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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LG 세이커스에는 데이본 제퍼슨만 있다? 천만의 말씀이다. 작지만 강단있는 김시래가 무너질 뻔 했던 팀을 구해냈다. 그야말로 '작은 거인'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활약이었다.
그만큼 치열한 경기였다. 결국 1점차 승부가 났다. 그 중심에는 김시래가 있었다.
오리온스가 트로이 길렌워터를 앞세워 좋은 경기를 펼친 이유도 있지만, LG는 큰 위기에 빠질 뻔 했다. 팀 전력의 절반이라는 제퍼슨이 극도로 흥분을 했고, 4쿼터 중반 5반칙 퇴장을 당했기 때문. 길렌워터와의 몸싸움에서 밀리며 많은 득점을 허용한 제퍼슨은 3쿼터 심판 판정에 격한 항의를 하며 테크니컬 파울까지 받았고 4쿼터 3분53초를 남기고 5번째 파울로 퇴장을 당했다. 누가 이길지 모르는 절체절명의 승부처 제퍼슨의 부재는 LG가 최악의 상황을 맞는 것과 다름없었다.
하지만 히든카드 김시래가 있었다. 제퍼슨은 없었지만 야전사령관 김시래를 중심으로 나머지 선수들이 똘똘 뭉쳤다. 이날 경기 외곽슛에서 신통치 않았던 김시래는 4쿼터 종료 4분56초 전 3점슛을 성공시키며 7점차의 점수를 4점으로 줄였다. 이 슛이 역전의 신호탄이 됐다. 제퍼슨이 빠졌지만 김시래는 침착했다. 종료 2분47초 전 67-68 상황서 역전 3점슛을 터뜨렸다. LG의 이날 경기 첫 역전이었다.
이 뿐 아니었다. 결승골의 주인공도 김시래였다. LG 김 진 감독은 72-73으로 밀리던 경기 종료 직전 작전타임을 불렀다. 그리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공격이 이어졌다. 김시래가 골밑으로 번개같이 파고들어 레이업슛을 성공시켰다. 오리온스 수비가 전혀 예측하지 못한 작전이었다.
마지막 오리온스 길렌워터의 3점슛이 실패되자 리바운드를 하고 공을 던지며 승리 세리머니를 하는 것도 김시래의 몫이었다. 이날 경기 13득점 6리바운드 7어시스트. 만점 활약이었다.
농구에서 포인트가드의 기가 살면 팀 전체의 기가 산다고 한다. 그래서 이날 LG의 승리, 김시래의 활약이 의미가 있다. 4차전에도 김시래의 활약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 하나, 제퍼슨 없이 값진 역전승을 일궈낸 LG 선수들의 자신감을 하늘을 찌르게 됐다.
고양=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