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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스 유재학 감독이 선수들을 믿은 이유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5-03-22 18:04


"자기들끼리 소리도 치고 하더라고."


울산 모비스와 창원 LG의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1차전이 18일 오후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렸다. 모비스 유재학 감독이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모비스는 3월 5일 이후 충분한 휴식을 취하며 4강 플레이오프를 준비해왔다. 반면 LG는 오리온스와 5차전까지 가는 혈투를 치른 후 하루 만에 1위팀 모비스와 대결을 펼치게 됐다.
양팀의 정규리그 성적은 3승 3패로 박빙. 마지막 두 번의 맞대결에서는 LG가 2연승을 거뒀다.
울산=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5.03.18/
22일 창원실내체육관에서 LG와의 4강 플레이오프 3차전을 앞둔 모비스 유재학 감독의 표정은 편안해보였다. 2차전 패배의 충격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선수들이 코트에서 몸을 푸는 사이, 라커룸에서 차 한잔을 마시며 미리 준비한 3차전 전략을 다시 한번 점검하는 일. 시즌 내내 계속 해왔던 패턴이다.

이렇게 유 감독이 여유를 되찾을 수 있던 건 선수들을 믿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선수들을 이끌어왔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믿음이 확고하다. 게다가 2차전의 패배를 그냥 넘기지 않고, 다시 투지의 고삐를 조이는 계기로 삼는 것을 눈으로도 확인했다. 유 감독은 "2차전때는 다들 방심해서 그랬지만, 이제는 더 안그러겠죠"라고 했다.

특히나 유 감독이 선수들에 대한 신뢰를 굳건히 한 건 3차전을 앞두고 치른 오전 훈련 때 '어떤 장면'을 목격했기 때문. 유 감독은 "훈련 끝나고 선수들이 자기들끼리 모여서 막 소리도 지르고 하더라고요. 뭐 '잘해보자'는 뜻일텐데, 그런걸 보면 뭔가 2차전 때와는 다른 모습이 나올 거 같네요"라며 이날 오전 훈련때의 에피소드를 전했다.

사실 지난 20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2차전 패배는 모비스 입장에서는 '충격'이라고 할 만 했다. 체력적으로도 유리했고, 특히나 이날 오전 LG 전력의 핵심인 외국인 선수 데이본 제퍼슨이 구단으로부터 퇴출되는 일까지 생겨 모비스가 승리할 가능성이 커졌다. 그러나 결과는 LG의 승리였다. 혼자서 뛴 크리스 메시가 21득점-25리바운드의 맹활약을 하면서 팀의 75대69승리를 이끌었다.

유 감독이 이 패배에 대해 내린 평가는 "방심에 의한 자멸"이었다. 주장 양동근부터 외국인 선수 라틀리프까지 모두 평균 이하의 모습을 보여준 것이 패배의 직접적 원인이라는 뜻. 유 감독은 "경기를 마친 뒤 방심한 점에 관해 단단히 지적을 했죠. 그 한 번뿐이었어요. 그런 이야기를 두 번 이상 하면 선수들에게 스트레스가 되거든요. 대신 선수들이 알아서 그런 점을 계속 생각한 것 같아요. 우리가 평소처럼만 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겁니다"라고 3차전의 선전을 기대했다. 아침 훈련때 본 선수들의 파이팅이 유 감독에게 확신을 심어주고 있는 듯 했다.


창원=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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