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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까지만 해도 1위팀. 최근 들어 다소 힘이 떨어졌다고는 해도 1일 현재 2게임을 덜 치른 상황에서 선두 SK에 1.5게임 뒤진 2위. 유재학 모비스 감독은 "제 자리 찾아가는 겁니다"라며 '엄살'을 부린다.
시즌을 앞두고 유재학 감독은 "모비스의 전력만 놓고 봤을 때 4~5위가 예상된다"라고 했다. 사상 최초의 3연패에 도전하면서 잔뜩 몸을 사린 발언이 아니었다. 유 감독은 이것 저것 재고, 고민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누구에게나 어디서나 예의는 갖추돼 할 말은 한다. 최근 유재학 감독은 "시즌 초반 선두로 치고나갈 수 있었던 것은 정말 운이 좋았다. 상대팀들이 부상선수 속출 등 변수가 많았다. 어부지리였다"고 했다. 다시 말해 모비스는 '중천에 떠있는 해', 이제 일몰과 함께 일출을 준비해야하는 리빌딩 구단이라는 얘기다.
선수들의 노쇠화, 불투명한 외국인선수 상황, 막혀버린 신인 보충 등 산적한 과제는 숨돌릴 틈이 없다. '4~5위 전력'이 내년이면 중위권 이하로 추락할 수 있는 상황이다. 유 감독의 지도력과 모비스 구단의 잘꾸며진 운영 시스템으로 지금까진 버텼지만 한계를 직감하고 있다. 유 감독은 "좋은 선수를 영입하면 더할나위 없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 모비스만의 리빌딩은 영입보다는 육성쪽에 맞추려 한다. 어린 선수들에게 기회를 더 줘 발전할 수 있는 시간을 부여하고 있다. 더디지만 나름대로의 성과도 있다"고 밝혔다.
사실 모비스의 가장 큰 변수는 유재학 감독의 거취다. 유 감독은 2004~2005시즌부터 모비스를 맡았다. 2010년엔 5년간 20억원에 재계약을 해 첫 사령탑 연봉 4억원 시대를 열었다. 올시즌이 끝나면 'FA 감독'이 된다. 큰 이변이 없는 한 모비스와 함께 갈 가능성이 크지만 유 감독의 지도력을 탐내는 구단은 많다.
유 감독은 신인 드래프트에서 후순위로 밀린 선수들을 뽑아 팀을 끌고 왔다. 함지훈(2007년 드래프트 10순위), 천대현(2008년 드래프트 10순위), 송창용(2010년 드래프트 10순위), 이대성(2013 드래프트 11순위) 등이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다. 선수 보는 눈도 그렇지만 몇 년간 이들을 조련해 내는 능력은 그야말로 탁월했다. 모비스 구단은 전력을 다해 유 감독을 잡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잘 나갈때 다음을 준비하는 것. '명가'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