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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분석]왜 포웰의 테크니컬 파울은 '뜬금포'였나

류동혁 기자

기사입력 2015-03-22 11:51 | 최종수정 2015-03-22 11:51


포웰의 항의 장면. 사진제공=KBL

경기종료 7분14초를 남기고 나온 전자랜드 리카르도 포웰의 테크니컬 파울. 거기에 따른 5반칙 퇴장.

경기가 열린 21일 KBL 측은 단지 "포웰의 테크니컬 파울은 파울 항의 과정에서 나왔다"고 했다. 현장에서 경기 감독관과 세 명의 심판진은 테크니컬 파울에 대한 구체적인 이유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KBL 시스템 상 심판진들은 취재진과의 접촉을 금하고 있다. 때문에 취재진의 응답에 얘기할 수 없는 시스템이다.

하루가 지난 22일 KBL은 "포웰이 항의를 계속했다. 두번째 손가락을 들어 심한 항의를 했다. 때문에 당연히 테크니컬 파울이 맞다"고 했다. 정말 그럴까.

판정의 일관된 기준

원론적으로 말하면 판정항의는 절대 해서는 안된다. KBL은 주장만이 판정에 대한 설명을 요구할 수 있다. 때문에 주장 외의 다른 선수들이 판정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경고 혹은 테크니컬 파울을 줘야 한다.

하지만 실전에서 그렇지는 않다. 또 하나, 판정에 대해 2~3차례 항의하거나, 과격한 행동을 하면 테크니컬 파울을 줘야 한다. 하지만 플레이오프 6강 시리즈에서 그런 기준은 매우 많이 완화됐다. 구체적으로 욕을 하거나, 거기에 해당하는 행동을 하면 당연히 테크니컬 파울을 줘야한다. 퇴출된 LG 제퍼슨을 보자. 골밑을 돌파할 때 마다 계속 삿대질을 하며 항의했지만, 거기에 따른 테크니컬 파울은 없었다.

포웰의 테크니컬 파울을 보자. 21일 4쿼터 7분여를 남겨놓은 상황. 포웰이 골밑을 파고들며 패스미스를 했다. '팔을 쳤다'고 항의하는 과정에서, 강민호 심판에게 두 차례 두 번째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판정에 항의했다. 그리고 다리를 걷어차는 시늉을 하면서, 이 부분에 대해 왜 반칙을 주지 않느냐는 식의 항의를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돌아보면서 다시 두번째 손가락을 들어올렸다. 그러자 더 이상 참지 못한 강민호 심판은 테크니컬 파울을 줬다.

이날 양팀은 격렬한 몸싸움을 했다. 그리고 윤호영 김주성 등이 테크니컬 파울을 받았고, 포웰은 U2 파울을 받기도 했다. 격렬한 몸싸움 과정에서 판정기준은 약간 오락가락했다. 게다가 터치 아웃 상황에서 계속적인 비디오 판독이 미스가 났다. 이 상황에서 선수들의 신경전은 점점 과열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원론적으로 말하면 KBL의 말이 맞다. 포웰은 테크니컬 파울을 받을 만한 행동을 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하게 봐야 할 판정기준(파울에 대한 반칙기준, 테크니컬 파울에 대한 기준은 항상 명확해야 한다. 그것이 판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다) 입장에서 포웰의 테크니컬 파울은 '뜬금포'다. 이전 테크니컬 파울은 심판이 모욕을 느낄 만한 과격한 행동이나 욕설에 해당되는 행동 등 명확한 이유들이 있었다. 하지만 포웰의 행동은 6강 시리즈 테크니컬 파울 기준을 비춰봤을 때 애매했다.

테크니컬 파울을 준 뒤 경기가 과열되자, 그제서야 황현우 심판은 양팀 주장을 불러놓고, 판정에 대한 얘기를 했다. 예를 들어 '이전 파울 상황의 파울 설명을 한 뒤 더 이상 항의를 하면 테크니컬 파울을 준다'는 경고를 하는 식이다. 신경전이 과열될 경우, 이런 소통은 다다익선이다. 플레이오프에서는 그런 부분이 더욱 필요하다. 그 중심에는 심판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판정에 정당성과 권위를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이날 심판진은 그런 노력이 부족했다. 항상 그래왔다. 포웰의 지속적인 항의에도, 테크니컬 파울이 정당성을 갖지 못하고 심판의 권위주의로 느껴지는 이유다.

부작용의 완충장치

포웰은 급 흥분했다. 경기가 끝난 뒤에서 자신은 '왜 테크니컬 파울을 불렸는 지 알 수 없다'고 했다. 단지 변명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포웰은 테크니컬 파울을 보이기 전 지속적인 항의를 했지만, 이 부분이 통상적인 기준에서 심판진에게 모욕을 주거나 욕설을 한 것은 아니었다. 단지 끈질기면서 쓸데없는 항의가 섞여 있었다. 그렇다고 테크니컬 파울을 준 것도 납득되기 쉽지 않았다. 경기에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 포웰은 5반칙 퇴장. 그는 이성의 끈을 놓치지 직전이었다. 격렬한 항의를 이어갔다.

이 때 유도훈 감독이 나섰다. 사실 벤치에서 더욱 흥분할 수 있었다. 2차전 경기 자체를 완전히 망칠 수 있는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 감독은 강하게 포웰을 질책한 뒤 사태를 진정시켰다. 유 감독과 두 외국인 선수(포웰, 레더)의 믿음이 그만큼 강했기 때문에 빠른 제어가 가능했다.(경기종료 2분30여초를 남기고 레더가 유도훈 감독에게 강하게 밀치며 비디오 판독을 '지시', 유 감독이 어깨를 만지며 '아이고 아파'라고 말한 뒤 레더를 때리려는 시늉을 했던 것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그런데 만약, 그렇지 않은 팀이었다면. 2차전은 애매한 휘슬 때문에 완전히 망친 게임이 됐을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경기장 자체가 과열됐다. 그리고 경기 본부석 뒷쪽 관중석에서 페트병이 투척됐다. 여기에 전자랜드 선수들은 더욱 흥분상태가 됐다. 계속 관중석을 가리키며 항의했다. 이때 동부의 기민한 대처도 돋보였다.

동부 프런트는 곧바로 해당 관중을 '퇴출조치'했다. '하승진 사태' 때 너무나 아쉬웠던 '관중들도 최소한의 예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확실히 각인시킨 동부의 명확하면서도 효율적인 대처였다.

결국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의 단호한 '포웰 단속'과 동부의 '투척물에 대한 기민한 대처'로 경기는 정상적으로 끝났다. 다시 한번 심판진들은 자신의 콜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소통'에 대한 문제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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