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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온스는 아직 진정한 시험대에 오르지 않았다

류동혁 기자

기사입력 2014-10-28 11:14 | 최종수정 2014-10-28 11:15


2014-2015 프로농구 고양오리온스와 전주KCC의 경기가 27일 고양체육관에서 열렸다. KCC를 상대로 81대58 대승을 거둔 오리온스 이승현이 동료들과 하이파이브 하고 있다. 이로써 8연승을 달린 오리온스는 개막전 최다연승의 타이기록을 달성했다.
고양=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4.10.27/



오리온스 추일승 감독은 28일 KCC전을 앞두고 의미있는 말을 했다. '우승을 하기 위해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전혀 안심할 단계가 아니다. 아직 부족한 게 많다. 경기력이 좀 더 올라와야 한다"고 했다. "안심할 단계가 아니다"라는 말과 "경기력이 좀 더 올라와야 한다"는 두 가지의 멘트는 중요하다.

현 시점에서 오리온스의 기세와 전력이라면 당연히 정규리그 우승과 챔피언결정전 반지라는 통합우승을 노려볼 만하다. 거침없는 8연승. 프로농구 개막 최다연승 타이기록. 그러나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도 사실이다. 거기에는 수많은 변수가 도사리고 있다. 두 가지 멘트 속에서 오리온스의 숙제들이 담겨져 있다.

●왜 안심할 단계가 아닐까

일단 이 질문에 답하기 전 오리온스의 전력과 분위기의 변화를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12~2013 시즌을 앞두고 오리온스는 '빅3'를 결성했다. 삼성에서 오리온스로 이적한 뒤 에이스로 성장한 김동욱. KCC에서 혼혈선수 드래프트로 지명된 전태풍. 그리고 뛰어난 잠재력을 지닌 최진수가 있었다. 당시 시즌 전 모든 감독들이 "오리온스가 가장 위협적인 다크호스"라고 지목했다.

하지만 예상만큼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전태풍은 수비력이 약했다. 최진수는 기본적인 패턴과 수비에서 약점을 보였다. 대표팀에서 유재학 감독은 "최진수가 기능은 좋지만, 기본적인 수비스텝부터 고쳐야 되는 선수"라고 했다. 김동욱은 부상과 복귀를 반복했다. 결국 핵심선수들의 응집력 자체가 떨어졌다. 강팀의 필수조건인 수비력에서 많은 허점을 보였다. '빅3'는 실패로 돌아갔다.

전태풍은 4대4 트레이드로 KT로 갔다. 최진수는 상무에 입대했다. 대신 오리온스는 팀의 정신적 리더 김도수와 센터 장재석을 얻었다. 신인드래프트 1순위로 이승현을 뽑았다. 이현민과 한호빈이 가세했다. 결국 화려한 빅3가 해체됐지만, 오히려 내실이 꽉 찬 멤버들이 주전자리를 대신했다. 결국 외국인 선수 '길렌워터의 대박'까지 터지면서 오리온스는 거침없는 질주를 하고 있다.

8연승의 가장 기본적인 원동력은 끈끈함이다. 올 시즌 추 감독 승리 소감의 단골메뉴는 항상 "외곽의 압박이 주효했다"는 멘트다. KCC전에 승리한 뒤 "연승보다는 변함없는 수비를 항상 강조한다"고 했다. 이 말의 이면에는 빅3 시절 혼란스러웠던 팀 조직력에 대한 경계가 포함돼 있다. 장재석은 "보이지 않는 궂은 일에 선수들이 열심히 한다. 이승현도 그렇고 김강선도 그렇다. 결국 팀 응집력이 좋아진 부분"이라고 했다. 100% 맞는 말이다.


그러나 이것이 8연승의 이유를 온전히 설명해주진 않는다. 냉정한 프로의 세계에서 승패는 상대적이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아이러니컬하게 오리온스에게 완벽한 호재다.

대표팀 차출로 인해 오리온스의 전력손실은 없다. 현 시점에서 오리온스와 함께 우승을 경쟁할 수 있는 잠재적 라이벌을 보자. 모비스와 LG가 가장 강력한 대항마다.

