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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전자랜드와 SK의 경기가 열린 인천삼산실내체육관.
하지만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은 겉모습에 현혹되지 않았다. 그는 "당시 포웰이 박승리에 막혔다기 보다는 그 매치업에서 파생될 수 있는 공격옵션을 다른 선수들이 마무리하지 못하면서 실망스러운 경기를 펼쳤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박승리가 포웰을 막으면서 전자랜드의 전체적인 밸런스가 흐트러졌고, 결국 20점 차 이상의 리드를 SK가 잡게 됐다.
유 감독은 "이번에는 좀 다를 것"이라고 했다.
전자랜드는 정신무장이 잘 돼 있었다. 1쿼터부터 거친 몸싸움을 바탕으로 엄청난 체력전에 들어갔다. 2쿼터 아이러니컬한 장면이 있었다.
SK가 3-2 지역방어를 가동했다. 그런데 전자랜드는 침착하게 역이용, 3점포나 공격리바운드로 연결했다. 전자랜드는 2쿼터 초반 2-3 지역방어, 후반 3-2 지역방어를 가동했는데, 오히려 SK의 공격이 고전했다. 2쿼터 올린 15득점 중 8득점을 헤인즈가 했다. 헤인즈의 테크닉이 돋보이는 부분이었지만, 그만큼 전자랜드의 지역방어로 인해 SK의 공격루트가 단조로워졌다는 것을 의미했다. 유도훈 감독은 "초반 2-3 지역방어를 사용했을 때, SK 선수들의 움직임이 좋아서 준비했던 3-2 지역방어로 변형시켰다. 다행히 수비는 순조롭게 돌아갔다"고 했다.
2쿼터를 기점으로 전자랜드가 일단 승기를 잡았다. 2쿼터 SK의 리바운드는 단 3개, 전자랜드는 무려 12개였다. 결국 38-35로 전자랜드의 리드.
SK는 설상가상으로 3쿼터 9분을 남기고 김선형이 파울트러블에 걸렸다. 확실히 위기의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 순간 양 팀 전력의 차이가 나왔다. 확실히 SK는 강했다. 쓸 수 있는 카드가 즐비했다. 주희정을 코트에 넣으면서 빠르게 안정감을 되찾았다. 37-41로 뒤진 상황에서 심스의 골밑득점과 속공에 의한 박승리의 득점이 이어졌다. 주희정의 좋은 패스였다. 3분 뒤 또 다시 주희정의 그림같은 패스로 심스가 골밑에서 득점을 성공시켰다.
결국 SK는 위기상황에서 오히려 44-41로 역전에 성공했다. 적절한 타이밍에 효율적인 선택을 한 SK 문경은 감독의 판단도 돋보였다. 하지만 전자랜드 역시 외곽의 강한 조직력으로 확률높은 오픈찬스를 만들며 SK를 압박했다. 결국 승부는 4쿼터로 넘어갔다. 57-56, 1점차로 앞선 SK.
전자랜드는 연거푸 3점 오픈찬스를 만들었다. 그런데 차바위와 김상규의 외곽포는 림을 외면했다. 전자랜드로서는 너무나 아쉬운 부분. 유 감독은 "외곽포가 안 들어갈 경우 경험이 많은 선수는 2차적인 플레이를 생각한다"고 했다. 이것은 골밑의 약점과 함께 전자랜드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아킬레스건 중 하나였다. 경기는 잘하지만, 쉽게 이기지 못하는 경향이 생기는 이유다. 게다가 워낙 많이 뛴 전자랜드는 체력적으로도 한계상황.
SK 김선형은 경기종료 5분23초를 남기고 절묘한 플로터를 넣었다. 그리고 40초 뒤 상대마크를 뿌리치며 레이업 슛을 성공, 바스켓카운트를 얻어냈다. 64-56, 8점차 SK의 리드.
전자랜드는 정영삼이 힘을 냈다. 3점포에 이은 바스켓 카운트로 연속 6득점.
62-66으로 뒤진 전자랜드는 58초를 남긴 상황에서 파울작전에 돌입했다. 주희정이 1개의 자유투만을 넣자, 전자랜드는 곧바로 박성진이 외곽포를 터뜨렸다. 하지만 3점라인을 밟고 던져 2점으로 인정됐다. 결국 SK는 전자랜드의 끈질긴 추격을 물리치며 70대64로 승리했다. SK의 강력한 힘과 전자랜드의 투혼이 돋보였던 경기였다. 오심으로 얼룩진 프로농구판의 오점을 조금이나마 가려주는 명승부였다. 애런 헤인즈가 18득점, 김선형(13득점)과 박승리(11득점)가 두자릿수 득점에 성공했다. 전자랜드는 리카르도 포웰, 김상규, 박성진, 정영삼이 모두 두자릿수 득점을 했다.
SK는 14승3패로 공동 2위 모비스와 LG와의 간격을 2.5게임 차로 벌렸다. 전자랜드는 7승10패로 8위. 인천=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