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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지시까지 나선 '만수', 모비스 프로의 힘 과시

이명노 기자

기사입력 2013-08-20 19:04


20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프로-아마 최강전 모비스와 경희대의 8강전 경기가 열렸다. 모비스가 경희대에 76대73으로 승리하며 4강에 진출했다. 경기 종료 후 경희대 김종규가 유재학 감독을 찾아 인사를 나누고 있다.
잠실=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3.8.20

모비스와 경희대의 프로-아마 최강전 8강전이 열린 20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 경기 전부터 프로팀인 모비스보다 대학 최강인 경희대를 응원하는 팬들의 함성 이 더 컸다. 그 어느 때보다 대학농구에 스타가 많은 시기. 경기 시작 전부터 대학팀의 반란이 예고되는 듯 했다.

경희대는 초반부터 확실히 분위기를 잡았다. 모비스는 국내 선수만으로도 최고 수준의 수비 조직력을 자랑하는 팀. 경희대는 패기로 맞섰다.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2013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대회 대표팀을 지휘하면서 '차세대 국가대표 센터' 김종규와 가드 김민구를 집중조련했다. 둘은 두경민과 함께 경희대 '빅3'로 불리는 전력의 핵심이었다.

확실히 둘은 성장했다. 특히 김종규는 모비스의 빅맨 함지훈을 상대로 능수능란하게 포스트업을 했다. 함지훈을 앞에 두고 훅슛이나 페이드 어웨이를 성공시키는 장면이 수차례 나왔다. 리바운드 싸움에서도 우위를 점했다. 외국인 선수 없는 모비스는 함지훈과 문태영이 골밑을 지켰지만, 힘에선 김종규에 밀렸다.

하지만 모비스의 강점은 패턴플레이였다. 초반 고전에도 경기를 뒤집은 원동력이었다. 1쿼터 3초를 남기고, 양동근-문태영-김종근-함지훈으로 볼이 돌아 3점슛을 성공시키는 모습은 백미였다.

하지만 경희대 역시 만만치 않았다. 특히 김종규의 존재감은 컸다. 모비스는 김종규를 막기 위해 골밑에서 도움수비를 가다 외곽슛을 내주는 일이 잦았다. 경희대는 두경민과 한희원이 3점슛을 3개씩 성공시키는 등 헐거워진 모비스 수비를 공략했다.

보다 못한 유재학 감독이 나섰다. 대표팀을 지휘하느라 소속팀을 돌보지 못한 유 감독은 이번 대회 지휘를 김재훈 코치에게 맡겼다. 하지만 패턴플레이가 무너지자 3쿼터 중반 한차례 질책을 했다.

모비스는 이후 거짓말처럼 달라졌다. 볼이 제대로 돌면서 확실하게 공격을 성공시켰다. 차곡차곡 점수를 쌓던 모비스는 결국 종료 2분 52초를 남기고 함지훈의 골밑슛으로 73-71 역전에 성공했다.


승리의 여신은 모비스를 향해 웃었다. 종료 2분 28초 전 골밑을 돌파하던 김민구는 턴오버를 범했다. 경희대 최부영 감독과 김민구는 파울이라고 항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곧이어 모비스 천대현의 3점슛이 터지며 승기를 잡았다. 종료 1분 12초 전 김종규가 덩크슛을 성공시켰지만, 승부를 뒤집기엔 역부족이었다. 유재학 감독은 1분여를 남기고 마지막 타임에선 아예 패턴을 직접 지시하기에 이르렀다. 승리를 확정짓고자 하는 마음이 컸을 것이다.

모비스는 76대73으로 경희대를 꺾고 대회 4강전에 진출했다. 모비스는 4강전에서 또다른 대학팀, 고려대와 만난다.

경기 후 유재학 감독은 "확실히 몰아치는 농구를 하는 경희대가 빠르고 무서웠다"고 밝혔다. 작전타임 때 무슨 말을 했는지는 끝내 공개하지 않았다. "별 얘기 안 했다"며 웃어넘겼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는 있었다. 유 감독은 "역시 프로 선수는 경기수가 많아서인지 조직적인 움직임이 몸에 익숙해져있다. 양팀이 극과 극이어서 더욱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고려대와의 4강전에 대해선 "고려대는 하루 쉬었는데 우리는 연전이라 쉽지 않을 것 같다. 김재훈 코치가 알아서 잘 할 것"이라며 미소지었다.

한편, 경희대 최부영 감독은 심판 판정에 불만을 가감없이 토로했다. 그는 "약간의 오심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똑같은 동작인데 누군 파울을 불고, 누군 안 불어서 되나"라며 "이렇게 할거면 프로-아마 최강전을 할 필요가 없다. 지난해에도 오늘처럼 당했다. FIBA룰과 다른 KBL룰로 하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잠실학생=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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