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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싶지 않다" 유재학 감독, 전준범과 밀당 2라운드

류동혁 기자

기사입력 2015-03-30 08:44


지난해 열린 모비스와 SK전. 프로농구 역사상 최고의 해프닝으로 기억될 전준범의 막판 자유투 반칙. 헤인즈의 자유투 실패로 모비스 승리가 확정된 뒤 안도하는 전준범. 사진제공=KBL

유재학 감독과 전준범. 사진제공=KBL

모비스 유재학 감독과 전준범의 밀고 당기기는 계속된다.

신경전 2라운드다.

전준범은 좀 특이하다. 모비스는 유 감독의 강력한 카리스마가 투영된 팀이다. 분명한 원칙이 있고, 주장 양동근이나 함지훈 박구영 등이 꽉 짜여진 조직력과 흐트러짐 없는 팀 플레이를 한다.

정규리그 우승을 했을 때 유 감독은 "우리는 담담하다. 별 다른 느낌이 없다"고 했고, 대부분의 선수들도 "그냥 하던대로 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모비스에서 톡톡 튄다. 유 감독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때문에 항상 "전준범은 내가 야단을 쳐도 그때 뿐이다. 코트 밖에서 멘탈 하나는 강인하다"고 쓴웃음을 짓기도 한다.

유 감독은 전준범에게 일종의 선전포고를 했다. "올 시즌이 끝난 뒤 전준범에게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전준범은 정확한 중거리슛 능력과 돌파력까지 갖췄다. 공격센스는 매우 좋고, 공격력의 잠재성도 인정받는다. 하지만 아직까지 미완성이다. 올 시즌 전 수비력을 많이 끌어올렸다. 그러나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많다.

결국 유 감독은 시즌이 끝난 뒤 전준범에게 '지옥훈련'을 예고했다. 리빌딩이 필요한 모비스다. 전준범의 자질을 아끼는 유 감독이 혹독한 훈련으로 기량을 업그레이드시키려는 의도다.


이런 '선전포고' 안에는 독한 승부근성이 부족한 전준범의 특성을 감안한 것이다.

여기에 대해 그는 농구전문잡지 점프볼과의 인터뷰에서 "(유감독님의 도전을) 받아들이겠다"고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사실 감독과 선수라는 수직적 입장에서 선수가 그렇게 말하긴 쉽지 않다. 그만큼 전준범의 배짱은 '강인'하다.

29일 울산에서 열리는 챔프 1차전. 경기 전 만난 전준범은 여전히 쾌활했다. 연세대 후배 허 웅을 불러 일부러 '군기'를 잡는 듯한 장난을 치기도 했다.

'감독님이 지옥훈련을 예고했는데, 기분이 어떠냐'는 말에 "뭐 어쩌겠어요. 받아들여야죠"라고 해맑게 웃었다. 그러면서 "제대로 된 선수 만들어주신다고 하시는 건데, 제가 열심히 따라해야죠. 인간될 겁니다"라고 모범답안을 내놨다. 표정에는 여전히 미소가 있었다.

유 감독은 전준범이 자신의 도전을 받아들이겠다고 말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는 "(전준범의 반응을) 알고 싶지도 않다"고 농담을 했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의 '도전 이슈'가 밝혀진 뒤 전준범은 플레이오프에서 출전시간을 거의 확보하지 못했다. 전준범의 천연덕스러운 반응 때문이라는 의심이 있을 수 있다.

유 감독은 "전준범을 쓰고는 싶다. 하지만 4강전이 워낙 빡빡했다"며 "슛은 (박)구영이가 더 낫고, 수비는 (이)대성이가 더 낫기 때문에 출전 타이밍을 잡을 수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챔프전에서는 쓰긴 써야 하는데 애매하다. 전준범이 연습 때 눈에 불을 켜고 하는 의지를 보이는 것도 아니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절실함이 부족하다는 의미. 전준범에 대한 답답함을 취재진에게 토로한 유 감독. 하지만 전준범 얘기를 할 때는 옅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
울산=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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