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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래 전격 트레이드? 비하인드 스토리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3-04-18 10:36


챔피언결정전 우승까지 단 1승만 남았다. 챔프전 3연승을 달리고 있는 울산 모비스와 반전을 노리는 서울 SK의 2012-2013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4차전이 17일 울산동천체육관에서 열렸다. 모비스 김시래가 SK 김민수의 수비를 피해 골밑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울산=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3.04.17/



프로농구 울산 모비스의 우승 멤버인 김시래(24)가 창원 LG로 전격 트레이드됐다.

모비스는 18일 "지난 1월 외국인 선수 맞교환의 후속 트레이드로 김시래를 LG로 보내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엄밀히 말하면 '전격' 트레이드는 아니다. 바로 전날 밤 모비스가 챔피언에 오른 이후 반나절도 되지 않아 김시래 트레이드 발표 사실이 공개됐다고 해서 '전격'이라는 느낌이 들 뿐이다.

사실은 지난 1월 28일 로드 벤슨(LG→모비스)과 커티스 위더스(모비스→LG)를 맞바꾸기로 하면서 이미 결정됐던 일이다.

당시 두 구단은 두 용병의 교환과 함께 '모비스의 향후 3년간 1라운드 신인 지명권 가운데 한 장을 LG에 양도한다'는 부속 합의조항을 발표했다.

이같은 트레이드 교환조건에 대해 의문을 품는 이가 많았다. 벤슨과 위더스의 기량-쓰임새를 볼 때 LG가 밑지는 장사였기 때문이다.

당시는 신인 드래프트 규정이 바뀌기 전이었기 때문에 상위권에 오를 가능성이 높은 모비스의 1순위 지명권을 얻어온다고 해서 신인 대어를 잡을 수 있다는 보장이 희박했다.

신인 드래프트 규정은 이후 6강 고의탈락 의혹이 불거지면서 2013년 드래프트까지 기존 추첨률(6강 진출팀이 탈락팀보다 1순위 추첨 확률을 적게 주는 방식)을 고수하는 대신 내년부터 10개팀 균등한 추첨률을 배당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일부 다른 팀 감독들은 "미쳤나. 이런 트레이드를 하게. 분명히 다른 뭔가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여기서 언급 '뭔가'가 김시래 트레이드였던 것이다.

진작부터 모비스와 LG는 2대1 트레이드를 합의했다. 이를 어떤 방식으로 발표할까를 두고 고민도 했다. 부속 조항에 '1라운드 신인 지명권'만 넣을 게 아니라 'LG가 원하는 선수 1명 트레이드'를 함께 넣자는 방안도 거론됐다.

하지만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던 LG 입장에서 원하는 선수는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뽑힌 김시래가 곧장 거명될 가능성이 높았다. 그래서 '1라운드 신인 지명권'내용만 공개했다.

'1라운드 신인 지명권'은 일종의 연막작전이었던 것이다. 트레이드 당시에도 주변 농구인과 취재진들 사이에서 김시래의 이름이 오르내렸지만 해당 구단은 극구 부인했다.

그렇다면 모비스와 LG가 대대적으로 짜고 거짓말을 한 것일까. 꼭 그런 시각으로 볼 필요는 없다. 프로 세계의 생리상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모비스와 LG는 김시래 트레이드를 진작에 결정했지만 시즌이 완전히 종료된 이후 발표하기로 물밑 합의를 봤다. 선수의 사기를 위해서다.

이번 시즌이 끝나면 다른 팀으로 트레이드될 운명을 미리 알고나서도 전혀 흔들림없이 평상심을 유지하며 경기에 임할 선수가 어디 있겠는가. 더구나 김시래는 아직 어린 신인이다.

올시즌 챔피언을 노리고 트레이드를 단행했던 모비스 입장에서도 양동근의 백업자원으로 때로는 양동근과 함께 투가드 시스템을 형성하는 김시래의 사기가 떨어진다면 우승 전선에 차질을 빚게 된다는 사실을 염려할 수밖에 없다.

아니나 다를까. 트레이드 당시만 해도 미완의 신인 유망주였던 김시래는 정규리그 후반부로 접어들면서 서서히 물이 오르더니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에서 숨은 공신을 역할을 제대로 했다.

결국 이번에 김시래 트레이드가 공개되면서 벤스과 위더스의 트레이드에 얽힌 의혹이 완전히 풀렸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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