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영화상후보작

스포츠조선

김선형의 '당돌함'에 중국이 놀랐다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3-08-02 08:00


김선형은 보는 사람을 깜짝 놀라게 만들 때가 있다. 설마 할까 생각하지만 그는 실천에 옮긴다. 중국전에서 덩크슛을 꽂았다. 자신 보다 약 20㎝가 큰 선수를 앞에 놓고 레이업슛을 성공시켰다. 2013 남자농구 아시아선수권대회 한국과 중국의 조별예선 첫 경기가 1일 필리핀 마닐라 몰오브아시아 아레나에서 열렸다. 한국 김선형이 중국 주팡위를 제치며 골밑슛을 시도하고 있다.
/2013.08.01/ <마닐라(필리핀)=사진공동취재단>
(스포츠조선)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남자농구 중국전에서 한국 대표팀의 최다 득점자는 베테랑 센터 김주성이었다. 그는 15득점을 했다. 중국의 주득점원 이젠롄(23점)에 이어 양팀에서 두 번째로 많았다. 한국은 1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벌어진 2013년 아시아선수권대회 C조 조별예선 첫 경기에서 중국을 63대59로 격파했다. 이 대회에서 한국이 중국을 넘은 건 1997년 준결승전 이후 16년 만이다.

중국은 당황했다. 객관적인 실력에서 한 수 아래인 한국에 충격적인 일격을 당한 것이다.

한국 선수 중 중국을 가장 당혹하게 만든 선수를 꼽자면 김선형이다. 그는 가드로 총 16분55초를 뛰면서 9득점을 했다. 한국 선수 중 4번째 다득점이다. 대표팀 4명의 가드 중 양동근 다음으로 많이 뛰었다.

김선형은 두 차례 기막힌 장면을 연출했다. 첫번째는 2쿼터에서 나온 원핸드 덩크슛이었다. 김선형은 가로채기에 이은 드리블 돌파를 했다. 쏜살같은 스피드로 치고 올라왔다. 설마 덩크를 할까 생각됐지만 솟구쳐 올라 꽂아버렸다. 김선형의 뒤에는 중국의 순예 등 2명의 선수가 빠르게 달려오고 있었다. 김선형은 아랑곳하지 않고 정확하게 림에 덩크를 성공시켰다.

이 덩크슛이 작렬하면서 관중석은 술렁거렸다. 키가 1m87인 가드가 속공에 이은 덩크슛을 하자 기가 막혔던 것이다.

김선형은 쇼맨십이 강한 스타다. 그는 어떤 무대에서도 자신의 기량을 맘껏 보여주길 원한다. 지난 시즌 소속팀 SK나이츠에서도 경기를 풀어가는 포인트 가드를 맡았다. 시즌 전 덩크슛은 자제하겠다고 했지만 주체할 수 없는 그의 끼와 에너지는 수 차례 덩크슛으로 이어졌다. 김선형의 덩크슛은 거대한 벽 처럼 느껴졌던 중국을 향해 한국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듯 했다.

김선형의 진가가 두번째로 빛난 건 3쿼터였다. 한국은 중국에 4점차로 끌려갔다. 점수차가 더 벌어지면 사실상 추격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그때 개인기를 이용해 레이업슛을 성공시켰다. 자신 보다 약 20㎝ 정도 큰 주팡위(2m5)를 앞에 놓고 골밑 돌파를 했다. 또 그 과정에서 얻은 추가 자유투까지 넣어 점수차를 1점으로 좁혔다. 한국이 역전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장면이었다.

한국은 역대 중국전에서 자주 3쿼터에 무너졌다. 전반전까지는 그런대로 버티다가도 체력적으로 힘들고 집중력이 떨어지는 3쿼터에 따라잡지 못하고 뒤처졌다. 이번에도 똑같은 실수를 할뻔 했지만 김선형이 팀을 구했다.

김선형은 2012~13시즌 정규리그 MVP다. 프로 두 시즌 만에 국내농구의 최고의 별이 됐다. 그는 코트에만 서면 자신감이 넘치는 아이가 된다. 김선형의 당돌한 플레이에 중국이 깜짝 놀랐을 것이다.
마닐라(필리핀)=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