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영화상후보작

스포츠조선

KT '전태풍 효과' 의미와 과제

류동혁 기자

기사입력 2013-12-26 06:34


KT 전태풍과 조성민. 사진제공=KBL

확실히 존재감이 있다. 오리온스에서 KT로 이적한 전태풍.

그는 4대4 트레이드 이후 첫 경기를 가졌다. 크리스마스에서 열린 창원 LG전이었다. KT는 패했다. 66대72로 졌다. 전태풍은 15득점, 3어시스트를 기록했다.

KT 전창진 감독은 칭찬과 비판을 섞어 평가했다. "수비패턴 적응이 부족하다. 하지만 공격에서는 제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이날 해설을 한 김태환 해설위원은 "종합적으로 볼 때 전태풍의 가세는 성공적"이라고 했다. 많은 의미가 담긴 멘트다. 궁금하다. 아직 손발이 제대로 맞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나온 평가들. 앞으로가 중요하다. KT의 전태풍 효과는 어떻게 나올까. 그리고 남은 과제는 뭐가 있을까.

전태풍의 두 가지 약점

4대4 트레이드를 놓고 여러가지 평가가 엇갈렸다. KT는 팀의 미래인 장재석과 베테랑 김도수를 포기했다. 그리고 전태풍을 데려왔다.

'전태풍과 조성민의 시너지 효과'에 대해 초점이 맞춰졌다. 하지만 당장의 평가가 쉽지 않은 부분이다. 좀 더 세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태풍의 약점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올 시즌 전태풍은 오리온스에서 부진했다. 승부처에서 제대로 활용되지 않았다. 수비 약점 때문이다. 전태풍은 "나는 수비가 약하지 않다. 내 매치업 상대들은 많은 득점을 하지 못한다"고 했다. 하지만 수비에서 가장 정확한 평가는 팀 디펜스와 개인 수비능력이 함께 녹아들어가야 한다. 게다가 승부처 순간에서 나오는 수비장면에 대한 평가도 필요하다.

정확히 말하면 전태풍은 체력부담때문에 승부처에서 디펜스 자체가 느슨해진다는 데 있다. 때문에 마크맨을 놓치고, 이것이 빌미가 돼 상대에게 패턴에 의한 오픈찬스를 허용한다. 이 때문에 오리온스 추일승 감독은 승부처에서 전태풍보다는 이현민을 많이 기용했다.

전태풍의 또 하나의 약점은 볼 없을 때의 움직임이다. 체력을 유지하고 있을 때는 볼 없을 때 움직임이 좋지만, 체력이 떨어지면 볼을 가지고 플레이하는 것을 선호한다. 자연스럽게 득점력있는 팀동료들에 대한 활용도가 낮아진다. KCC에서 보여줬던 모습이었다. 당시 추승균 강병현 등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그들은 전태풍의 수비약점을 메우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포인트가드로서 전태풍의 효율성은 떨어지는 측면이 분명히 있었다. 이런 약점들 때문에 조성민과의 시너지 효과에 대해서는 평가하기 힘든 부분이 있었다.


그런데 전태풍과 KT의 팀컬러는 잘 맞는 부분이 있다. KT의 최대약점은 승부처에서 해결사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조성민이 일정정도 득점을 하긴 하지만, 최근 상대팀은 적극적인 스위치 디펜스로 조성민의 공격력을 봉쇄하는데 성공하고 있다. 하지만 개인능력으로 인해 득점의 활로를 개척하는 선수는 없다. 리처드슨이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외국인 선수다. 골밑을 지켜줘야 하는 의무가 있다. 하지만 그의 공격 출발점은 외곽이다. 따라서 KT는 승부처에서 공격의 효율성이 극단적으로 떨어지는 경향이 있었다. 한마디로 활로를 찾지 못했다. 반면 수비력은 좋다. KT 전창진 감독은 "시즌 전 수비 조직력을 많이 다졌다. 수비는 자신있다. 하지만 공격은 쉽게 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매치업 상 상대를 이길 수 있는 포지션이 KT에게는 조성민이 유일했다. 이 상태에서 전태풍이 가세했다. KT의 좋은 수비조직력으로 전태풍의 수비 약점을 메울 수 있는 카드가 많다. 특히 KT는 송영진 조성민 등 헌신적인 선수들이 매우 많다.

