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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이변 필리핀 침몰, 치명적 다우잇 딜레마

류동혁 기자

기사입력 2014-09-26 20:20


카타르와 필리핀의 4쿼터 경기 장면. 류동혁 기자

카타르가 필리핀을 누르는 최대이변을 일으켰다.

카타르는 26일 화성종합경기타운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인천 아시안게임 8강리그 1차전에서 카타르를 77대68로 눌렀다.

필리핀은 확실히 지난해 아시아선수권대회보다 더욱 날카로워졌다. 농구월드컵의 선전으로 움직임에 자신감도 넘쳤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강력한 풀 코트 프레스와 기습적인 하프코트 트랩 디펜스, 그리고 거칠것없는 속공이었다.

카타르 역시 만만치 않았다. 2006년 도하 아시아게임을 대비, 대거 귀화했던 선수들 중 건재한 인물들이 많았다. 다우드 무사, 에르판 알리 사에드는 주전으로 나섰다. 이스마엘 무사는 팀의 중심을 잡아주며 식스맨으로 출전했다. 전체적으로 고른 기량이 인상적이었다. 포인트가드 헤롤드 왓슨은 뛰어난 드리블 능력을 과시했고, 센터 유세프 모하메드는 부드러운 슛터치와 강력한 골밑장악력을 과시했다.

경기 초반 두 팀은 강력한 힘겨루기를 했다. 카타르가 술리만 압디의 3점포를 앞세워 기선을 제압하는 듯 했다. 그러자 필리핀은 곧바로 강력한 풀 코트 프레스에 이은 하프코트 트랩 디펜스로 카타르의 약한 기동력을 공략했다. 결국 필리핀은 귀화선수 마커스 다우잇의 연속 미드레인지 점프슛으로 균형을 맞췄다.

1쿼터는 19-19 동점.

2쿼터 초반 필리핀의 최대강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뛰어난 테크닉을 지닌 짐 알라팍과 알프레드 테노리오를 앞세웠다. 뛰어난 트랜지션 게임으로 게임템포를 빠르게 했다.

빠르게 치고나간 뒤 빈 공간에 찔러주거나 자신이 직접 3점포로 해결했다. 여의치 않으면 카타르 수비진이 흐트러진 틈을 타 빠른 패스로 오픈 3점슛 기회를 만들었다. 그 기회를 존 달리스탄이 2개의 3점포로 연결했다. 2쿼터 5분 라이언 딜린저와 7분30초 게리 데이비스의 3점포가 모두 이같은 패턴으로 성공된 득점이었다.


이 과정에서 카타르의 수비 로테이션의 약점이 나타나기도 했다. 필리핀의 빠른 2~3차례의 패스에 수비 로테이션이 따라가지 못했다. 카타르의 느린 로테이션도 문제였지만,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필리핀의 스페이싱 게임이었다. 코트를 넓게 쓰면서도 정확하게 제 위치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필리핀의 알라팍과 테노리오는 강하고 빠른 패스로 최대한 공간을 활용했다.

하지만 카타르 역시 과감한 골밑돌파로 필리핀을 공략했다. 효율성은 떨어졌지만, 효과적이었다. 특히 센터 유세프 모하메드는 빡빡한 필리핀 골밑에서 두 차례의 골밑득점을 기록했다.

결국 필리핀은 2쿼터 5분 32-24까지 리드를 잡았지만, 카타르의 막판 공세에 39-36, 3점차 리드로 전반전을 끝냈다.

기세가 오른 카타르. 3쿼터 초반 필리핀은 난조를 보였다. 카타르는 연속 5개의 3점포를 연결했다. 전반전 날카로웠던 움직임이 약간 무뎌졌다. 균열을 일으킨 선수는 카타르 센터 유세프 모하메드였다.

무려 3개의 3점슛을 성공시켰다. 이 부분은 필리핀의 최대 약점과 관련있다. 3쿼터 마커스 다우잇을 기용했는데, 필리핀은 급격히 공수 밸런스가 무너졌다. 공격은 가드진의 창의적인 플레이보다 다우잇에 의존한 눈에 보이는 패스를 했다. 결국 번번이 걸렸다. 다우잇은 수비 범위가 넓지 않다. 그런 약점을 모하메드가 3점슛 중앙 밖까지 빠져나와 무더기 3점포로 연결시킨 것이다.

결국 필리핀 벤치는 다우잇을 불러들이고 백업 센터 준 파자도를 코트에 투입했다. 하지만 이마저 여의치 않자, 3쿼터 4분을 남기고 2명의 가드와 3명의 포워드를 기용하는 스몰 라인업으로 전력 재정비에 안간힘을 썼다. 결국 필리핀의 아킬레스건인 '다우잇 딜레마'의 실체를 카타르가 벗겨내는 순간이었다. 3쿼터 1분39초를 남기고 54-42로 카타르의 리드.

최대 위기 순간에서 필리핀의 짐 알라팍은 괴력을 발휘했다. 3쿼터 막판 눈부신 개인기를 이용, 3개의 3점슛을 순식간에 꽂아넣었다. 결국 4쿼터는 56-51, 카타르의 4점차 리드로 끝났다.

카타르 벤치는 영리했다. 필리핀이 4쿼터에도 스몰라인업을 들고 나오자, 장신 포워드들의 적극적인 골밑돌파로 필리핀 높이의 약점을 공략했다. 결국 필리핀은 다시 4쿼터 7분39초를 남기고 다우잇을 재투입했다.

이때부터가 진정한 승부처였다. 경기종료 2분여를 남기고 카타르 가드 헤롤드 왓슨은 깨끗한 돌파로 다우잇의 블록슛 위를 넘기는 플로터를 성공시켰다. 반면 필리핀은 골밑 다우잇을 향해 건넨 테노리오의 패스가 카타르의 수비에 걸렸다. 곧바로 카타르는 깨끗한 2대2 플레이로 모하메드가 골밑슛을 성공시켰다. 75-65, 남은 시간은 1분26초. 사실상 승부가 결정되는 순간.

다우잇의 투입으로 생긴 필리핀의 세부적인 약점을 카타르가 효과적으로 공략한 결과였다.

카타르는 이날 승리로 이번 대회 최대 이변을 일으켰다. 카타르는 1승, 필리핀은 1패를 기록했다. 한국 입장에서는 필리핀 뿐만 아니라 카타르까지 경계해야 할 최대의 복병으로 떠오른 순간. 필리핀은 27일 한국전 결과에 따라 4강탈락할 가능성도 커졌다. 화성=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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