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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한국농구의 한계, 실전에서 어떻게 드러났나

류동혁 기자

기사입력 2014-08-12 07:07


2014인천아시안게임과 스페인 농구월드컵을 준비하기위해 뉴질랜드에서 전지훈련을 하고 있는 남자농구팀 대표팀이 17일 뉴질랜드대표팀과 두번째 경기를 펼쳤다. 한국이 76-75 한점차 짜릿한 승리로 2차전은 끝났을 승리했다.이종현이 웹스터와 리바운드를 다투고 있다.2014.07.17.

타우랑가(뉴질랜드) | 사진공동취재단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남자농구 대표팀은 다시 진천선수촌으로 들어갔다.

8월30일 스페인에서 열리는 농구월드컵을 위해 담금질이 한창이다. 한국 대표팀은 뉴질랜드와의 5차례 평가전을 치렀다. 유재학 대표팀 감독은 "우리의 약점을 알 수 있는 매우 좋은 평가전"이라고 했다.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그동안 한국농구는 '우물 안의 개구리'라는 조롱섞인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아시안게임, 아시아선수권대회를 제외하면 국제무대와의 교류 자체가 단절되다시피 했다. 이 과정에서 지도자와 선수들은 리그 내의 경쟁에 안주할 수밖에 없었다. 프로선수 뿐만 아니라 아마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김종규 이종현 이승현 최준용 문성곤 등 좋은 자질을 갖춘 대학 선수들이 배출될 때 대부분 농구 전문가들은 그들을 '찬양'하기만 했다. 주로 '프로무대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일 것'이라는 게 기준이었다. 하지만 국제경쟁력에 대해서는 냉정한 평가가 이뤄지지 않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유재학 감독과 일부 극소수의 농구 전문가들만이 어린 선수들의 약점과 거기에 따른 국제무대에서의 약점을 우려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봤다.

통상적으로 한국 대표팀은 농구월드컵 참가국 중 객관적인 전력이 가장 떨어진다고 말한다. 큰 틀에서 보면 파워와 테크닉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파워와 테크닉이 실전에서 어떤 영향을 미치는 걸까. 뉴질랜드와의 경기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이 부분을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물론 짧은 시간 안에 해결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신예 선수들과 유망주들에게 어떤 식의 훈련이 필요한 지 알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기본적 픽 & 팝의 대처

2000년대 들면서 전 세계적으로 포지션의 장신화는 꾸준히 나타났다.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슈팅가드부터 파워포워드까지 볼 수 있는 르브론 제임스(2m3). 슈팅가드와 스몰포워드를 오가는 케빈 듀란트(2m6). 이들의 공통점은 높이와 운동능력 뿐만 아니라 각 포지션에 맞는 최상급 테크닉을 지녔다는 공통점이 있다. NBA에서도 예외적인 '괴물같은 캐릭터'는 논외로 삼자.

중요한 점은 유럽과 아시아권 국가들도 2m~2m10 사이의 포워드들이 높이 뿐만 아니라 테크닉을 쌓아간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고는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핵심은 (정상적인 빅맨들과 비교할 때) 빠른 발과 정확한 3점포다. 몇 년전부터 꾸준하게 전술 비중을 높히고 있는 '스트레치형 빅맨(공식용어는 스트레치 4. 외곽플레이가 가능한 파워포워드. 공격 시 외곽으로 빠져나오면서 팀동료들의 골밑돌파 공간을 만들어주는 전술적 장점도 있다) '의 탄생배경이다. 현 시점에서 NBA에서는 크리스 보시, 케빈 러브, 덕 노비츠키 등이 대표적 케이스. 아시아권의 이란, 중국 뿐만 아니라 요르단, 카타르 등도 이런 유형의 빅맨들이 1~2명씩 있다. 중국 에이스 이젠렌 역시 이같은 유형의 선수다.(한국 입장에서는 이젠렌의 외곽슛보다 골밑 장악력이 더 부담스럽다. 그러나 NBA에서 이젠렌의 주요공격루트는 대부분 미드 레인지 점프슛이었다)


그들의 가장 기본적인 공격루트는 픽 앤 팝이다. 픽 앤 롤과 함께 대표적인 2대2 전술. 가드에 스크린을 쳐준 빅맨이 골밑을 돌파하는 픽 앤 롤의 변형. 빅맨이 외곽에서 오픈 찬스를 노리는 전술이다. 스트레치형 빅맨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그들의 3점슛 정확도는 여느 슈터 못지 않다.

꼭 3점슛이 아니어도 상관없다. 확실한 에이스가 없는 한국 입장에서는 미드레인지 점프슛만 정확한 빅맨만 있어도,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그런 선수가 없다.

더 큰 문제는 수비다. 뉴질랜드와의 마지막 평가전을 보자. 2m10의 장신 포워드 로버트 로는 10득점을 했다. 3점슛 2개(성공률 50%)를 넣었다. 기본적인 픽 앤 팝에 의해 성공한 3점포였다. 당시 마크맨인 이종현과 김종규는 번번이 기본적인 뉴질랜드의 픽 앤 팝에 대해 전혀 대응하지 못했다. 이런 수비로는 농구월드컵 뿐만 아니라 아시안게임에서도 견디기 힘들다. 그런 의미에서 유재학 감독의 충고는 더욱 의미있다. 그는 "이종현은 소속팀에서 전혀 대표팀에서 배운 것을 시도하지 않는다"며 게으른 태도에 대해 질책했다.

실전에서 결국 부작용이 나타났다. 공수에서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 이종현은 이런 약점이 국내 무대에서 나타나지 않는다. 진지하게 충고해주는 전문가들이나 지도자들도 없다.

