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득점 3리바운드 3스틸 2블록슛. 평범할 수 있는 기록이지만, 분명 인상 깊은 데뷔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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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개막을 한 달도 남기지 않고 신인드래프트가 열리는 현행 시스템상, 신인들은 시즌 초반 적응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승현은 그동안 오리온스와 고려대학교의 '두 집 살림'을 해야 했다. 오전에는 오리온스 팀 훈련을 소화하고, 오후에는 고려대 훈련에 참가하는 식이었다. 사상 첫 1순위 지명의 기쁨을 안은 오리온스는 매일같이 이승현을 차로 실어 나르며 공을 들였다.
데뷔전에서 보여준 플레이는 그 결과물이었다. 적응 기간이 짧았음에도 이승현은 수비에서 특히 적극적인 모습이었다. 이제 갓 프로로 온 선수에게 일정 수준 이상의 공격을 요구하는 건 쉽지 않다. 대신 이승현은 팀 수비에 빠르게 녹아들었다.
추일승 감독 역시 이승현에게 엄지를 치켜들었다. 경기 후 그는 "후반에 승현이가 쫓아가서 블록을 한다든지, 도움수비를 하는 그런 부분이 경기의 주도권을 가져오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며 "코트 안에서 굉장히 좋은 모습을 보였다. 앞으로 팀에 잘 녹아들 수 있을 것 같다. 앞으로의 프로 생활도 긍정적으로 본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승현은 후반 들어 적재적소에서 스틸과 블록슛을 성공시켰다. 그때마다 오리온스는 분위기를 살릴 수 있었다. 4득점 역시 상대에게 맹렬히 추격당할 때 나온 귀중한 득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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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어제까지 고대 선수에서 오늘 오리온스 선수로 첫 경기를 뛰었다. 개막전이고 프로 데뷔전이라 2쿼터엔 긴장을 좀 한 것 같다. 그래도 적응이 돼 3쿼터 들어서는 긴장감이 풀려 수월하게 했다"며 웃었다.
전날 정기전 승리의 감격은 얼마 누리지 못했다. 그는 "단상 위에서 막걸리 한 잔만 마시고, 바로 팀으로 왔다"며 "신인인데 죽기 살기로 해야 한다. 신인이라고 뭘 하기 보다는 팀의 궂은 일은 내가 도맡아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승현읜 자신의 데뷔전에 만족스러운 점수를 주지 않았다. 그는 100점 만점에 40점이라고 했다. "그나마 40점은 궂은 일을 잘 한 것 같아서 준 것"이라고 말했다.
프로와 아마추어는 확실히 다르다. 고려대를 이끌던 '두목 호랑이' 이승현은 더 이상 없다. 이제 오리온스의 일원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일만 남았다. 이승현은 "확실히 프로는 프로인 것 같다. 아마추어랑은 확연히 다르다. 벤치에서 작전 지시나 선수들 플레이 이런 게 전부 다 달라서 빨리 적응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