또 하나의 약점. 볼 소유욕이 많은 플레이 역시 조성민이 파트너가 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조성민은 리그에서 볼이 없을 때 움직임이 가장 좋은 선수 중 하나다. 전태풍의 패스능력은 수준급이다. 따라서 전창진 감독의 조율을 거치면 두 선수의 시너지 효과는 충분히 발휘될 수 있다. 이 때문에 두 선수의 시너지 효과에 대해서 현 시점에서 정확한 판단을 내린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경기를 치르면서 나오는 문제를 어떻게 보완하는 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심플해진 전태풍, 존재감은 여전했다.

트레이드 효과 중 하나. 팀을 옮긴 뒤 선수는 의욕에 넘친다는 것이다.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오리온스에서 의욕을 잃었던 전태풍은 KT에서 매우 적극적이다. KT 코칭스태프 역시 전태풍의 연습태도와 행동에 대해 만족하고 있다.

그리고 첫 실전을 치렀다. LG는 2-3 지역방어를 들고 나왔다. KT가 스몰라인업을 들고 나온 것에 대한 대책. 이날 KT는 스리 가드 시스템(조성민 전태풍 김우람)으로 스타팅 라인업을 정했다. 아직까지 손발이 제대로 맞춰지지 않은 상황. 전태풍의 적응을 돕기 위한 최적화 전술이었다. LG는 대인방어를 펼칠 경우 라인업 상 문태종이 가드 한 명을 따라다녀야 한다. 때문에 미스매치가 생긴다. 이 부분은 보완하기 위해서 지역방어를 들고 나왔다. 또 하나의 의도가 숨어있다. KT는 조직력이 좋지 않은 상황이다. 4대4 트레이드의 후유증이다. 당연히 패스게임은 실수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LG의 2-3 지역방어를 깨기 위해서는 골밑으로 들어간 뒤 나오는 패스의 정확도가 살아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 부분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경기 직후 전태풍이 "전반전은 망했어요. 나때문에"라고 말한 이유다. 전태풍이 실수한 것은 없었지만, 의도대로 경기가 풀리지 않았다는 의미다.

하지만 지역방어는 상대에게 면역력을 키워준다. 길게 쓰지 못한다. 결국 KT는 3쿼터부터 LG의 지역방어를 깨기 시작했다. 하지만 LG는 쉽게 지역방어를 풀지 못했다. 전태풍의 등장 때문이다. 테크닉이 뛰어난 전태풍과 조성민을 함께 막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결국 전태풍의 가세가 LG의 수비 틀에 부담을 준 것이다.

전태풍은 이날 매우 심플한 플레이를 했다. 드리블을 최대한 자제하고, 빠른 타이밍에 패스를 뿌렸다. 또 공격기회와 패스기회를 철저히 구분했다. 슛 셀렉션도 좋았다. 승부처에서는 자신의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정확한 3점포와 날카로운 골밑돌파는 명불허전이었다. 즉, KT로서는 승부처를 돌파할 해결사 한 명을 얻은 셈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전태풍이 KT의 시스템에 어떻게 녹아들어가느냐다. 전태풍의 능력이나 KT의 시스템을 볼 때, 이 작업은 그리 어렵지 않다. 또 하나 변수는 전태풍이 체력적인 부담감을 떨치고 LG전과 같은 경기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동안 전태풍은 고비마다 부상이 많았다. 체력적인 부담에 의해 밸런스가 일시적으로 무너졌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전태풍과 KT에게는 많은 과제가 남아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충분히 해결가능한 과제다. 전태풍과 KT의 행보가 더욱 주목되는 이유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