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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판까지 희망을 이어가던 여자 프로농구 신한은행과 KEB하나가 끝내 '봄 농구'에 초대받지 못했다.
이기면 공동 3위로 올라가지만 만약 진다면 플레이오프 탈락이 확정되는 '단두대 매치'였던 26일 신한은행과 KB스타즈의 경기에서 신한은행이 패했기 때문이다. 이로써 신한은행과 KEB하나는 남은 2경기를 모두 이긴다고 해도 KB스타즈를 넘지 못하며 2016~2017시즌을 쓸쓸하게 접게 됐다.
두 팀 모두 플레이오프에 나설 수 없게 됐지만, 분명 차이는 있다. 신한은행은 많은 과제를 안게 된 반면 KEB하나는 나름 의미있는 시즌을 보냈며 내년 이후 더 큰 희망을 갖게 됐다.
KEB하나는 지난 시즌 첼시 리 파동을 겪은 후 코칭 스태프가 모두 갈렸고, 신인과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도 맨 끝순위를 지명해야 하는 등 한바탕 홍역을 겪었다. 김정은 김이슬 등 주전들이 시즌 초부터 부상으로 나오지 못하며 신예들로 팀을 꾸려야 하는 어려움 속에 1라운드 5전 전패를 당하며 우려가 현실이 됐다. 하지만 이후 강이슬 백지은 등 중견 선수들이 중심을 잡아주고 김지영이라는 2년차 가드가 깜짝 활약을 펼쳐준데다 외국인 선수 쏜튼과 어천와가 제 몫을 해주면서 시즌 중반 2위까지 치고 오르기도 했다. 상대팀에서 생소한 선수들에 대한 대비책을 들고 나오면서 KEB하나의 돌풍은 시즌 후반 제압당했지만, 김지영 이수연 이하은 등 꾸준히 1군 경험을 쌓은 신예들에게 내년 시즌 더 큰 기대를 가질 수 있게 됐다.
이런 반면 신한은행은 김단비 곽주영 등 에이스 선수들을 보유하고도 올 시즌 이렇다 할 반전 드라마 한번 제대로 쓰지 못하고 2년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이 좌절됐다. 우리은행의 전성기가 오기 전 통합 6연패를 달리며 '무적함대'로서의 위용을 과시했던 팀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수준의 경기력이 속출하며 이렇다 할 팀 컬러가 없는 하위팀으로 전락했다. 27일 현재 6개팀 가운데 경기당 평균점수가 50점대(59.8득점)에 머문 팀은 신한은행이 유일하다. 평균 70점대를 밥 먹듯 하던 신한은행으로선 창단 이후 최악의 공격력이었다.
가드진이 시즌 초부터 삐걱대며 득점능력이 추락했고, 1순위 외국인 선수였던 모건 턱이 부상으로 아예 합류하지도 못해 팀 구상이 흐트러지는 등 이유는 다양했다. 하지만 가드진의 역량은 우리은행 정도만을 제외하곤 5개팀 모두 가진 숙제이고, 삼성생명과 KB스타즈 등도 외국인 선수 문제로 골머리를 앓은 것은 마찬가지다.
가장 큰 문제는 신정자 하은주 등 노장들이 차례로 은퇴를 했고, 최윤아와 같은 베테랑 가드가 2년 연속 재활에 실패하며 거의 뛰지 못하는 등 세대교체가 절실했음에도 이 시기를 놓쳤다는 것이다. 통합 6연패를 할 당시에도 전주원 정선민 진미정 등 주전들이 은퇴 혹은 이적을 하며 전력 약화가 불가피했지만 대신 강영숙 이연화 등 식스맨들을 주전으로 키워냈고 김단비 김규희 김연주 윤미지 등 신예들을 잘 육성시키면서 리빌딩에도 성공, 전성기를 구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들이 여전히 팀의 주축이고 이후 제대로 된 새얼굴을 키워내지 못하면서 결국 다른 팀에 밀리게 됐다. 신기성 감독과 정선민 코치 등 신예 코칭 스태프를 발탁하며 새바람을 기대했지만, 승부처마다 경험 부족으로 고비를 넘지 못했고 외국인 선수 통솔력에서도 한계를 드러내기도 했다.
결국 다시 우승에 도전하기에 앞서 올 시즌과 같은 들쭉날쭉한 경기력을 안정시키고, 다시 3위권 내의 팀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환골탈태'가 필요한 시점이다. 더 이상 재활이 무의미한 것으로 보이는 최윤아에게 은퇴의 길을 열어주고, 김규희와 윤미지를 보완할 수 있는 신예 가드진을 빨리 키워내야 한다. 또 유승희 김아름 등 결정력이 좋은 슈터들을 성장시켜 김단비에게 쏠린 공격력을 분산시켜야 한다. 또 30대 중반으로 향하고 있는 곽주영을 받쳐줄 포워드진 보강도 시급하다.
당장 신예들을 성장시키는 것이 쉽지 않다면 많지 않은 카드이지만, 과감한 트레이드도 시도해야 한다.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도 더욱 전략적인 고려가 필요하다. 더불어 임달식 전 감독과 같이 경험많은 베테랑 지도자를 재영입하는 것도 재도약을 위한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만약 신한은행이 다음 시즌에도 또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한다면 수년간 하위권팀으로 고착화 되면서 상대팀으로부터 집중 타깃이 돼 어려움을 겪었던 KDB생명이나 KEB하나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 신한은행에 시간은 그리 많이 남아있지 않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