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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L 또 다른 난맥상, 공인구가 없어졌다

류동혁 기자

기사입력 2014-12-15 10:13


올 시즌 공인구로 채택된 나이키 공. 사진제공=KBL

갑자기 올 시즌 프로농구 공인구가 사라졌다. 결과적으로 그런 모양새가 됐다.

KBL과 공인구 계약을 맺기로 했던 나이키. 양측이 충돌했다. 계약조건을 끝내 조율하지 못했다. 결국 맺지 못했다.

당초 KBL과 나이키는 7월 말 접촉했다. 그리고 구두 합의를 했다. 3년 계약에 매년 현금 1억5000만원, 현물 2억8000만원 등 총 4억3000만원을 받기로 했다.

시즌 전 계약을 하지 못했다. 한국 나이키 측은 미국 본사에 계약서를 제출하느라 시간이 좀 많이 걸렸다. 결국 계약서를 작성하지 못한 채, KBL은 나이키 공을 올 시즌 공인구로 채택했고, 시즌이 시작됐다.

뒤늦게 세부적인 계약조건이 나왔고, 합의 과정에서 충돌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7~8가지의 항목에서 의견일치가 되지 않았다.

최종적으로 2가지 조건만 남았다. KBL은 한-중-일 챔피언십 대회를 추진하고 있다. 이 대회에 나이키 공을 쓰느냐 마느냐를 놓고 갑론을박했다. 결국 나이키에서 양보했다. 쓰지 않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 KBL 리그에서만 사용하는 것으로 합의를 봤다.

하지만 마지막 남은 단 하나의 조건은 끝내 일치하지 못했다. 우선협상기간에 대한 부분이다.

KBL 측의 주장은 이렇다. 계약발효기간은 2014년 10월1일이다. 따라서 3년 계약이면, 만료기간은 2017년 9월30일까지다.


애초에 나이키는 이 기간을 지켜달라고 얘기했다. 하지만 KBL은 통상 시즌이 끝났을 때를 계약만료시점으로 잡는다. 그래야 공인구가 바뀔 경우 10개 구단에 새로운 볼에 대한 적응할 시간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양측의 이같은 대립은 협상이 필요한 부분이었다.

통상 3년 계약이면 당연히 계약기간을 채워야 한다는 나이키 측의 주장과 시즌이 끝났을 때를 계약 만료시점으로 잡는다는 KBL의 주장 모두 일리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 부분도 나이키가 양보를 했다. 계약 만료시점은 2017년 5월31일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단, 여기에 조건이 있었다. 나이키는 우선협상기간 90일을 얘기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이렇다. 계약만료시점 2개월 전인 2017년 3월31일까지 우선 협상을 나이키와 한다. 만약 재협상이 결렬되면, 4월1일부터 KBL은 다른 업체와 계약할 수 있다. 계약이 되면 나이키에게 계약조건을 통보해야 한다. 나이키가 20일 내에 그 조건에 재계약 협상여부를 다시 KBL에 통보해야 한다.

4월1일부터 5월31일까지 KBL이 마땅한 업체를 찾지 못할 수도 있다. 이때도 계약기간이 정식으로 끝나는 6월1일부터 90일간 우선협상기간을 나이키가 갖는다는 조건이다. 즉, 6월1일부터 90일 내에 KBL이 다른 업체와 계약을 맺게 된다면 나이키에게 조건을 통보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 부분, '90일간의 우선협상기간'을 KBL은 끝내 받아들이지 못했다.

KBL은 확실히 문제가 있다. 구체적인 이유가 있다. KBL은 오랫동안 공인구로 사용했던 '스타'와 계약을 끝냈다. 그리고 새로운 공인구 업체를 물색했다. 몰텐, 윌슨 등 업체를 찾아갔지만, 반응은 좋지 않았다. 현금없이 현물만 지급하겠다는 조건들이었다. 인기가 급락한 KBL의 현실을 보여주는 장면. 유일하게 현금과 현물을 동시에 주겠다는 브랜드는 나이키밖에 없었다. KBL 입장에서는 당연히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면, 국제경쟁력을 위해 현금을 양보하더라도 FIBA 공인구 몰텐을 쓰는 게 유일한 대안이었다.

그런데 KBL은 나이키를 택했다. 우선협상기간 조건을 살펴보면, 그렇게 까다롭지 않다. 충분히 수용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KBL은 끝내 계약을 결렬시켰다. '우선협상기간 90일'의 조건이 불공정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다.

더욱 큰 문제는 KBL 이사회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공인구 계약은 매우 커다란 이슈다. 때문에 계약이 결렬되는 과정에서 당연히 이사회의 합의가 있어야 하는 부분이다. 그런데 10개 구단 대부분의 단장들은 이 사실에 대해 모르고 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접한 모 구단 단장은 "이사회에서 나왔던 얘기는 '나이키가 불공정 계약을 한다'는 보고를 들었을 뿐이다. 그 이후 결론이 나온 게 없다"고 했다. 또 다른 단장은 "현재 KBL은 나이키 외에는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90일간의 우선협상기간이 (결렬시킬 만큼) 왜 그렇게 중요한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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