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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가 파죽의 7연승을 거뒀다. 경기종료 2초 전 김시래의 역전포가 터졌다. 짜릿한 역전승이었다.
LG는 23일 창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3~2014 KCC 프로농구 정규리그 홈 경기에서 천신만고 끝에 삼성에 82대81로 승리했다. 김시래(21득점)와 데이본 제퍼슨(26득점)이 맹활약했다. 삼성은 김준일이 24득점으로 분전했다.
LG는 6연승, 삼성은 5연패. LG의 기세가 너무 좋은 상태. 사실 LG의 압승 가능성이 높은 경기. 삼성은 리오 라이온스의 트레이드 여파로 김준일 외에는 뚜렷한 득점원이 없었다.
이날 승패보다 관심을 모았던 관전 포인트는 LG 김종규와 삼성 김준일의 맞대결이었다. 경기 전 김종규는 "힘있는 상대를 만나면 힘겨운 경우가 많다. (김)준일이의 힘은 타고났다"고 했다.
LG는 초반 경기를 주도했다. 스타팅 멤버에 김종규를 넣지 않았다. 체력적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장치. 그러나 여전히 기세는 날카로웠다. 김영환의 3점슛 2개와 김시래의 내외곽 플레이가 빛을 발했다. 20-11로 무난히 앞서갔다.
이때 인상적인 장면이 나왔다. 김준일이 쏜 미드레인저 점프슛이 림을 맞고 튀어나왔다. 불발될 것을 직감한 김준일은 그대로 달려들어 수비 리바운드를 잡으려는 데이본 제퍼슨을 힘으로 밀어내고 공격 리바운드를 잡은 뒤 골밑 슛을 성공시켰다. 바스켓 카운트까지 얻었다. 반면 LG는 삼성이 3-2 지역방어로 바꾸자 공격의 실마리를 풀지 못했다. 결국 23-16으로 LG가 앞선 채 끝냈지만, 확실한 우위를 점하진 못했다.
●2쿼터=핵 어 메시(Hack-A-massie)
LG는 조금씩 추격을 당하기 시작했다. 수비의 견고함이 아쉬웠다. 일단 제퍼슨의 수비에는 문제가 있었다. 공격력만큼은 역대 최강급 포스를 자랑하는 외국인 선수.올스타 브레이크 이후 LG의 상승세를 진두지휘하는 선수임은 분명하다. 그런데 그의 2대2 수비를 보면 극단적이다. 아예 헷지(스크린을 받은 공격수를 빅맨이 방해하기 위해 길목을 체크하는 수비방법)를 하지 않거나, 뛰어난 순발력을 이용한 스틸을 시도한다. 그런데 실패로 돌아갈 경우 쉽게 오픈 찬스를 내준다. 이런 제퍼슨의 수비는 불안하다. LG의 기복이 심해지는 단초가 되곤 한다. 상대 2대2 공격이나 외곽 찬스를 쉽게 내주기 때문이다. 특히 모비스나 SK와 같은 강팀을 만나거나, 플레이오프와 같은 결정적 승부처에서는 불안요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22-30으로 뒤진 삼성은 제퍼슨의 스틸이 실패한 틈을 타 3점포를 성공시켰다. 결국 삼성은 33-33, 동점을 만들었다. LG는 제퍼슨 대신 크리스 메시를 투입했다.
메시는 파워가 뛰어난 외국인 선수다. 골밑에서 쉽게 자리를 잡았고, 볼이 투입됐다. 그러자 삼성은 아예 반칙으로 사전 차단을 했다. 핵-어-샤크(Hack-A-Shaq·자유투가 약한 강력한 센터 샤킬 오닐을 막기 위한 고의 반칙전술)를 차용한 핵-어-메시였다. 결국 6개의 자유투 중 메시는 단 하나만을 성공시켰다. 하승진과 메시와 같은 자유투가 약한 선수는 치명적 약점을 가질 수밖에 없다. 특히 박빙의 승부처에서는 믿고 기용할 수 없다.
