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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KBL 외인 드래프트, 임달식-서동철 신경전 왜?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3-07-15 15:35 | 최종수정 2013-07-16 06:46



2013~14 시즌 여자 프로농구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가 15일 서울 등촌동 한국여자농구연맹(WBKL) 사옥에서 열렸다. 한 시즌 농사를 좌우할 수 있는 선택인 만큼 각 구단 코칭스태프 및 관계자들은 심사숙고했고, 드래프트 순서 결정 과정에서 날카로운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미국프로농구(NBA) 슈퍼스타의 약혼녀가 국내 무대에 진출한다는 사실도 큰 관심을 모았다.

구관이 명관, 티나 1순위-샌포드 2순위

역시 구관이 명관이었다.

1라운드 1순위 선발권을 가진 KDB생명 안세환 감독은 주저없이 티나 탐슨을 지목했다. 지난 시즌 우리은행 소속으로 팀을 통합 챔피언에 올려놓은 티나는 내외곽을 가리지 않는 공격력과 동료들을 이용하는 지능적인 플레이가 강점인 선수. 일찌감치 1순위 선발이 예상됐었다. 이번 시즌을 끝으로 미국여자프로농구(WNBA) 무대 은퇴를 선언했지만, 한국 무대에서 한 시즌 더 뛰게 됐다. 한국 나이로 39세인 점이 걸리지만 안 감독은 " 이번 시즌 WNBA에서 평균 32분을 뛰고 있고, 올시즌 외국인 선수 2명을 보유할 수 있는 만큼 큰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특히 국내 선수들이 티나를 원했다"고 선택의 이유를 밝혔다. WNBA는 5월에 시즌을 시작해 9월 말 끝난다.

2순위 하나외환은 센터 나키아 샌포드를 선택했다. 샌포드 역시 38세의 노장으로 2시즌 연속 하나외환에서 뛰게 됐다. 공-수 모두 뛰어난 정통센터로 조동기 감독은 "정말 성실한 선수다. 지난 시즌 팀의 리더 역할도 해줬다"며 신뢰를 나타냈다.

한편, 지난 시즌 한국에서 뛰었던 애슐리 로빈슨은 1라운드 6순위로 삼성생명, 사샤 굿렛은 2라운드 2순위로 우리은행 유니폼을 입게 됐다. 지난 2005년부터 2007년까지 WKBL 경험을 한 가드 앨레나 비어드도 신한은행의 선택을 받아 다시 한국땅을 밟게 됐다.

신한은행 임달식 감독, KB스타즈 서동철 감독 신경전 왜?

치열한 눈치작전을 통한 선수 선발 과정도 흥미진진했지만, 이날 드래프트 현장에서 가장 눈길을 끌었던 건 신한은행 임달식 감독과 KB스타즈 서동철 감독의 신경전이었다. 왜 두 감독이 드래프트 현장에서 목소리를 높였던 걸까.


지난해 순위, 그리고 현장 구슬 추첨에 따라 1라운드 1순위 KDB생명, 2순위 하나외환으로 결정됐다. 지난해 3, 4위를 각각 차지한 신한은행과 KB스타즈가 2그룹으로 분류돼 구슬을 뽑아 두 팀이 지명 순서를 결정하는 방법이었다. 1부터 10까지의 숫자가 적힌 구슬이 있고, 이 중 적은 숫자를 뽑는 팀이 행운을 얻는 방식이었다. 서 감독이 먼저 구슬을 뽑았다. 2가 나왔다. 3순위 지명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자 KB스타즈 관계자들은 환호했다.

임 감독이 구슬 추첨기를 돌렸다. 문제는 임 감독이 너무 세게 기계를 돌려 구슬이 강하게 튀었다. 임 감독의 잘못이라기 보다는 떨어지는 구슬을 막아줄 벽 자체가 높지 않게 만들어진 게 문제였다. 구슬이 바닥에 떨어지고 말았다. 임 감독은 "지난해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는데, 다시 추첨을 했다"고 했고 결국 다시 한 번 기계를 돌리게 됐다. 그런데 거짓말 같게도 숫자 1이 적힌 구슬이 나오고 말았다. 즉각, 서 감독이 "임 감독이 떨어졌던 구슬 숫자를 확인한 후 다시 추첨을 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항의를 했고, 임 감독은 "내가 일부러 한 것도 아니고 공이 떨어져 다시 추첨한 것"이라며 맞섰다. 사상 초유의 사태.

결국 WKBL 관계자들이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고 신선우 전무이사는 자신들의 과실이라며 사과를 한 후 두 팀 모두 다시 추첨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결국 다시 추첨한 결과는 KB스타즈 8, 신한은행 5.

임 감독은 3순위로 포워드 쉐키나 스트리클렌을 뽑았고, 서 감독은 가드 모니크 커리를 뽑았다. 임 감독은 "아마 KB스타즈가 3순위를 뽑았으면 스트리클렌을 뽑았을 것"이라고 했지만 서 감독은 "우리는 처음부터 커리였다. 아주 만족스러운 지명이었다"고 밝혔다.

NBA 슈퍼스타 케빈 듀란트 약혼녀가 온다

또 하나의 화젯거리가 있었다. NBA 오클라호마시티의 슈퍼스타인 포워드 케빈 듀란트의 약혼녀가 이번 드래프트를 통해 하나외환 선수가 됐다는 것이다. 주인공은 2라운드 5순위로 선발된 모니카 라이트. 듀란트와 동갑인 88년 생으로 WNBA 미네소타에서 3년 째 활약 중인 키 1m80의 가드다. WNBA에서 15일 현재 14경기에 출전해 평균 11.2득점 3.8리바운드 2.8어시스트를 기록중이다. 어린 시절부터 친구로 지내오던 두 사람은 최근 약혼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라이트를 선발한 조동기 감독은 "라이트의 외모와 남자친구를 보고 뽑은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조 감독은 "1라운드 1순위를 잡아 티나를 뽑았다면 2라운드에서 센터를 뽑을 생각이었지만, 샌포드를 뽑아 가드를 찾았고 라이트를 선택하게 됐다"며 "신예지만 WNBA 기록이 좋다. 뽑고 싶었던 선수를 뽑았다"며 만족스러워했다.

조 감독은 "구단 차원에서 듀란트를 초청해 여자친구를 응원하게 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1년에 수백억원을 버는 선수가 비행기표 끊어준다고 오겠느냐"며 웃고 말았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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