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오늘의 니갱망] LG 김시래의 마지막 패스미스, 왜 그리 던졌나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5-03-22 20:02


울산 모비스와 창원 LG의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1차전이 18일 오후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렸다. LG 김시래가 모비스 양동근을 제친 후 레이업슛을 시도하고 있다.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모비스는 3월 5일 이후 충분한 휴식을 취하며 4강 플레이오프를 준비해왔다. 반면 LG는 오리온스와 5차전까지 가는 혈투를 치른 후 하루 만에 1위팀 모비스와 대결을 펼치게 됐다.
양팀의 정규리그 성적은 3승 3패로 박빙. 마지막 두 번의 맞대결에서는 LG가 2연승을 거뒀다.
울산=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5.03.18/

이 코너는 프로농구 플레이오프를 대비해 만들었다. 워낙 중요한 경기다. 빛과 그림자가 명확히 갈린다.

'니갱망'이란 단어는 인터넷 상에서 많이 쓰는 단어다. 강을준 감독이 LG 사령탑 시절 작전타임 때 자주 얘기했던 '니가 갱기를 망치고 있어'의 줄임말이다. 최근에는 패배의 빌미를 제공한 선수를 지칭하는 단어로 폭넓게 쓰인다.

패자를 폄훼하자는 의미는 아니다. 승자가 스포트라이트를 집중적으로 받지만, 독자가 궁금한 패자의 변명도 알려주자는 취지다. 플레이오프와 같은 절체절명의 경기에서 주요한 선수의 부진, 찰나의 순간 실수는 패배로 직결된다. 하지만 그들의 실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거꾸로 생각하면 플레이오프에서 패배의 빌미를 제공할 정도의 선수는 모두가 인정하는 기량과 실력을 가지고 있다. 오히려 실수를 교훈삼아, 더욱 분발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줄 수 있다.

경기의 흐름은 격류처럼 요동친다. 잠깐만 방심하면 그 흐름에 먹혀버릴 수도 있다. 경기 종료가 최종 선언되기 전까지 방심해선 안되는 이유다.

울산 원정경기에서 모비스와 1승1패로 어깨를 나란히 한 LG. "우리는 잃을 게 없다"는 모 선수의 말은 이번 4강 PO에 임하는 LG 선수들의 각오를 잘 드러낸다. 분명 전력 면에서 LG는 모비스에 뒤진다. 제퍼슨의 퇴출 공백은 쉽게 메울 수 없는 커다란 약점이다. 크리스 메시 혼자서 시리즈를 전부 책임지는 건 무리다.

그래서 다양한 전술이 필요하다. 김 진 감독은 그걸 준비했고, 코트에서 김 감독 대신 그걸 지휘하는 인물이 바로 김시래다. 김시래는 이미 6강 PO '니갱망' 코너의 최다 출연자. 벌써 2번이나 나왔다. 이건 김시래가 못해서라기 보다는 그만큼 팀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김시래의 플레이가 곧바로 LG의 승패와 직결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3차전 역시 마찬가지였다. 김시래는 잘했다. 그러나 한 순간이 아쉬웠다. 요동치는 승부의 흐름. 경기 막판 살짝 LG쪽으로 돌아선 듯 했다. 노련한 승부사는 이런 변화를 예민하게 감지한다. 그리고, 그걸 잡아 팀이 승리하도록 만든다. 그간 김시래는 이런 역할을 많이 해왔다.


상황은 이랬다. 4쿼터 막판에 LG의 슛이 연거푸 림을 갈랐다. 종료 2분5초전부터 메시의 자유투(1개 성공)를 시작으로 김시래(4점) 김영환(3점) 문태종(3점)이 숨가쁘게 11득점을 합작했다. 압박 수비로 모비스를 흔든 뒤 이어진 속공의 패턴. 80-68, 12점차로 꽤 여유있게 앞서던 모비스는 LG의 추격에 당황하기 시작했다. 정신을 차려보니 시간은 28초가 남아있었고, LG는 79-83으로 따라붙어 있었다. 이렇게 되면 승부는 알 수 없다.

LG가 이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전술은 파울 작전. 모비스의 공격을 파울로 끊어 시간을 번 뒤 자유투 실패를 기대하는 것. 그리고 곧바로 리바운드와 속공. 파울 작전이 잘 이뤄지면 28초에 4점은 얼마든지 뒤집을 수 있다. 문태영에게 28초를 남기고 파울을 했다.

문태영이 이걸 놓쳤다. 메시가 리바운드 해 스피드가 좋은 '야전사령관' 김시래에게 연결. 이날 경기의 가장 긴박한 순간이다. LG 공격이 성공하면 흔들리는 건 모비스다.

하지만 김시래는 여기서 뼈아픈 턴오버를 범했다. 빠르게 골밑을 돌파하다가 외곽에 있는 문태종에게 패스. 그러나 길목을 막고 있던 함지훈에게 완벽하게 걸렸다. 모비스에게 공이 넘어간 순간 남은 시간은 20초가 채 안됐다. 더 이상 LG가 반격을 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이날 김시래는 팀내 최다득점인 21점을 기록했다. 잘했다. 그러나 단 한 순간 실수했다. 그는 "너무 급하게 하려다가 실수를 했다. 아쉽다"며 마지막 순간을 계속 곱씹었다. 왜 그런 패스 미스를 했을까. 김시래는 "순간 김영환 쪽을 봤는데 수비가 따라 붙는 것 같았다. 그래서 뒤쪽의 문태종에게 돌리려다가 실수가 나왔다. 김영환에게 줬어야 했는데, 내 실수다. 가장 중요한 순간 그런 장면이 나와 지금도 계속 아쉽다"고 밝혔다.

김시래는 6강 PO에서부터 무수히 많은 쓴맛을 경험했다. 그리고 매번 그걸 이겨내왔다. 앞서 2번의 '니갱망' 선정 이후 맹활약으로 팀 승리를 이끌어냈다. 김시래가 세 번째 '니갱망'의 아픔을 씻고 4차전에서 부활할 수 있을 지 기대된다.


창원=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