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쭉해진' 김동욱, 시즌 화두는 '책임감'

오리온스 김동욱. 제공=오리온스

오키나와 전훈을 마친 오리온스. 누가 봐도 외모 변화가 또렷한 선수가 있다.

포워드 김동욱(32)이다. 눈에 확 드러날 정도로 군살이 쭉 빠졌다. 얼마나 상실했길래? "105kg이었는데요. 지금은 97kg쯤 나가는 것 같아요."

그냥 빠진게 아니다. 오프 시즌 중 작심하고 실천하고 노력한 결과물. 목표가 또렷하다. 전 경기 출전이다. "1년에 한번 꼴로 다치고 수술하고를 반복했잖아요. 살도 빼고 그래야 올시즌 제대로 뛸 수 있을 것 같고, 올시즌은 가급적 54경기 전부 출전하는 것으로 목표를 삼았습니다."

독해졌다. 닭가슴살을 활용한 식이요법과 운동. 사람 좋던 그가 어느새 소주 한잔 자리도 한번 더 생각하게 됐다. 일과 가정에 대한 책임감 때문이다. 양쪽에서 모두 어깨가 무거워졌다. 농구단에서는 캡틴으로 팀을 이끌고 있는 그는 이제 돌을 맞는 첫 딸 민채 아빠다. "전지훈련을 마치고 귀국하자마자 일요일(9월27일)이 돌잔치였어요. 준비를 도와주지 못해 와이프에게 참 미안해요."

지난해, 아쉬움이 컸다. 불의의 부상이 찾아왔다. 발목이 아팠고, 설상가상으로 무릎까지 아팠다. 무언가 해볼 수 있는 몸이 아니었다. 김승현과의 맞 트레이드로 오리온스 유니폼을 입었던 첫 시즌 강렬한 인상을 남겼기에 아쉬움이 더 크게 느껴졌다. 그 사이 아빠가 됐고, 주장 완장을 찼다. 이래저래 승부를 걸어야 할 시즌이다. 하지만 운동량은 충분하지 않다. 오랜 재활로 물리적 시간이 부족했다. "LA쪽에서 재활하다 복귀해서도 재활운동을 했어요. 컵대회(프로아마 최강전)는 사실상 조금 급하게 들어간거였고요. 감독님께서 재활을 우선적으로 생각해주셔서 그래도 많이 끌어올렸습니다."

남보다 조금 늦은 출발. 그만큼 마음이 급하다. "수술하고 비시즌 동안 운동 많이 못했어요. 후배들한테 많이 미안할 뿐이죠. 주장 맡고 하나하나 신경써야 할 것도 많고 후배들 분위기도 업 시켜야죠."

김동욱은 올시즌 '닥공'농구를 천명한 오리온스 내·외곽을 연결하는 핵이다. 리온 윌리엄스와 랜스 골번은 부지런하게 움직이며 팀을 위해 궂은 일을 도맡아주는 스타일. 하지만 폭발적인 공격력을 통한 해결사 역할까지 기대하기는 힘들다. 캡틴을 쳐다보게 되는 이유. 때론 포스트업에 의한 골밑 돌파도, 때론 외곽슛도 필요하다. 올라운드 플레이어로서 해결사이자 윤활유 역할. 김동욱의 몫이다.

빠른 공격을 위해 장기인 외곽슛을 더욱 날카롭게 가다듬고 있다. 움직이면서 패스를 받자마자 한박자 빠르게 슛을 쏘는 훈련에 땀을 쏟았다. 한 시대를 풍미한 명슈터 출신 김병철 조상현 코치의 조언이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슈터들을 따로 모아 속공 상황에서 연습을 많이 시키세요. 속공 상황에서의 무빙슛을 가다듬고 있는데 밸런스를 맞춰가는 것이 관건입니다. 시합 때 잘 돼야 할텐데요."

아팠던 몸을 잘 추스르고 그 어느 때보다 독하게 준비한 시즌. 슈터 김동욱의 천재성을 땀방울이 완벽한 모습으로 깨워낼까. 기대감이 큰 시즌이다.


정현석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