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감독 공개모집?, KBL KBA의 근시안적 시각

류동혁 기자

기사입력 2015-06-16 06:52


아시안게임의 영광은 채 1년이 가지 않았다. KBL과 KBA의 수뇌부들은 국제경쟁력에 관심이나 있는걸까. 사진제공=KBL

공개모집은 확실히 문제가 있다. 공개모집을 하게 된 배경은 더욱 큰 문제가 있다.

한마디로 총체적 난국이다. 대한농구협회가 남자농구대표팀 사령탑을 공개모집하기로 15일 결정했다.

이유가 있다. 어쩔 수 없이 상황에 떠밀린 형국이다. 당초 모비스 유재학 감독과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 등 2명이 후보였다.

대표팀은 9월23일 중국 후난에서 열리는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대회에 참가한다. 리우 올림픽 티켓이 1장 걸려 있다. 그러나 올 시즌 프로농구 일정과 스케줄이 겹친다. 정규리그 개막은 9월12일이다.

두 감독 모두 현역 프로팀 감독이다. 유재학 감독은 이미 2년 간 비 시즌 동안 대표팀에 봉사했다. 그렇다고 유도훈 감독이 구단운영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전자랜드를 놔둔 채 대표팀 지휘봉을 잡을 수 없는 노릇이다.

결국 대표팀 경기력 향상위원회는 대표팀 사령탑을 공개모집하기로 했다. 장기적 플랜과는 거리가 먼, 일시적인 '미봉책'에 불과하다.

전임감독제 왜 안될까

지난해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낸 뒤 지휘봉을 잡았던 유재학 감독은 기자회견실에서 우려 섞인 한국농구의 미래에 대해 얘기했다.


그는 "아시아에서 한국의 라이벌들은 분명 강해진다. 이란 뿐만 아니라 필리핀, 중국과 중동 국가, 심지어 일본까지도 그럴 것이다. 우리도 장기적인 플랜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가 이렇게 말한 이유가 있다. 이란, 필리핀, 중국, 그리고 레바논 등 중동국가는 기본적으로 미래에 대한 대표팀 플랜이 있다. 현대 농구에서 전력향상의 핵심인 귀화선수에 대해서도 착실히 준비하고 있다.

이란과 중국은 순혈주의를 고수하고 있지만, 필리핀은 이번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안드레 블레체가 결합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레바논 등 중동국가는 이미 2000년대 중반부터 적극적인 귀화정책으로 대표팀 약점을 메웠다. 일본의 경우, 뛰어난 신체조건을 지닌 아프리카계 귀화 유망주들이 즐비하다. 광적인 농구열기를 지닌 필리핀을 제외하고도, 많은 아시아 국가들이 귀화선수에 대해서는 확실한 대비책을 가지고 있다.

반면, 한국농구의 현실은 어떨까. 유 감독의 우려는 1년도 지나지 않아 현실이 됐다. 아시안게임을 대비해 논란이 됐던 귀화선수에 관해서는 어떤 구체적인 계획도 없다.

귀화선수는 커녕, 기본적인 사령탑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으니 할 말이 없다. 더욱 답답한 것은 어차피 내년부터 남자 대표팀은 전임감독제를 해야 한다는 점이다.

FIBA는 최근 많은 변화를 꾀하고 있다. 그 중 핵심적인 부분은 농구월드컵을 메인 이벤트로 만든다는 것이다. 때문에 월드컵 지역예선제와 함께 홈 앤드 어웨이로 치른다는 계획을 설정, 강행하려 하고 있다.

결국 변화된 월드컵 시스템에 맞추기 위해서는 대표팀의 경우, 상시적 관리가 필요하다. 당연히 상식적으로 대표팀 감독이 공석이라면, 올해부터 전임감독제를 시행하는 게 맞다.

하지만 재정적인 문제 때문에 대한농구협회는 올해 전임감독제 계획이 없다.

KBL은 책임이 없나

대한농구협회가 재정적 여력이 없다는 사실은 이미 수년 전부터 알고 있는 사실이다. 모든 농구인들이 인식하고 있는 부분이다. 때문에 한국농구에서 재정주도권을 쥐고 있는 KBL이 국가대표팀 관리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KBL은 전 육 총재 시절인 2010년 라스베이거스로 전지훈련을 보내기도 했다. 당시, 2005년과 2006년 잇단 도하 참사와 2009년 텐진 참사로 인해 농구선수들에게 태극마크는 '독이 든 성배'였다. 게다가 재정적 지원마저 열악해 모텔을 전전하며 훈련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KBL에서 대표팀에 과감한 지원을 하면서 인식 자체가 달라졌다. 당시 대표팀의 일원이었던 몇몇 선수들은 "단지 돈을 좀 더 받는다는 의미가 아니었다. 지원이 좋아지면서 태극마크의 자부심을 더 강렬하게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최근 아시아권에서 한국농구가 그나마 체면치레를 하고 있는 원동력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아시안게임 이후 KBL은 대표팀에 대한 지원을 사실상 끊어버렸다. '토토 지원금을 대표팀 지원에 쓸 수 없다'는 바뀐 규정이 표면적 이유였다.

항상 얘기하지만 국제경쟁력에 대한 편협한 시각 때문이다. 취임 초기 김영기 총재는 "장기적인 대표팀 프로젝트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대한농구협회 방 열 회장 역시 김 총재와의 친분을 언급하며 "(한국농구)연맹과 (대한농구)협회가 긴밀한 협조를 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두 '거장'의 말은 모두 공염불이었다. 즉, 현 시점에서 대표팀의 시스템은 암울했던 과거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다.

KBL은 대표팀 지원 프로젝트가 전무하다. 대표팀을 맡은 대한농구협회는 기본적으로 재정적으로 열악하다. 즉, 대표팀은 관리적 측면에서 KBL과 KBA 사이에서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됐다.

김 총재는 자신의 '철학'을 관철시키기 위해 리그 일정을 9월로 당겨버렸다. 하필 올림픽 티켓이 걸린 아시아선수권대회와 일정이 겹치는 올해 그렇게 변경했다. 대표팀과 국제경쟁력에 대해서는 별다른 생각이 없다는 증거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아시아선수권대회 자체가 '계륵'이 됐다. 대표팀 사령탑 자리는 '독이 든 성배'다. 세대교체를 하든지, 올림픽 티켓 획득을 위해 노력을 하든지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하지만 그런 중기적인 계획도 없다.

다가온 대회를 치르기 위한 미봉책 마련에 급급하다. 그 결과 대표팀 사령탑 공개모집이라는 상황까지 왔다. 국제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국내리그 자체가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상식있는 농구팬은 모두 아는 기본이다. 하지만 한국농구를 책임질 인물들은 모르는 것 같다. 가뜩이나 위기를 맞은 국내 농구다.

최근 2년간 유재학 감독은 대표팀 시스템 정립을 위해 노력했다. 결국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획득하는 쾌거를 이뤘다. 하지만 1년도 지나지 않아 금메달의 유산과 교훈은 온데 간 데 없다. 근근이 이어 온 대표팀 시스템도 붕괴되기 직전이다. 근시안적 사고를 가진 현 수뇌부들의 ?협한 시각에 한국농구는 탈출구가 없어 보인다. 부메랑은 온전히 전체 농구인과 농구팬에게 돌아온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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