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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도훈 감독이 선수들을 강하게 질책한 이유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3-04-04 19:31


인천 전자랜드와 서울 삼성의 2012-2013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2차전이 25일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렸다.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이 4쿼터 문태종이 3점슛을 성공하자 박수를 치고 있다.
인천=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3.03.25/



"도전자라는 사실을 잊으면 안돼."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은 지난 2일 모비스와의 4강 플레이오프 1차전이 패배로 끝난 뒤 선수들을 강하게 질책했다.

유 감독은 선수들의 나약한 정신력을 질타하면서 "제공권 싸움에서 상대와 벌어지는 몸싸움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런데 우리 선수들은 이를 무조건 파울이라고 여기는 나약한 마음을 오늘 경기에서 보여줬다"고 말했다.

유 감독의 이같은 공개 질책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동안 유 감독은 "나는 사람 복이 많은 사람이다. 우리 선수들이 굳이 잔소리를 하지 않아도 열심히 잘해주고 있어 고마울 따름"이라는 말을 자주했다.

한국농구연맹(KBL)의 지원금을 받아 시즌을 꾸려가고 있는 구단 사정도 감안할 때 선수들에게 굳이 싫은 소리를 하기가 꺼려졌던 측면도 있다.

그랬던 그가 지난 1차전이 끝난 뒤 작정한 듯 채찍을 꺼내든 것이다. 유 감독은 4일 모비스와의 2차전을 앞두고 선수들에게 쓴소리를 하게 된 사정을 설명했다.

단순히 1차전 한 경기를 졌다고 그런 게 아니었다. 3차전으로 끝날지, 5차전까지 갈지 모르는 4강전에서 선수들이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정신무장을 다시 각인시키고 싶어서였다.

유 감독은 1차전 경기를 인생사 굴곡에 비유했다. "사람의 인생도 내내 잘 풀리는 듯하다가 갑자기 어려움을 겪을 때가 있다. 그럴 때 술이나 퍼마시고 비관에 빠져있다면 어려움을 겪은 이후 삶까지


망치게 된다."

이어 그는 "농구도 마찬가지다. 흐름이 좋다가 나빠지는 경우가 허다한데 잘풀리지 않는다고 스스로 자신감을 잃으면 어떡하나. 우리 선수들의 표정에서 그런 게 읽혔다"고 말했다.

더불어 유 감독은 "선수들에게 우리가 도전자라는 생각을 다시 일깨우고 싶다"고 말했다. 6강 PO까지만 해도 전자랜드는 정규리그 상위팀(3위)이었기 때문에 상대팀 삼성(6위)에 비하면 방어자의 입장이었다. 하지만 정규리그 2위 모비스와의 4강 PO에서는 '도전자'의 입장으로 바뀌었다.

'방어자' 입장에서 6강 PO를 손쉽게 통과했던 것은 빨리 잊어버리고 '도전자'가 됐으면 정신력으로나 투지면에서 더욱 똘똘 뭉쳐야 도전에 성공할 수 있다는 게 유 감독의 설명이다.

유 감독은 "1점 차로 지든, 20점 차로 지든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근성을 보이는 게 도전자의 자세"라고 말했다.
울산=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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