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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상' 이승현-김준일 "막걸리 마시는 친한 사이"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5-04-13 15:47 | 최종수정 2015-04-13 17:07


제8회 한국농구대상 시상식(스포츠조선 제정 스포츠토토 협찬)이 13일 서울 반포 JW 메리어트호텔에서 열렸다. 신인상을 수상한 고양 오리온스 이승현이 소감을 전하고 있다.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5.04.13/

"EXID 동영상 보내달라고 난리라 큰맘 먹고 보내줬죠."

스포츠조선 제정 2014~2015 시즌 한국농구대상 시상식이 열린 JW메리어트 호텔 그랜드 볼룸. 신인상 수상자인 이승현(고양 오리온스)은 시상식 후 식사를 하는 도중에도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못했다. 뭐가 그렇게 바쁜지 묻자 "준일이가 동영상을 빨리 보내라고 난리네요. 큰맘 먹고 필리핀으로 바로 보내줬습니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이날 시상식 마지막 축하공연 주인공은 대세 걸그룹 EXID. 히트곡 '위아래' 무대의 동영상을 이승현이 직접 휴대폰으로 찍어 필리핀에서 외롭게 재활훈련을 하고 있는 김준일에게 보내줬다. 이승현의 정성이 가득 담긴 큰 선물이었다.

이번 한국농구대상 시상식이 열리기 전, 가장 관심을 모은 경쟁 구도가 바로 이승현과 김준일(서울 삼성 썬더스)이었다. MVP보다 두 사람 중 누가 신인상을 탈 지에 대해 더 큰 관심이 쏠렸다.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 개인 성적은 김준일(평균 13.84득점 4.4리바운드 1.7어시스트)이 이승현(평균 10.87득점 5.1리바운드 2.0어시스트)에 근소하게 앞섰다. 득점 차이가 조금 난다. 그리고 꼴찌팀 삼성의 소년 가장 이미지도 더해졌다. 이승현의 경우 공헌도에서 앞선다. KBL 공식 공헌도 점수에서 1311.87점으로 김준일의 1093.13점에 앞선다. 또, 팀이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해 LG 세이커스와 명승부를 펼쳤다.

결론을 내리기 힘들었다. 누구 1명을 선택하기 너무 힘든 상황. 결국 한국농구대상은 공동수상을 결정했다. 지난 2010~2011 시상식에서 안양 KGC의 신인듀오 박찬희, 이정현이 공동수상을 한 이후 두 번째 신인상 공동수상이 나왔다. 이승현은 이날 시상식에 참석해 당당히 신인상을 받았고, 필리핀에서 재활중인 김준일은 부친 김 훈씨가 대리수상을 했다. 일단 이승현에게 물었다. 공동수상이 서운하지 않느냐고. 이승현은 밝은 표정으로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준일이 단독 수상을 예상했는데 같이 받아 다행인 것 아니냐"라고 답했다.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것은 두 사람의 관계다. 대학 시절부터 라이벌이었다. 이승현은 고려대, 김준일은 연세대 출신이다. 정기전을 통해 4년 동안 전쟁을 치렀다. 여기에 시즌 내내 두 사람의 라이벌 관계가 부각됐다. 신인상 수상 여부에 대해서도 관심이 대단했다. 이승현은 "사실 시즌 도중에는 신경이 많이 쓰였다. 신인상에 대해서도 솔직히 민감한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공동수상을 하게 돼 마음이 편하다. 누구든 못받는 사람이 많이 서운할 뻔 했는데 결과적으로 윈-윈이 된 것 같아 기분이 좋다"라고 솔직히 말했다.

그리고 사람들이 잘 모르지만 두 사람의 친분이 대단하다며 반전 스토리를 들려줬다. 이승현은 "준일이가 시상식이 궁금한 모양이었다. 시상식 내내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EXID 얘기가 나오자 동영상을 요구했다"고 했다. 이어 "시즌 내내 힘들 때마다 서로 많은 얘기를 나눴다. 고려대 앞에서 막걸리도 한잔 하며 서로를 격려한 적도 많다. 우리 사이는 매우 친하니 너무 날을 세운 관계로 안봐주셔도 될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서로가 서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분명 스타일이 다르기에 부러운 점이 있을 듯. 이승현은 "준일이의 1대1 공격 능력은 발군이다. 외국인 선수와 1대1로 붙어도 밀리지 않지 않느냐. 그 점은 솔직히 부럽다"라고 했다. 이어 "준일이는 '네가 나보다 농구를 잘하지 않느냐'라고 말하면 '웃기지 마라'라는 얘기만 한다"라는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이승현은 "이번 신인상 수상이 프로 선수로 더 발전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오세근(KGC) 함지훈(울산 모비스 피버스) 선배와 같은 선수가 되고 싶다"라는 소감을 말했다. 김준일 부친 김 훈씨는 "준일이가 앞으로 어렵고 힘든 일을 겪을 수도 있는데, 이번 수상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잘 찾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라고 밝혔다.


한국 농구의 미래를 짊어질 두 새로운 스타가 함께 웃은 이번 한국농구대상 신인상. 훈훈함이 넘쳤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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