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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과 박하나의 궁합, 신뢰가 만든 자신감

이명노 기자

기사입력 2015-02-03 11:17


어느 프로스포츠든 팀과 선수의 궁합은 중요하다. 이적이 계기가 돼 기량을 만개하는 케이스는 수도 없이 많다. 삼성 블루밍스의 가드 박하나(25)는 이런 면에서 참 운이 좋은 선수다. FA(자유계약선수)로 하나외환에서 삼성으로 이적하고, 올 시즌 '환골탈태'했다.


사진제공=WKBL
2008년 신인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신세계에 입단한 박하나는 오랜 시간 유망주 꼬리표를 떼지 못했다. 조금씩 좋아지기는 했지만, 지난 2013~2014시즌 평균 6.1득점을 올린 게 가장 좋은 성적이었다. 신세계에서 하나외환으로 간판을 바꿔 달은 2012~2013시즌부터 주전으로 도약했지만, 두 시즌 동안 이렇다 할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그런데 삼성은 계약기간 3년에 2억1100만원이라는 거액의 연봉을 안기며 박하나를 품에 안았다. 지난 시즌 7500만원을 받았던 박하나에게 '과도한 지출'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하지만 박하나는 조금씩 구단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박하나는 올 시즌 데뷔 후 최다인 평균 32분 57초를 뛰면서 11.1득점을 기록중이다. 3점슛 성공률은 34.3%에 이른다. 그가 성장세를 보이고 있음을 감안하면, 성공적인 영입이었다. 현재 여자프로농구는 선수 풀이 적어 주전급으로 도약할 만한 유망주가 많지 않다.

박하나는 정통 슈팅가드다. 하지만 삼성에 이적한 뒤로 포인트가드 역할도 함께 맡고 있다. 주전 포인트가드 이미선의 체력 안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미선이 없을 땐 게임 리딩에도 나선다.

박하나는 이에 대해 "아무래도 내게 도움이 더 많이 되는 것 같다. 1번을 보게 되면, 볼을 소유하는 시간이 길어서 공격 시도도 많이 하게 되고 좋은 점이 많다"며 웃었다. 아직 턴오버가 나오는 등 기복이 심한 게 단점이지만, 분명히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18일 오후 청주 실내체육관에서 2014-2015 여자프로농구 올스타전에서 3점슛 컨테스트에서 우승을 차지한 박하나(오른쪽)가 팀 동료 이미선과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청주=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01.18.
하지만 이호근 감독은 질책 보다는 격려를 하고 있다. 박하나가 1,2번 포지션을 동시에 봐야 해서 헷갈리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 포인트가드 쪽이 상황이 좋지 않아 박하나가 이미선이 없을 때 1번을 봐야 한다. 빨리 1번을 찾아 하나가 자기 자리를 찾게끔 해줘야 할 것 같다. 올 시즌 삼성에 와서 그런 것인데 좋은 경험이라고 본다. 자기 자리를 찾아가면 더 나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이 감독의 신뢰에 박하나는 변화로 답하고 있다. 한 시즌만에 급격히 좋아진 것에는 분명 이유가 있다. 박하나는 "자신감이 큰 것 같다. 하나외환에 있을 때도 가끔 1번을 봤다. 1,2번을 번갈아 보는 게 지금과는 천지차이다. 하나외환에 있을 때는 내 포지션도 못 하는 상황에서 다른 포지션까지 커버하느라 볼만 잡으면 벌벌 떨렸다"고 털어놨다.


지금은 자신감으로 뭔가를 더 해보려고 한다. 박하나는 "예전에는 내가 실수하면, 벤치에서 교체 선수가 나오는 게 보였다. 지금은 그런 게 없다. 감독님께서 내가 조금 실수를 하고 슛이 안 들어간다 해도 계속 기회를 주신다. 그 신뢰를 느끼기 때문에 '다음에 잘 하면 돼'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했다.

하위권을 맴돌던 하나외환에서 삼성으로 이적해 플레이오프 무대에 대한 꿈도 부풀었던 게 사실이다. 박하나는 "이적하면서 플레이오프에 정말 가고 싶었다. 아직 9경기가 남았는데 희망의 끈을 놓고 싶지 않다. 의미 없는 경기는 하고 싶지 않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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