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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순위' 오리온스 이승현, 프로 데뷔전 어땠나?

이명노 기자

기사입력 2014-10-12 09:44


4득점 3리바운드 3스틸 2블록슛. 평범할 수 있는 기록이지만, 분명 인상 깊은 데뷔전이었다.

올시즌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 이승현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이승현(22·오리온스)은 11일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삼성과의 2014~2015시즌 개막전에서 17분 36초간 코트를 누볐다. 팀이 79대72로 개막전에서 승리하는데 큰 공헌을 했다. 기록 이상으로 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오리온스 이승현. 사진제공=KBL
사실 대학 시절 이승현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는 경기는 아니었다. 이승현 본인도 "긴장해서 그런지 원래 내가 하던 플레이를 보여드릴 기회가 없었다"고 밝힐 정도였다.

시즌 개막을 한 달도 남기지 않고 신인드래프트가 열리는 현행 시스템상, 신인들은 시즌 초반 적응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승현은 그동안 오리온스와 고려대학교의 '두 집 살림'을 해야 했다. 오전에는 오리온스 팀 훈련을 소화하고, 오후에는 고려대 훈련에 참가하는 식이었다. 사상 첫 1순위 지명의 기쁨을 안은 오리온스는 매일같이 이승현을 차로 실어 나르며 공을 들였다.

데뷔전에서 보여준 플레이는 그 결과물이었다. 적응 기간이 짧았음에도 이승현은 수비에서 특히 적극적인 모습이었다. 이제 갓 프로로 온 선수에게 일정 수준 이상의 공격을 요구하는 건 쉽지 않다. 대신 이승현은 팀 수비에 빠르게 녹아들었다.

추일승 감독 역시 이승현에게 엄지를 치켜들었다. 경기 후 그는 "후반에 승현이가 쫓아가서 블록을 한다든지, 도움수비를 하는 그런 부분이 경기의 주도권을 가져오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며 "코트 안에서 굉장히 좋은 모습을 보였다. 앞으로 팀에 잘 녹아들 수 있을 것 같다. 앞으로의 프로 생활도 긍정적으로 본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승현은 후반 들어 적재적소에서 스틸과 블록슛을 성공시켰다. 그때마다 오리온스는 분위기를 살릴 수 있었다. 4득점 역시 상대에게 맹렬히 추격당할 때 나온 귀중한 득점이었다.


2014-2015 한국프로농구(KBL) 신인드래프트가 17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렸다. 1라운드 1순위에 지명된 고려대 이승현이 소감을 말하고 있다.
대학 재학생 35명과 일반인 참가자 4명을 포함한 총 39명이 신인드래프트에 나서 10개구단의 선택을 기다린다.
잠실학생체=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4.09.17/
이승현은 개막전 전날 고려대 소속으로 마지막 경기에 나섰다. 고려대와 연세대의 정기전, 대학 생활 마지막 무대인 만큼, 이승현도 끝까지 뛰었고 끝내 팀에 정기전 승리를 안겼다. 체력적인 문제가 우려됐지만, 이승현은 이튿날 프로 데뷔전마저 성공적으로 치렀다.


그는 "어제까지 고대 선수에서 오늘 오리온스 선수로 첫 경기를 뛰었다. 개막전이고 프로 데뷔전이라 2쿼터엔 긴장을 좀 한 것 같다. 그래도 적응이 돼 3쿼터 들어서는 긴장감이 풀려 수월하게 했다"며 웃었다.

전날 정기전 승리의 감격은 얼마 누리지 못했다. 그는 "단상 위에서 막걸리 한 잔만 마시고, 바로 팀으로 왔다"며 "신인인데 죽기 살기로 해야 한다. 신인이라고 뭘 하기 보다는 팀의 궂은 일은 내가 도맡아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승현읜 자신의 데뷔전에 만족스러운 점수를 주지 않았다. 그는 100점 만점에 40점이라고 했다. "그나마 40점은 궂은 일을 잘 한 것 같아서 준 것"이라고 말했다.

프로와 아마추어는 확실히 다르다. 고려대를 이끌던 '두목 호랑이' 이승현은 더 이상 없다. 이제 오리온스의 일원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일만 남았다. 이승현은 "확실히 프로는 프로인 것 같다. 아마추어랑은 확연히 다르다. 벤치에서 작전 지시나 선수들 플레이 이런 게 전부 다 달라서 빨리 적응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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