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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욱 성장에 나타난 현주엽 감독의 색깔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7-10-15 12:03


"성실하고 열심히 하면 많이 내보내야죠."

초보 감독이 자신의 색깔과 스타일을 첫 시즌부터 제대로 보여줄 수 있을까.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이전에 지도자 경험이 한 번도 없다면 더욱 그렇다. 그래서 창원 LG 세이커스 현주엽 감독에게 첫 시즌부터 '본인만의 스타일'을 주문하거나 LG 농구가 급격히 달라질 것을 기대하는 건 너무 성급하다.


2017-2018 프로농구 고양 오리온과 창원 LG의 개막전이 14일 고양체육관에서 열렸다. LG 현주엽 감독이 전정규에게 침착하게 하라는 손동작을 취하고 있다. 고양=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7.10.14/
하지만 감독 데뷔전을 통해 '현주엽 농구'의 윤곽 또는 밑그림이 흐릿하게나마 드러났다. 이미 지난 미디어데이 때 현 감독이 언급했던 대로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는 팀 플레이, 수비 농구"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 것. 특히 4년차 가드 최승욱을 통해 현 감독이 추구하는 농구가 언뜻 엿보인다.

현 감독은 지난 14일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고양 오리온과의 감독 데뷔전에서 81대74로 승리하며 성공적인 스타트를 끊었다. 비록 안심할 수 있는 경기는 아니었고, 역전패 위기도 있었지만 어쨌든 팀은 이겼다. 현 감독은 "끝나고 나니까 속에서 욕이 다 나오더라. 1승 하는 게 현역 때는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는데, 감독으로서는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자신이 추구하는 농구가 제대로 펼쳐졌을까. 현 감독은 "아직은 보완을 많이 해야 할 것 같다"고 고개를 가로 저었다. 하지만 고무적인 부분도 있다. 바로 최승욱의 성장이다. 최승욱은 이날 27분41초 동안 코트를 누비며 3점슛 1개 포함, 13득점을 기록했다. 2014~2015시즌에 데뷔한 최승욱은 전형적인 수비형 선수였다. 이전 세 시즌 동안 평균득점이 3점대 초반에 그쳤다.

하지만 이번 시즌 개막전에서는 그의 공격 시도가 부쩍 늘어났다. 성공률도 괜찮다. 그렇다고 장기였던 수비를 등한시 한 것도 아니다. 여전히 악바리처럼 상대를 마크하면서도 자기에게 기회가 생기면 자신있게 슛을 던진다. 농구 스타일 자체가 달라진 것이다. 그리고 이런 변신을 이끌어낸 것이 바로 현 감독이다.

현 감독은 "최승욱이 수비가 좋고 열심히 하는데, 슛에 자신감이 없었다. 비시즌 동안에 많은 연습을 해서 좋아졌다. 그렇게 열심히 하면 (감독 입장에서는) 출전 시간을 많이 줄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최승욱 역시 "슛에 자신감이 없었는데, 감독님이 슛은 자신있게 던져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비시즌 동안 아침부터 슛 연습을 하곤 했다"고 밝혔다. 결국 최승욱의 성장 그리고 중용은 현 감독이 추구하는 농구가 어떤 것이라는 걸 짐작하게 해준다. 끈기와 성실함, 수비 그리고 자신감. 현 감독이 미디어데이에서 언급한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는 농구"의 키워드들이다. 과연 이런 가치들이 앞으로 어떻게 드러나게 될 지 기대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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