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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유재학 감독 결연한 의지, 이분법 완전차단

류동혁 기자

기사입력 2014-08-20 11:26


31일 오후 서울 잠실 학생체육관에서 남자농구대표팀 평가전 한국과 뉴질랜드의 경기가 열렸다. 한국 유재학 감독이 선수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다.
잠실학생체=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4.07.31.

유재학 감독은 확실히 선을 그었다.

남자농구 대표팀은 19일 결단식을 가졌다. 8월30일 스페인에서 열리는 농구월드컵 때문이다.

유재학 감독은 결단식이 끝난 뒤 취재진과 간단한 인터뷰를 했다.

강력한 의미가 담긴 말들이 있었다. 그는 "농구월드컵은 아시안게임의 전초전이 아니다"라고 확실히 못을 박았다.

그는 "농구월드컵에서 1승을 올리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 아시안게임을 전혀 염두에 두지 않겠다"고 했다. 부상위험도 생각해야 한다. 농구월드컵이 끝난 뒤 1주일 뒤 아시안게임이 열린다. 유 감독은 여기에 대해서도 단호했다. 그는 "부상에 대한 생각은 지금 없다. 만에 하나 생긴다면 선수를 교체하면 될 일이다. 아시안게임에 그렇게 큰 영향을 주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지금까지 구축한 팀 컬러에 대한 자신감이 묻어나오는 말이다. 12명 선수를 풀가동하는 강력한 수비를 구축한 상태다. 때문에 특정선수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낮다.

유 감독은 "2승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했다. 현실적으로 1승도 거두지 못할 공산이 크다. 리투아니아, 슬로베니아, 호주는 우리가 넘볼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전력 상 많은 차이가 난다.

앙골라와 멕시코 정도가 해 볼만 하다. 하지만 앙골라는 아프리카팀 특유의 높이와 스피드, 그리고 강한 조직력도 갖추고 있다. 멕시코는 NBA 구스타보 아욘의 가세로 팀 전력 자체가 업그레이드됐다. 이길 가능성보다 질 공산이 더 많은 게임이다. 유 감독도 당연히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사령탑 스스로가 목표를 확실히 하면서, 선수들에게 확실한 동기부여를 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다.

그동안 남자농구 대표팀을 두고 미묘한 분위기가 있었다.


'농구월드컵에서 집중할 것인가, 아시안게임에 집중할 것인가'라는 물음이다. 대부분 전문가들은 병역혜택이 걸려있는 아시안게임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안방에서 열리는 이벤트인데다, 좋은 성적을 올릴 가능성이 높은 무대라는 이유도 있었다.

농구월드컵의 경우, 현실적으로 1승도 거두지 못한다는 인식이 강했다. 농구계 전반적으로 깔려있는 패배주의 때문이다.

높이에 대한 한계가 가장 강한 이유. 그러나 한국 대표팀의 객관적인 전력이 떨어지는 근본적인 이유는 기술과 파워의 문제다. 세계농구계와 단절된 영향이 컸다. 이번 농구월드컵도 16년 만에 나가는 것이다.

2008년 올림픽 예선 슬로베니아, 캐나다전. 2012년 도미니카전에서 의미있는 경험을 했다. 대표팀에 대한 지원이 미미한 상태에서도 괜찮은 경쟁력을 보였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농구월드컵이냐, 아시안게임이냐는 이상한 이분법에 깔려있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패배주의였다. 또, 국제경쟁력을 등한시하는 KBL(한국농구연맹)과 KBA(대한농구협회)의 근시안적 행정의 난맥상과 연결이 돼 있다.

유 감독이 "농구월드컵이 아시안게임의 전초전이 아니다"라고 한 발언 속에 담긴 가장 큰 의미. 이런 패배주의에 대한 일침이다.

야구의 '배려' 엔트리, 축구의 '으리'엔트리가 논란이 되는 상황에서 유 감독은 철저하게 대표팀의 전력에만 집중, 선수들을 선택했다. 그리고 소속팀 모비스에 대해서도 "관심이 없다"고 했다. 대표팀에 자신의 모든 역량을 집중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열악한 지원과 시스템 때문이다.

농구월드컵에 출전하는 대부분의 나라들은 현 시점에서 유럽에 베이스 캠프를 차리고 평가전을 치르는데 여념이 없다. 하지만 한국대표팀은 진천선수촌에 머물러 있다. 기본적인 대표팀의 예산과 투자와 관련된 문제다.

유 감독은 세계선수권대회와 아시안게임을 끝으로 대표팀 지휘봉을 놓는다. 대표팀은 더 이상 맡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어렵게 구축한 대표팀 시스템이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될 공산이 크다. 전임감독제와 유소년 대표팀 시스템의 구성 등을 얘기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KBL과 KBA는 여전히 국제경쟁력에 대해 장기적인 플랜을 가지고 있지 않다. 재정적인 주도권을 쥔 KBL의 문제가 크다. 신임 김영기 총재는 리그의 활성화에 대한 많은 변화를 꾀하고 있다. 하지만 국제경쟁력과 대표팀 지원에 대한 얘기는 없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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