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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 김준일, 이동준에게는 애증의 존재?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4-12-31 10:10 | 최종수정 2014-12-31 10:10



김준일. 서울 삼성 썬더스는 신인 보배를 건졌지만 이 선수에게는 애증의 존재일 수 있다. 바로 같은 포지션의 토종 빅맨 이동준이다. 김준일은 신인이지만 높이와 스피드를 앞세운 패기 넘치는 경기력으로 주전 자리를 차지했다. 당연히 이동준이 벤치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이동준도 연봉 4억원을 받는 스타플레이어. 과연 이동준은 김준일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이동준은 30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안양 KGC와의 경기에서 모처럼 만에 스타팅 멤버로 출전, 맹활약하며 팀의 72대71 대역전승을 이끌었다. 정확한 미들슛으로 전반에만 19점을 성공시키는 등 이날 경기 21득점하며 팀 공격을 이끌었다. 경기 후 이상민 감독이 "오랜만에 스타팅으로 나갔는데 잘해줬다"라고 칭찬을 했을 정도.

하지만 이동준의 이름값이라면 이 한 경기에 만족해서는 안된다. 이동준은 한참 어린 후배 김준일의 존재감에 대해 "한국에 온 후 처음으로 이렇게 출전시간이 줄어들었다. 처음 겪는 상황이라 기분이 묘했다"라고 했다. 이번 시즌 포함, 이동준의 8시즌 평균 출전시간은 26분30초. 지난 시즌은 무려 30분30초를 뛰었다. 하지만 이번 시즌은 32경기 14분24초에 그치고 있다. 10분대 출전시간을 기록하는 건 이번 시즌이 처음이다. 반면, 신인 김준일은 27분30초를 소화하고 있다.

수비가 문제였다. 이동준의 수비 문제는 한국 데뷔 때부터 지적받아온 문제. 이상민 감독의 눈밖에 난 결정적인 이유다. 수비를 중시하는 한국이 아닌 미국에서 농구를 해와 기본적인 수비 스킬과 이해도가 떨어진다. 특히 지역방어에서 많은 약점을 노출한다. 하지만 이동준은 실망만 하지 않고 고민했다. 그는 "경기에 못나가 속상해하기 보다는, 무엇을 해야하는지 생각했다. 수비라든지, 감독님께서 원하는게 무엇인지 많이 생각했다"라고 했다.

그렇다고 김준일을 미워(?)할 수만도 없다. 자신의 플레이 스타일을 살려줄 수 있는 동료이기 때문이다. 이동준은 "김준일과 함께 뛰면 편하다. 어느 팀이든 미스매치가 발생한다"라고 했다. 이동준-김준일과 같은 토종 빅맨이 동시에 출전할 수 있는 팀은 없다. 따라서 상대 토종 빅맨이 김준일을 맡게 되면 이동준에게는 상대적으로 키가 작은 스몰포워드 포지션 선수가 수비를 붙는다. KGC를 예로 들면 최현민, 양희종, 정휘량 등이다. 2m의 키를 자랑하는 이동준이 1대1 공격을 상대적으로 쉽게 할 수 있다. 이동준은 "김준일에게 상대 빅맨 수비가 몰리면 나에게 중거리슛 찬스가 많이 난다. 수비 때도 서로 스위치 수비를 유연하게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이동준이 김준일의 효과를 누리기 위해서는 공-수에서 궂은 일을 더 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외국인 센터 클랜턴이 코트에 서는 시간을 줄여야 하기 때문. 이동준은 "포워드 플레이를 하는 라이온스와 함께 뛰면 정말 편하다. 패스를 잘해준다. 공 없을 때 열심히 움직이면 찬스가 난다. 나는 힘들게 포스트업 하는 것보다 패스를 받아 중거리슛을 던지는게 편하다. 또, 라이온스를 막기 위해 수비가 외곽으로 나가면 나같은 빅맨들의 활동 반경이 넓어진다. 클랜턴이 들어와 김준일과 나까지 빅맨 3명이 한꺼번에 뛰면 공간을 만드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 이상민 감독은 "이제까지 수비를 강화하기 위해 이 선수, 저 선수 다 투입해봤다. 하지만 안되더라. 그럴 바에는 공격 강점을 극대화하는 카드로 밀고나갈 생각"이라고 말하며 이동준의 출전시간을 늘려줄 것임을 시사했다. 과연, 이동준이 삼성 반전의 중심에 설 수 있을까. 김준일과의 토종 빅맨 듀오 탄생 과정을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는 관전 포인트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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