김종규의 경우, 여전히 익숙하지 못했다는 게 문제였다. 유 감독은 이 약점에 대해 "계속 반복해 몸에 익숙하게 만드는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정답이다. 농구월드컵이 오기 전 꼭 해결해야 할 기본적인 숙제다.


31일 오후 서울 잠실 학생체육관에서 남자농구대표팀 평가전 한국과 뉴질랜드의 경기가 열렸다. 4쿼터 한국 조성민이 3점슛을 성공시키고 있다.
잠실학생체=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4.07.31.
김선형과 김태술이 2% 부족한 부분

김선형은 대표팀의 귀중한 자원이다. 그의 속공 능력은 탈 아시아급이다. 선천적으로 뛰어난 스피드와 좋은 센스를 지니고 있다.

대표팀을 임하는 태도도 훌륭하다. 현 대표팀의 가장 큰 초점은 수비력에 달려있다. 김선형에게는 적응이 쉽지 않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공격을 포기하고 수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때문에 유 감독은 "김선형의 수비력은 많이 향상됐다. 그런데 수비에 치중하면서 고유의 공격력이 떨어졌다"고 했다. 당시 말의 뉘앙스는 김선형에 대한 고마움이 있었다. 자신의 스타일을 버리고 대표팀의 수비에 맞췄기 때문. 그러면서도 유 감독은 "김선형에게 'SK에서 하던대로 공격을 가져가라'고 주문했다"고 말했다. 김선형의 속공능력은 국제무대에서도 통한다는 믿음이 배여있다.

뉴질랜드 전을 보자. 그는 트레이드 마크 유로스텝을 가미하며 골밑돌파를 했다. 하지만 뉴질랜드 센터진은 여유있게 블록슛으로 쳐냈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한 모습.

그 뒤 뉴질랜드 에이스 커크 페니는 유로스텝으로 한국 골밑을 뚫으며 슛을 성공했다. 두 개의 상징적인 장면에서 나타난 극명한 차이. 파워였다.

급격한 방향전환으로 수비수를 따돌리는 유로스텝. 김선형은 상대 수비를 확실히 피하며 골밑슛을 시도했다. 반면 페니는 유로스텝 과정에서 충돌한 한국 대표팀 빅맨과의 몸싸움을 이겨낸 뒤 바디 밸런스를 유지하며 골밑슛을 넣었다.

깨끗한 유로스텝으로 완벽히 수비수를 벗겨내는 테크닉은 당연히 중요하다. 하지만 수비수와 충돌되는 경우도 많다. 그 상황에서도 파워로 밀고 들어갈 때 생기는 두 가지 이점(블록슛 피할 확률이 높다는 점. 파울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이 생긴다. NBA 제임스 하든의 골밑 돌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다. 보이진 않지만, 파워의 차이가 실전에서 미치는 엄청난 영향이다.

김태술은 손 부상으로 7월 초 대표팀에서 제외됐다. 그리고 유 감독은 다시 불러들였다. 효율적인 게임리드에 대한 갈증 때문이다. 하지만 1m80의 작은 키와 파워부족으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량을 마음껏 발휘하지 못한다. 시계를 돌려 2011년 겨울로 가보자. 이때였다면 김태술은 훨씬 더 튼튼한 국제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을 것이다.

당시 김태술은 몸무게를 8㎏가량 늘렸다. 동시에 근육량은 37.6㎏에서 40.9㎏이 됐다. 체지방은 12.7%에서 7.8%로 줄였다. 근육량이 늘면서 스피드와 순발력마저 상승한 케이스. 결국 김태술은 상대 마크에 전혀 지장을 받지 않은 채 여유넘치는 경기력을 보였다. 하지만 현재 벌크업의 효과를 유지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

즉, 두 선수에게 필요한 부분은,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충분히 알 수 있을 것이다. 성공한 케이스도 있다. 조성민이다. 그는 극심한 마크를 뚫고 뉴질랜드와의 평가전 4차전 16점, 5차전 22점을 올렸다. 완벽한 에이스 모드. 그는 지난 시즌 극심한 견제를 뚫기 위해 86㎏의 몸무게를 91㎏으로 늘리면서 동시에 근육량을 증가시켰다.

한국 유망주들의 파워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김종규 이종현 최준용 문성곤 등이 모두 파워가 형편없다. 국제무대에 서기에 부끄러울 정도다.

김종규와 이종현은 골밑 돌파 시 상대를 피하면서 레이업 슛이나 덩크슛을 노렸다. 습관화된 움직임이었다. 그러나 확률은 극히 떨어졌다. 뉴질랜드 센터진은 적극적인 1차 바디 컨택트 이후 골밑을 노렸다. 당연히 성공률과 파울 유도횟수가 늘 수 밖에 없었다. 여전히 발목이 완전치 않은 오세근이 뉴질랜드 전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는 점도 파워의 중요성을 입증하는 단적인 예다. 즉 파워는 단순한 옵션이 아니라, 국제경쟁력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요소라는 게 실전에서 확실히 드러났다. 하지만 국내의 많은 전문가들은 아직도 '몸무게를 늘리면 스피드가 떨어진다'는 구시대적 사고를 가지고 있다. 진정한 벌크업의 의미는 전혀 알지 못한다.

단기간 해결되지 않는다. 벌크업을 위해서는 적어도 6개월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유지할 수 있는 근성이 있어야 한다. 오세근은 인천 제물포고 시절부터 웨이트 트레이닝에 매진했다. 문제는 유망주들이 벌크업을 위한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유 감독은 이승현을 두고 "농구에 배고픈 아이"라고 했다. 파워의 부족은 유망주들이 농구를 대하는 치열함의 문제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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