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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불편했다. 농구 팬도 그랬을 것이다.
데이본 제퍼슨이 뛰는 LG 농구를 보는 '불편한 시선'들이었다. LG 김 진 감독은 "계속 집중력을 강조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말을 했다. 사실 대외적으로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6강 1차전이 끝난 뒤 그는 제퍼슨을 피트 마이클과 비교했다. 오리온스 감독 시절 피트 마이클을 앞세워 4강에 올랐던 그였다. "피트 마이클은 적어도 코트에서는 최고의 집중력을 발휘했다. 제퍼슨과 차이가 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강양택 수석코치는 "저 친구가 말을 잘 듣지 않아서 걱정"이라고 고민에 빠지기도 했다.
그렇다고 현실적으로 제퍼슨 길들이기를 하기는 쉽지 않았다. 자칫 잘못할 경우 '태업성 플레이'가 나올 수 있었다. 팀 내부 사정을 볼 때 제퍼슨의 기를 꺾는다는 것은 시즌을 포기한다는 의미와 동일시 될 확률이 높았다.
사실상 LG는 오리온스와의 6강전에서 김시래와 김영환, 그리고 문태종과 김종규가 팀을 이끌었다. LG의 4강을 이끈 주역이었다. 1차전을 제외하곤 제퍼슨은 팀에 오히려 해를 끼쳤다. 하지만 LG 선수들은 제퍼슨을 끝까지 토닥였다. 그가 없이 우승이 쉽지 않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김종규는 "제퍼슨이 힘을 냈으면 좋겠다"고 했다. 승리에 대한 열망을 담은 말이었다.
하지만 제퍼슨은 4강전에서 '애국가 스트레칭'과 SNS의 욕설이 이어졌다. LG 구단은 긴급 사과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제퍼슨에게는 '진실성'이 없었다. 농구와 팀동료들에 대한 어떤 존중도 없는 프로의 자격이 없는 선수였다. 결국 LG 구단은 용단을 내렸다. 과감하면서도 용기있는 결정이었다. LG 입장에서는 올 시즌을 포기한다는 의미와도 같았지만, 현명한 결단으로 팀을 더 깊은 수렁에서 건져냈다. 당연한 얘기지만, 팀보다 더 위대한 선수는 없다.
제퍼슨이 있었다면 모비스를 이길 수 있을까. 현 시점에서 아무런 의미가 없지만, 이런 의문이 든다. 냉정하게 보면, 6강 오리온스전에서 보여준 모습을 봤을 때, 팀에 더 큰 해를 미칠 확률이 더 높았다.
때문에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제퍼슨없는 LG'를 더욱 경계했다. 정상적인 제퍼슨이 아니라, LG 자멸의 촉매제같은 행동을 하는 제퍼슨이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그가 없는 LG의 응집력은 반드시 상승할 수밖에 없다.
LG는 제퍼슨이 뛴 1차전에서 대패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제퍼슨이 없는 2차전부터 팀 농구의 진가를 보여줬다. 마당쇠같은 크리스 메시가 21득점, 25리바운드를 올렸다. 김시래(10득점), 김종규(16득점), 김영환(12득점), 문태종(12득점)이 모두 두 자릿수 득점을 했다. 정규리그와는 180도 다른 모습이었다. 정규리그 LG의 평가는 '팀 전력은 강하지만, 조직력에서 2% 부족한, 그래서 온전한 전력을 100% 발휘하지 못하는 팀'이었다. 하지만 4강 2차전부터 '외국인 선수 1명의 공백을 투혼을 발휘해 필사적으로 막으려는 팀'으로 변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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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LG는 포기하지 않았다. 강력한 압박수비로 모비스의 실책을 유도했고, 무모함과 과감함의 종이 한 창 차이의 저돌적인 움직임으로 득점을 했다. 모비스는 조직적인 플레이와 박구영의 '스나이퍼'같은 3점포로 LG의 기세에 찬물을 끼얹었다. 하지만 LG는 끝까지 저항했다. 경기종료 28초까지 4점 차까지 좁히는 인상적인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결국 역부족이었지만, LG가 이날 펼친 추격전은 '원팀이 된 LG'를 보여주기 충분했다.
3차전 LG의 추격전은 국내에 1999년에 개봉한 명작 '인생은 아름다워'란 영화가 오버랩된다.
파시즘이 맹위를 떨치던 시절, 유대인 주인공은 포로 수용소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다. 자신의 아들에게 현실은 신나는 놀이이자 게임이라고 '선의의 거짓말'을 한다. 주인공은 결국 죽지만, 그 영화는 '인생은 아름답다'는 가치를 역설하고 있다.
LG는 1승2패로 4강 탈락의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였다. 모비스는 여전히 강력하고, LG는 메시를 비롯해 주력 선수들이 지쳐있는 상태다.
제퍼슨 없는 LG. 그래도 농구는 아름답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