여기에서 삼성은 LG 외곽수비의 약점을 이용했다. 스크린을 받은 이시준이 3점슛 2개를 성공시켰고, 활발한 움직임으로 2대2 백도어 컷을 연속으로 집어넣었다. 김시래 유병훈 등 LG 가드들의 부족한 수비 집중력때문이다. 2대2 스크린 수비를 할 때 빅맨들과 함께 호흡을 맞추는 숙련도가 부족했다. 단순한 기브 & 고나 백도어 컷에 수비가 뚫리는 것은 외곽 수비의 끈질김과 치열함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결국 삼성은 역전에 성공했다. 43-39, 4점차로 앞선 채 전반전이 끝났다.
●3쿼터=삼성의 집요한 골밑 공략
제퍼슨의 극단적 수비, 외곽의 수비 집중력 부족은 LG가 '대권'에 도전하기 위해 꼭 고쳐야 할 약점이다. 이런 수비 불안이 더욱 위험한 것은 경기 분위기를 너무나 쉽게 내주기 때문이다. 게다가 선수들의 심리는 더욱 위축되면서 경기력이 나빠질 확률이 높아진다.
기세가 오른 삼성은 3쿼터 초반 맹공을 퍼부었다. 박재현의 3점포가 터졌다. 김준일은 제퍼슨과 문태종의 기습적인 더블팀을 뚫고 바스켓카운트를 얻어냈다. 곧이어 골밑수비가 강하지 않은 제퍼슨을 상대로 클랜턴이 연달아 골밑슛을 성공시켰다. 순식간에 56-40, 16점차로 점수가 벌어졌다. 설상가상으로 제퍼슨은 3쿼터 2분14초를 남기고 판정에 항의하며 테크니컬 파울을 받았다.
삼성은 착실하게 클랜턴과 김준일의 하이-로 게임을 중심으로 LG 골밑을 효율적으로 공략했다. 68-55, 13점 차의 삼성 리드.
●4쿼터=해결사 DJ
제퍼슨은 3쿼터 파울트러블에 걸렸다. LG에 또 다른 악재가 나왔다. 훅슛을 시도한 이후 착지과정에서 메시가 차재영의 발에 발목이 돌아갔다. 다시 제퍼슨이 투입됐다.
LG는 클랜턴의 집요한 골밑공격을 김종규와 제퍼슨의 기습적인 더블팀으로 대처했다. 그러자 삼성은 김준일이 2대2 공격에 의한 깨끗한 미드 레인지 점프슛으로 활로를 뚫었다. 승부처가 다가왔다. 77-67, 불안한 삼성의 10점 차 리드.
남은 시간은 3분50초. 제퍼슨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상대 반칙에 의한 자유투를 모두 성공한 제퍼슨은 속공을 성공시킨 뒤 반칙까지 얻어냈다. 자유투를 실패했지만, 또 다시 공격리바운드를 잡은 뒤 절묘한 바디 컨트롤로 골밑슛을 성공시켰다. 71-77, 6점차까지 따라왔다. 기세가 오른 LG는 유병훈이 스틸에 의한 속공을 성공시키며 4점 차.
제퍼슨의 괴력은 계속됐다. 2~3중의 마크에도 개의치 않고, 골밑으로 접근해 플로터를 성공시키거나, 자유투를 얻어냈다. 뛰어난 순발력과 강력한 볼 컨트롤, 지능적인 몸싸움이 결합된 현란한 움직임이었다. 결국 LG는 35.6초를 남기고 김영환의 자유투로 80-79, 역전에 성공했다. 경기종료 4분 전부터 제퍼슨은 무려 12점을 집중시켰다. 하지만 삼성은 다시 가르시아의 골밑슛으로 역전. 남은 시간은 10.2초.
LG의 마지막 공격. 제퍼슨이 치고 들어가다 외곽의 김시래에게 패스했다. 한차례 페이크로 수비수를 따돌린 김시래는 3점 라인을 밟은 뒤 그대로 슛을 던졌다. 림에 빨려들어갔다. 경기는 끝났다.
LG는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하지만 집중력 떨어진 수비로 위기를 자초한 뒤 천신만고 끝에 얻은 1승이었다. 역전승은 너무나 짜릿했지만, 냉정하게 보면 반성할 부분이 많은 경기였다. 창원=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