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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약체로 평가받던 전자랜드는 라운드를 거듭할수록 수준높은 조직력을 과시하며 중위권의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젊은 선수들 위주로 경기를 치르지만, 공수에 걸쳐 안정감이 보인다. 지난 9일 이현호를 플레잉 코치로 승격시키고, 외국인 선수 리카르도 포웰을 주장에 앉히며 팀분위기를 바꾼 후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어 관심을 끈다.
하지만 유도훈 감독이 추구하는 끈끈한 팀플레이는 강력한 체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조금이라도 약속된 움직임을 따라가지 못할 경우 허점이 생길 수 있다. 이 점을 선수들이 잘 인지하고 있기 때문인지 최근 전자랜드의 경기를 보면 4쿼터까지 지치지 않는 체력을 바탕으로 집중력을 발휘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1쿼터에서는 전자랜드의 선전이 돋보였다. SK는 경기 시작과 함께 애런 헤인즈를 앞세워 8-0으로 앞서 나갔다. 1쿼터 4분경에는 김민수의 3점슛과 박승리의 덩크슛으로 13-2로 점수차를 벌렸다. 그러나 SK와 전자랜드가 각각 코트니 심스와 로드를 투입한 쿼터 중반, 양상이 달라졌다. 로드는 상대적으로 1대1 돌파가 약한 심스의 공격을 철저히 차단했다. 그러는 사이 속공과 정영삼의 외곽포로 18-18로 동점을 만들며 쿼터를 마쳤다.
하지만 2쿼터 들어 SK의 공력력이 살아났다. 2쿼터 4분35초경 변기훈의 3점슛으로 분위기를 잡은 SK는 김선형과 박승리의 3점슛, 헤인즈와 김민수의 중거리슛이 연속으로 터지며 10점차 이상의 리드를 이어갔다. 수비에서는 쿼터 중반 3-2 드롭존으로 바꾼 뒤 전자랜드의 골밑 돌파와 패스를 효율적으로 막았다. 전자랜드는 2쿼터서 야투성공률이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SK는 43-32로 전반을 앞섰다.
3쿼터 들어서도 분위기는 크게 바뀌지 않았다. 전자랜드가 외곽슛 위주로 공격을 펼쳤으나, SK는 헤인즈의 '원맨쇼'를 앞세워 3쿼터를 66-57로 앞선 채 마쳤다. 헤인즈는 3쿼터서만 10득점, 2리바운드를 올렸다. 전자랜드 포웰은 헤인즈의 내외곽에 걸친 활발한 움직임을 막지 못했다.
심스를 4쿼터에 내세운 SK는 여전히 리바운드에서 주도권을 쥐었다. 4쿼터 3분21초 팁인으로 득점을 올린 심스는 강력한 골밑 싸움으로 자유투를 얻어내며 득점을 이어갔다. 전자랜드는 정영삼이 간간히 3점슛을 터뜨렸으나 전세를 뒤집지는 못했다. SK는 경기 종료 2분여를 남기고 속공 과정에서 심스의 어시스트를 받은 김선형의 득점과 이어진 공격에서 다시 속공을 받은 김민수의 득점으로 83-75로 앞서며 사실상 승부를 갈랐다. 전자랜드는 종료 1분전 차바위의 3점슛으로 4점차까지 추격했지만 시간이 부족했다.
SK가 다시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SK는 24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전자랜드와의 경기에서 압도적인 리바운드 우세(41대24)를 바탕으로 85대79로 승리했다. 4연승을 달린 SK는 LG와 모비스를 제치고 단독 1위가 됐다. SK 김선형은 17득점, 6어시스트로 또다시 승리의 주역이 됐다. 전자랜드는 정영삼이 3점슛 3개를 포함해 19득점을 올리며 분전했지만 끝내 무릎을 꿇었다. 전자랜드는 5연승에서 멈췄다.
잠실학생체=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