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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이 그러더라고요. 자기들이 더 힘을 내겠다고요."
스펜서가 연습경기지만 몸사리지 않고 뛴 사연이 재밌다. 사실 스펜서에게 시즌 개막 전부터 위기(?)가 찾아왔다. 프랑스리그 MVP에 레바논리그 득점왕 출신. 대게 화려한 경력이 있는 외국인 선수들은 한국에 와 초반 팀에 적응하는 단계에서 감독들과 은근한 신경전을 벌인다. 자신을 특별하게 대해주지 않으면 삐치는 식이다. 훈련 중 건성건성 플레이를 하기도 하고 대놓고 불만을 표출하기도 한다. 프로농구 감독들은 매 시즌 전 이런 줄다리기를 한다.
순하고 말 잘듣던 애런 헤인즈와 코트니 심스와 함께했던 문경은 감독. 스펜서가 조금 툴툴대는 기색을 보이자 고민 끝에 칼을 빼들었다. 외국인 선수가 감정 표현하는 정도는 괜찮았다. 문제는 훈련, 연습경기 과정에서 수비에 집중하지 않는 것. 공격력이 아무리 좋아도 수비 한 자리에서 구멍이 나면 승리를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동료들이 너무 힘들어졌다. 문 감독은 "계속 이런 식이라면 다른 선수로 교체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그리고 문 감독은 그날 밤 고참 선수들을 불러모았다. 그리고 스펜서에 대해 물었다. 선수들이 너무 힘들다고 하면 "너희들을 위해 바꾸겠다"는 말을 할 각오로 만든 자리. 그런데 예상 밖이었다. 주장 오용준을 비롯해 주축 선수들이 "우리가 더 열심히 해 스펜서가 못해주는 부분을 메우겠다. 스펜서의 공격력을 잘 활용하면 우리가 더 강해질 수 있을 것 같다"는 답이 돌아왔다. 문 감독은 "선수들의 말을 듣고 '아, 우리가 하나의 팀이구나'라는 생각을 했다"며 선수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시했다.
다행히 스펜서가 다음날 문 감독을 찾아와 사죄의 뜻을 표시했다. 그리고 그 누구보다 열심히 훈련을 하더란다. 이어진 LG와의 연습경기에서 자신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동료들도 스펜서의 어깨를 쳐주며 격려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문 감독의 '스펜서 길들이기'가 일단 성공한 듯 보인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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