거듭함에도 불구하고 경기 내용은 변하지 않는다. 야구에서 감독들이 대타를 쓸 때 감이 아닌 타율 높은 타자를 선택하는 것 처럼, 조 감독도 김영환에 대한 믿음을 쉽게 버릴 수 없는 지 모른다. 그렇게 김영환을 활용하려면, 완벽한 오픈 찬스에서 그가 3점슛을 던질 수 있는 패턴을 준비해야 한다. 그런데 그런 장면도 많이 연출되지 않는다.

kt는 최근 르브라이언 내쉬가 뛰어난 개인 능력을 발휘하며 득점력을 과시해주고 있다. 차라리 4쿼터에 내쉬쪽으로 공을 주고, 나머지 선수들은 다 퍼져 1대1 공격을 시키는 게 차라리 나아 보일 정도로 kt 공격은 답답하다. 다른 팀들은 4쿼터만 되면 외국인 선수에게 공을 몰아주기 바쁜데, kt는 오히려 국내 선수 패턴을 이용하는 등 창의적인 농구를 시도하고 있다. 이기기만 한다면, 칭찬 받을 농구가 되겠지만 계속 역전패를 당하니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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