그런데 모두 전력이 온전치 않다. 모비스는 이대성이 부상 중이다. 함지훈의 컨디션이 좋지 않다. 양동근 역시 체력적 부담으로 공격에서 기여도가 떨어진다.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빠르면 2라운드 중반이나 3라운드 정도가 되어야 제 경기력을 찾을 것 같다"고 했다. 모비스는 유 감독과 함께하지 못한 비시즌의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경기력이 일정치 않다.

LG 역시 마찬가지다. 극심한 체력부담을 느낀 문태종은 특별한 부상은 없다. 하지만 2라운드 시작되기 전까지 휴식을 취하고 있다. 제퍼슨은 비시즌동안 몸을 제대로 만들지 못했다. 결국 원-투 펀치가 사라진 LG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중거리슛을 장착하며 기량이 향상된 김종규도 휴식이 필요하다. 결국 시즌 초반 강력한 견제를 해야 할 두 팀의 전력이 약화되면서 오리온스는 8연승을 질주할 수 있었다.

●경기력의 두 가지 의미

추 감독도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모비스와 LG 뿐만 아니라, 나머지 팀들도 전력 상승 가능성은 충분하다. KGC는 오세근이 가세했다. KCC 허 재 감독은 "하승진이 아직 제 컨디션이 아니다"라고 했다. 동부 역시 김주성이 체력적 부담 속에서 서서히 전력을 갖추고 있다. 심스가 부상에서 가세한 SK도 무시할 수 없는 강호다. 이들은 모두 시간이 필요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는 "아직 우승전력이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상대팀 전력이 올라온 시점에서 경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준비를 강조한다. "오리온스의 경기력이 올라와야 한다"고 얘기했다. 여기에서 말하는 경기력이란 두 가지 의미를 갖는다. 전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선수의 성장이나 가세. 또 공수 조직력의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것이다.

현 시점에서 오리온스는 내외곽의 밸런스가 잘 갖춰져 있다. 당초 약하다고 생각했던 가드진은 이현민 한호빈 김강선 등이 돌아가면서 좋은 역할을 한다. 길렌워터와 가르시아의 외국인 선수 조합, 풍부한 포워드진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게다가 조직력에 대한 개념을 실전에서 잘 발휘하는 희생정신이 투철한 선수들이 많다.

때문에 표면적으로 볼 때 공수 조직력은 완성형에 가깝다. 그러나 오리온스가 고전할 때 외국인 선수와 토종선수들 간의 조화가 잘 이뤄지지 않는 미세한 약점이 있다. 아직 유기적인 호흡의 완성도가 높지 않기 때문이다. 이 부분의 보완은 필요하다.

더욱 중요한 것은 김동욱의 부활 여부다. 그는 부상으로 인해 몸 컨디션이 정상이 아니다. 사실 지금 시점에서 그가 마땅히 들어갈 자리가 없어 보이는 부분도 있다. 게다가 그는 최근 2년 동안 부진했다. 기본적으로 게을렀다. 하지만 여전히 능력을 갖춘 선수는 맞다. 경험이 풍부하다. 페넌트레이스 고비 때나 플레이오프 중요한 시점에서 전술적으로 유용하게 쓸 수 있는 부분이 있다. 그러나 팀에 자신을 맞춰야하는 과제가 있다.

추 감독은 "김동욱을 어떻게 쓰느냐를 고민하고 있다. 전력을 강화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잘 써야한다"고 했다.

오리온스가 현 시점에 만족하지 않는다는 점은 충분히 고무적이다. 우승확률을 올릴 수 있다. 하지만 그 과정이 중요하다. 모비스는 지난 2년간 시즌 중 전력강화로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LG 역시 지난 시즌 챔프전 혈투로 큰 경기 경험을 얻었다. 오리온스는 아직 진정한 시험대에 오르지 않았다. 그 시험대를 어떻게 대처하고 어떻게 전력이 변화하는 지 지켜보는 일은 그래서 필요하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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