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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을 준 경기였다.' '한국 남자농구가 이렇게 재미있었나.'
27일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열린 인천아시안게임 남자농구 8강 H조 한국과 필리핀의 경기 후 나온 반응이다. 한국 대표팀은 3쿼터 한 때 15점 이상의 리드를 상대에 허용하며 패색이 짙었지만, 불꽃같은 투혼과 정확한 3점슛을 터뜨리며 97대95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한국나이로 40인 문태종(38득점)이 믿을 수 없는 3점쇼를 터뜨리며 놀라움을 선사했고, 수비의 스페셜리스트로 인식돼왔던 양희종은 경기 막판 승부처에서 소름이 돋게하는 쐐기 3점포를 터뜨려 전국민들을 들썩이게 했다.
남자농구는 필리핀전을 계기로 아시안게임 최고 인기 종목으로 올라설 모양새다. 필리핀전 종료 후 인터넷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에 남자농구 관련 검색어들이 상위권을 점령했다. 평소 상상할 수 없던 기사 댓글 수를 기록했다. 모두 칭찬 일색. 선수들의 투혼과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경기에 전국민이 감동을 받았다. 더욱 치열할 경기가 이어질 4강 토너먼트에는 국민들의 더 큰 관심이 모아질 전망이다.
아시안게임 메달 색깔도 중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게 있다. 아시안게임의 기세를 몰아 땅으로 떨어진 남자농구의 붐을 일으켜야 한다. 결국, 팬들의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좋은 경기력을 보여줘야 하고 스타가 나와야 한다. 이번 아시안게임을 통해 문태종, 양희종, 조성민 등 프로농구 스타플레이어들이 전국민 누가봐도 알아볼 수 있는 전국구 스타로 발돋움 해야 한다. 그래야 프로농구가 살아날 수 있다.
남자농구 대표팀은 지난 프로 시즌을 마친 후 곧바로 합숙에 돌입, 5개월 간 피땀 흘려 아시안게임을 준비했다. 시즌 후 쉬지도 못했다. 그리고 아시안게임 종료 후 곧바로 새 시즌이다. 푹 쉬어야 하는 쉬기에 쉬지도 못했을 뿐더러, 누가 월급을 주지도 않았다. 여기에 농구의 경우 병역 혜택에 민감하지도 않다. 그 점을 노려 선수 선발을 하지도 않았다. 오직 최강 전력을 위한 라인업을 짰다. 이런 선수들이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은 딱 한다. 국민들의 관심과 사랑, 그리고 응원이다. 주장 양동근과 문태종 등 선수들이 "경기장에 찾아오셔서 많은 응원을 해달라"라고 외치는 이유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