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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학 감독이 말한 서장훈의 슛과 야구

류동혁 기자

기사입력 2014-06-23 06:52


유재학 감독. 사진제공=KBL

한국프로농구의 전설이 된 서장훈. 그가 택한 첫 운동종목은 농구가 아닌 야구였다.

'운동은 안된다. 공부를 해야 한다'고 말한 부친 서기훈씨를 계속 졸랐다. 결국 서울 학동초등학교 4학년 때 야구를 시작했다. 야구를 너무 좋아하던 소년이었다. 제대로 야구를 하기 위해 선린중학교로 진학했다. 하지만 그에게 주변환경은 힘들었다. 강남에서 왔다며 선배들과 동료들이 괴롭했다. 자존심이 강한 그가 견디기 힘든 상황. 초등학교 때 같이 야구하는 친구도 없었다. 결국 서장훈은 2학년 때 집 근처 휘문중학교로 전학을 하려했다. 하지만 당시 '전학동의서'가 있어야 야구선수를 계속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전학동의서를 받을 수 없었다. 당시를 회상하던 서장훈은 웃으면서 "그때 할 수 없이 농구부에서 뛰겠다고 말한 기억이 난다"고 했다. 센스와 감각은 뛰어났지만, 농구실력 자체는 형편없었다. 팀 훈련에 참가할 수준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홀로 슈팅과 드리블 연습을 했다.

서장훈은 그 당시 농구가 그렇게 좋지 않았다. 중학교 2학년 때 부상을 입고 3개월 동안 쉬었다. 그런데 키가 갑자기 12cm나 커졌다. 1m97이었지만, 당시에는 1m90 후반의 키는 2m로 쓰는 기계적인 불문율이 있었다. 결국 농구계에서 '한국농구에 2m 대형센터가 나타났다'는 소문이 퍼지기도 했다.

그는 슛에 대해 일가견이 있다. 2m7의 큰 신장에 안정된 타점으로 중거리슛을 날린다. 때문에 국내에서 서장훈의 미들 점퍼는 알고도 못막는 수준. 외국인 선수가 골밑을 점령하자, 그는 3점포를 장착했다. 웬만한 슈팅가드보다 더 정확했다.

진천선수촌에서 대표팀을 지휘하고 있는 유재학 감독은 "서장훈의 탁월한 슈팅감각은 아마 어릴 적 했던 야구에 있을 것"이라는 논리를 펼쳤다.

아마농구의 기계적인 훈련을 꼬집는 표현이다.

그는 "한국 사람이 손재주가 좋다는 것은 어릴 적부터 바느질, 젓가락질과 연관성이 있다. 서장훈의 슈팅감각도 야구와 연관성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일리가 있다. 서장훈은 농구를 늦게 시작했다. 하지만 슈팅에 대한 기본기는 교과서적이다. 물론 엄청난 노력과 감각이 바탕이 됐다. 그러나 초, 중학교 때 주로 형성되는 감각과 센스가 바탕이 되지 않으면 안된다.


이 부분은 대표팀의 테크닉과 관련이 있다. 현재 확실한 공격력을 갖춘 선수가 없다. 창의적인 테크닉이 부족하다. 유 감독은 "탄탄한 기본기 위에 기술을 익히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대표팀에 합류한 대학선수들은 수비 스텝부터 다시 가르쳐야 한다"고 했다.

그는 "어릴 때는 볼을 가지고 놀게 만들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스텝을 가르치고 슛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기본기가 갖춰지고 창의적인 플레이도 나온다. 하지만 우리는 어릴 때 이기는 농구만 가르쳤다. 맨날 뛰고 슛만 먼저 한다. 한국농구의 기술이 떨어진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했다.

유 감독은 "중동 선수들이나 필리핀 선수들을 보면 드리블이나 패스, 슛 등 기본적인 부분이 우리보다 월등히 낫다. 현재 한국 유망주들을 보면 순간적인 판단과 센스로 버티고 있다. 하지만 점점 성장하면서 같은 노력을 한다고 가정하며 어릴 적 익힌 기본기가 강한 선수들이 훨씬 많이 성장한다"고 했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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