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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양동근' 임영희 "할머니 발언에 자극받았다"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5-12-24 19:47


우리은행 한새 베테랑 임영희는 요즘 '여자 양동근'으로 불린다. 사진제공=우리은행

요즘 2015~2016시즌 KDB생명 여자농구에서 대세는 통합 4연패에 도전하는 우리은행 한새다. 그 중심에 '여자 양동근' '우리 할머니'라는 애칭이 붙은 임영희(35)가 있다. 그는 이번 시즌 15경기에서 평균 33분55초를 뛰면서 평균 12.87득점(토종 최고)을 기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임영희의 시계가 거꾸로 가는 것 같다"고 말한다. 그는 2014~2015시즌 때 몸 컨디션에 기복이 심했고, 덩달아 경기력도 오르락내리락했다. 길어야 한두 시즌이면 선수 생활을 그만두겠다는 비관적인 전망까지 나왔다. 그런데 요즘 임영희는 나이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은 "지금의 임영희에게 누가 그만두라는 말을 하겠나. 젊은 선수와 똑같이 훈련하고, 코트에선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임영희를 만나고 싶었다. 21일 우리은행체육관이 있는 서울 장위동으로 찾아갔다.

'여자 양동근'이라 좋다

요즘 국내농구판에선 "가장 쓸데없는 걱정이 울산 모비스(남자농구 선두)와 우리은행(선두 질주)의 성적 걱정"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두 팀은 그냥 내버려둬도 결국 시즌 말미에 좋은 성적이 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 중심에 모비스엔 양동근, 우리은행에 임영희가 있다. 최근 임영희의 경기력이 다시 올라가자 '여자 양동근'이라는 수식어가 생겼다.

임영희는 "나에게 너무 좋은 말씀이다. 양동근은 남자 농구에서 최고의 선수다. 그 선수를 보면서 많은 걸 배운다. 한 살 어리고 포지션도 가드(양동근)와 포워드로 다르지만 팀내 최고참으로서 하는 플레이를 유심히 본다. 저 나이에도 몸 안 사리고 적극적으로 임하는게 너무 좋아 보였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한새 베테랑 임영희는 요즘 '여자 양동근'으로 불린다. 사진제공=우리은행
'할머니' 발언에 자극 받았다

임영희에게 박종천 KEB하나은행 감독이 시즌 전 미디어데이에서 했던 '우리 할머니' 발언을 꺼냈다. 달변가인 박종천 감독이 농을 섞어 '유쾌한' 자극을 한 것이다.

임영희도 재미있었다며 웃었다. 하지만 섭섭했던 속내도 드러냈다. "우리 팀은 내가 있어 평균 연령을 많이 잡아 먹는다. 사실 박종천 감독님이 그 발언을 하지 않았더라도 은퇴를 생각할 나이가 된 건 분명하다. 그런데 자극이 되는 부분도 있다. 우리 코치님들도 KEB하나은행전에선 '할머니 (제대로) 보여죠'라고 말하며 장난을 친다. 코트에서는 '이제 나이가 있어서 안 되는구나'라는 얘기를 듣고 싶지 않다."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은 독한 훈련으로 정평이 자자하다. 사진제공=WKBL

임영희는 우리은행과 위성우를 만나 '꽃'이 됐다

임영희는 선수 인생의 후반부가 아름답다. 그의 인생은 우리은행 입단 전과 후로 확연히 다르다. 신세계로 입단(1999년), 벤치워머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2009년 중반, 운좋게 FA로 우리은행으로 이적했다. 평균 출전시간이 갑자기 30분대로 늘었고, 평균 득점도 10점대로 올라갔다. 그는 "2009년 즈음, 선수를 그만 두려고 했다. 우리은행의 러브콜이 없었다면 농구를 그만했을 것이다"고 말했다. 임영희는 우리은행 이적 이후 개인 경기력은 몰라보게 달라졌지만 팀 성적은 꼴찌였다. 팀 이적 1년 만에 최고참이 됐다. 당시 받았던 스트레스도 컸다.

임영희는 2012~2013시즌을 앞두고 위성우 감독을 새로 만나면서 다시 한번 변신을 하게 됐다고 말한다. 위 감독이 지휘봉을 잡으면서 우리은행은 3시즌 동안 통합 3연패를 달성했다. 임영희는 기본 성품이 내성적이고 소극적이다. 위 감독을 만나 패배의식에서 탈출, 적극적인 사람으로 변모 중이다.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의 작전지시 장면. 사진제공=WKBL
임영희가 말하는 '인간' 우리은행 식구들

임영희에게 지금의 우리은행 농구단을 만든 위성우 감독, 전주원 코치, 박성배 코치 그리고 박혜진의 인간적인 모습을 들려달라고 요청했다.

위성우 감독은 여자농구판에서 '독종'으로 통한다. 선수들에게 강훈련을 많이 시키는 걸로 정평이 나 있다. 임영희는 "감독님은 독한 사람인줄만 알았다. 화가 났을 때는 심한 욕설도 쏟아낸다. 그런데 소리를 지르고 난 후 미안한 마음을 며칠 있다가 꼭 보여주는 여린 사람이다"고 말했다.

임영희에게 선배이자 스승인 전주원 코치는 롤모델이다. 전주원은 매우 잘 한 선수였고 지금은 지도자이며 엄마이고 동시에 한 여자의 와이프이자 딸이다. 그는 "전 코치님의 길을 따라가고 싶다"고 했다. 박성배 코치에 대해선 "우리 팀의 분위기 메이커이다. 감독님이 혼을 내서 가라앉은 분위기를 살려낸다. 장난도 잘 치시고 외국인 선수들과도 가장 잘 지낸다"고 했다.

임영희는 후배 박혜진이 농구와 사랑에 빠진 것 같다고 했다. "(박)혜진이는 농구를 잘 할 수밖에 없는 선수다. 이 친구를 보면서 내가 저 나이 때는 운동도 노력도 저 정도 안 했는데라는 생각을 한다. 일정 수준에 도달한 선수가 농구에 빠져 있는 모습이 놀랍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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