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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바위와 김상규, 비주류 대학 출신의 반란

박아람 기자

기사입력 2013-03-28 14:12



오늘날 한국 대학농구에서 소위 '명문대'라 불리는 대학은 크게 경희대, 고려대, 연세대, 중앙대 등 4곳뿐이다. 이 4개 대학에 들어가지 못한 나머지 선수들은 '비주류 대학 출신'이라는 썩 유쾌하지 않은 꼬리표를 달고 살아야만 한다.

지난 2월 초 모 인터넷 방송에서는 역대 최악의 드래프트 중 하나라 불리는 2005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로터리픽에도 들지 못했던 명문대 출신의 A선수가 2012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프로에 입단한 비주류 대학 출신의 B선수와 그 선수가 나온 대학에 대해 비하하는 발언을 하며 큰 물의를 일으킨바 있다.

당시 A선수는 B선수에 대해 "실력이 떨어지니까 명문대가 아닌 비주류 대학에 입학한 것 아닌가? 드래프트 수준이 낮아서 비주류 대학 출신 선수가 1순위로 뽑힐 수 있었던 것이다"라고 말하며 비주류 대학들과 그 대학을 나온 선수들을 무시하는 말을 남겼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영문도 모른 채 그저 비주류 출신이라는 사실만으로 비하 발언을 들었던 B선수가 시즌 막판 그 어떤 신인 선수보다 뛰어난 기량을 선보이며 자신의 능력을 입증했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이번 시즌 강력한 0순위 신인왕 후보로 평가 받고 있는 서울 SK의 최부경 역시 비주류 중에서도 비주류인 건국대 출신이라는 점은 비하 발언을 한 A선수를 머쓱하게 만든다.

그리고 서울 삼성과 인천 전자랜드의 6강 플레이오프 3차전이 열린 27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도 전자랜드에서 활약중인 2명의 비주류대학 출신 루키 선수들이 많은 주목을 받았다. 그 주인공은 한양대를 졸업하고 지난 2012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7순위로 입단한 차바위와 단국대를 졸업하고 2012-2013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9순위로 입단한 김상규다.

김상규는 27일 3차전에서 24분 동안 3점슛 3개 포함 13득점을, 차바위는 23분 동안 역시 3점슛 3개 포함 12득점을 기록하며 뛰어난 기량을 선보였다. 앞선 1차전과 2차전에서도 기대 이상의 활약으로 전자랜드에 큰 힘을 보탠 두 선수는 3차전에서도 신인답지 않은 기량을 과시하며 전자랜드의 4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자신들의 손으로 이끌었다.

플레이오프라는 큰 무대에서 전혀 주눅 들지 않고 기존의 선배들에 뒤지지 않는, 오히려 그들보다 앞서는 모습을 보인 루키 차바위와 김상규. 두 선수는 분명 명문대 출신이 아니다. 하지만 대학 시절 그들은 각자의 대학에서 에이스로 활약하며 해결사 역할을 도맡았고 당시에 쌓은 기본기와 경험, 노력 등은 프로 무대 적응에 큰 힘이 되고 있다. 물론 그들을 프로에 성공적으로 적응시키기 위해 피나는 연습과 포지션 변경 등을 지시한 유도훈 감독의 노고도 무시할 수 없지만 말이다.

농구팬이라면 누구 알고 있듯이 이번 시즌에는 2차례의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많은 선수들이 프로에 등장했다. 그리고 그 중 절반가량이 명문대 출신 선수들이었다. 하지만 박경상(연세대)이나 최현민(중앙대)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명문대 출신 선수들은 기대 '이상'이 아닌 '이하'의 모습을 보였다. 심지어 2012-2013 신인 드래프트에서 1순위로 입단한 장재석은 '기본기'가 전혀 잡혀있지 않은 모습을 보이며 기대감보다는 실망감을 안기고 프로에서의 첫 시즌을 마무리했다.


비주류 대학 출신 선수들 대부분은 명문대 출신 선수들에 비해 분명 고등학교 때까지 큰 임팩트를 보이지 못했다. 그리고 그런 그들에게는 명문대 선수들에 비해 보잘 것 없는, 지극히 적은 관심만이 따라왔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고등학교 때까지의 활약이나 대학교 때까지의 활약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프로 무대'에서의 활약이다.

명문대에 들어가서 벤치만 지키거나 기본기와 경험을 익히지 못한 채 프로에 입단한 선수보다는 비주류 대학에 가서 주전으로, 해결사로 꾸준히 뛰며 경험과 기량을 연마한 선수가 프로 무대에서 훨씬 더 가치 있고 뛰어난 선수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이번 시즌의 비주류 대학 출신 루키 선수들이 증명해 보이고 있다. 명문대를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식스맨으로 벤치를 달구고 있는 선수가 성공한 것일까, 비주류 대학을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한 팀의 주전으로 활약하고 있는 선수가 성공한 것일까?<홍진표 객원기자, SportsSoul의 소울로그(http://blog.naver.com/ywam31)>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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