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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근-양희종 빠진 KGC, 비주류의 반란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4-11-30 17:59


30일 오후 안양 실내체육관에서 2014-2015 프로농구 부산 KT와 안양 KGC의 경기가 열렸다. 4쿼터 3점슛을 성공시킨 KGC 김기윤(맨 왼쪽)이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안양=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2014.11.30.

"세근이도 없고, 희종이도 없고…."

프로야구 무대에서 90년대 말 해태 타이거즈(KIA 전신) 김응용 감독의 한마디로 큰 유행이 됐던 말이 있다. "(선)동열이도 없고, (이)종범이도 없고"였다. 당시 팀 투-타의 주축이던 두 사람이 일본 무대로 진출해 전력이 약해진 팀 사정을 빗대 김 전 감독이 쓴 말이었다. 이 말은 지금까지도 각 프로스포츠 종목 선수들이 없으면 감독들이 자주 쓰는 말로 자리를 잡았다.

부산 KT 소닉붐과의 경기를 앞둔 30일 안양실내체육관 KGC의 라커룸. 이동남 감독대행은 한숨을 내쉬었다. 장기로 치면 차-포를 떼고 경기를 해야할 판이었다. 오세근이 28일 서울 SK 나이츠전에서 왼 발목부상을 당했는데, 상태가 심각했다. 좌측 족관절 내측복사뼈 골절. 전치 3주 진단이 나왔다. 여기에 주장 양희종마저 SK전에서 상대 선수와 충돌할 때 우측 종아리 부상을 당하고 말았다. 이날 경기 두 사람은 라인업에 아예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똘똘한 가드 김윤태는 눈병에 걸려 엔트리 아웃. KGC는 지난 10월 15일 서울 삼성 썬더스전에서 우측 어깨 탈골 후 재활에만 매달린 신인 가드 김기윤까지 포함해 엔트리를 작성해야 했다.

전태풍과 찰스 로드가 건재하고 최근 이재도라는 새로운 스타까지 탄생시킨 KT는 까다로운 상대였다. 하지만 이날 경기 그동안 코트에 많이 나서지 못했던 선수들이 그동안의 설움을 폭발시키며 팀에 값진 승리를 안겼다. KGC는 경기 막판까지 KT와 접전을 펼치다 경기 종료 3분34초전 터진 김기윤(4득점)의 극적인 3점포와 투혼의 수비를 앞세워 84대82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박찬희(15득점) 강병현(13득점) 이원대(10득점) 등 그동안 좋은 활약을 해준 주축 선수들도 잘했다. 하지만 고비 때마다 깜짝 활약을 해준 백업 멤버들의 활약이 오히려 경기 분위기를 뒤집었다. 군 전역 후 거의 코트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던 김보현(6득점)은 강력한 수비와 고비 때마다 터뜨린 미들슛으로 팀에 승기를 안겨줬다. 시즌 개막 후 고작 4분40초를 뛰었고, 오랜 시간 경기 출전 없었던 김기윤은 승부처 대담한 3점포로 경기장 분위기를 뜨겁게 달궜다. 수비가 앞에 있었고, 코트에 넘어가자마자 던진 슛이었기에 다소 무리한 감도 있었지만 결과가 좋으니 해피엔딩이었다. 접전 상황서 의외의 선수에게 충격타를 맞자 KT가 오히려 더욱 휘청이는 모습이었다. 지난해 입단한 2년차 슈터 전성현도 평소보다 많은 26분17초의 플레잉 타임을 소화하며 9득점을 해줘 승리에 보탬이 됐다.

주축 선수들이 많이 빠져 분위기가 침울할 줄 알았지만, KGC 벤치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함성으로 동료들의 플레이를 응원했다. 선수들이 많이 어려 노련하지 못했다. 그래서 상대 전태풍과 찰스 로드의 2대2 플레이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며 어려운 경기의 빌미를 제공했다. 김기윤은 84-80으로 앞서던 경기 종료 3.9초 전, 어이없는 3점슛 파울을 상대에 주기도 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노련미를 패기로 메우는 모습. 이를 악물고 한 번 더 뛰는 수비로 상대 공격을 끝까지 막아냈다. 공격에서도 개인 플레이를 하기 보다는, 주고 뛰는 기본 플레이를 선수들이 성실하게 수행해줬다.

주축 선수들이 앞으로도 결장 가능성이 높지만, 이날 경기를 통해 KGC는 희망의 끈을 찾았다.


안양=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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