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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L 심판위원장이 당장 해야할 일

임기태 기자

기사입력 2013-01-22 14:21


윤호영 심판이 결정적인 오심을 범한 13일 인천 전자랜드와 KT의 경기. 하지만 윤 심판의 중징계만으로 사태가 해결될 수 없다. KBL의 판정논란에 대한 인식은 저급하다.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KBL 재정위원회가 큰 결정을 내렸다. KBL 재정위원회는 지난 1월 13일 인천 전자랜드와 부산 KT의 4라운드 맞대결에서 오심 판정을 한 윤호영 심판에게 배정정지 5일과 제재금 100만원이라는 나름대로의 중징계를 내렸다.

근 한 달 동안 '증거 부족'을 이유로 심판과 관련된 문제들을 모두 덮어왔던 재정위원회지만 이번만큼은 도저히 피해갈 수 없었다. 워낙 증거가 명백했기 때문이다. 물론 올스타 브레이크를 앞둔 현 시점에서 배정정지 5일이라는 징계는 형식적으로 밖에 보이지 않지만.

심판도 사람이기 때문에 오심 판정이 나오는 것은 당연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승부처에 나온 결정적인 오심으로 인해 한때 2위 자리를 노리던 인천 전자랜드는 그 경기를 시작으로 3연패에 빠졌다. 그리고 어느덧 4위 KGC에 2.5경기차로 추격을 당하는 처지가 됐다. 그렇기 때문에 한 팀의 운명을 바꿔버린, 오심을 내린 심판에게 징계가 내려지는 것 또한 당연하다.

어찌 됐든 이번 오심 사건은 윤호영 심판의 오심을 확인하고 징계를 내리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그런데 한 가지가 마음에 걸린다. 윤호영 심판에게 징계가 내려진 이후 강현숙 심판위원장이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남긴 말이 그것이다.

지난 12월 말부터 심판 관련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심판들을 강력히 대변했던 강현숙 심판위원장은 이번 윤호영 심판의 징계에 대해서만큼은 깔끔히 인정한다고 말했다. 심판들의 최고 수장인 사람이 심판의 잘못된 판정을 인정한 것이다. 여기까지는 분명 좋았다.

그 이후의 말이 문제였다. 강현숙 심판위원장은 이번 오심은 인정하지만 시즌 도중 제도에 변화가 생기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 당장 문제가 발생하긴 했지만 앞으로 남은 시즌 동안 심판들에게 주의를 시켜서 최대한 오심 없이 경기를 치르도록 이끌겠다는 것이 심판위원장의 생각이었다.

2012-2013시즌은 총 6라운드 중 아직 4라운드가 채 끝나지 않은 상태다. 플레이오프 무대까지 감안하면 이제 전체 시즌의 절반 정도가 지났다고 볼 수 있다. 아직 갈 길이 먼 것이다. 하지만 심판위원장은 남은 절반의 시즌은 어떻게든 넘기고 다음 시즌에 최대한 개선해보겠다는 생각만을 하고 있다.

이쯤에서 재미있는 가정을 해보자. A팀과 B팀이 3승 3패로 챔피언결정전 7차전에서 맞붙었다. A팀은 경기 종료 2분 15초를 남기고 2점을 앞선 상황에서 공격을 진행했다. 그런데 A팀의 가드가 드리블 돌파 과정에서 사이드라인을 밟았다는 판정을 받고 공의 소유권을 B팀에게 넘겨줬다. A팀의 코칭스태프는 강력하게 항의했지만 비디오 판독을 해볼 수 없었고 심판의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이후 분위기를 잡은 B팀은 역전에 성공하며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달성했다. 그리고 경기 종료 이후에 A팀의 가드가 사이드라인을 밟지 않았음이 뒤늦게 밝혀졌다. 하지만 승패는 바뀌지 않았고 해당 심판만 몇 경기 배정정지와 벌금을 물은 채 시즌 일정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마무리 된다.

이러한 가정은 지금의 KBL 규정 상에서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현재의 KBL 규정상으로는 비디오 판독을 매 쿼터 종료시점에 득점 상황이 발생했을 때나 4쿼터 종료 및 매 연장전 종료 2분 전부터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4쿼터 종료 2분 1초를 남긴 상황에서 명백한 오심이 발생하더라도 비디오 판독은 절대 시도조차 할 수 없는 것이 현재의 KBL이다.

전자랜드와 같은 사례가 언제든지 다시 생길 수 있음에도, 심판과 관련된 불미스러운 일들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심판위원장은 이번 시즌이 아닌 다음 시즌에 개선할 생각만을 가지고 있다. 오늘 해야 할 일을 내일로 미루려는 것이다.

심판들의 질적인 수준이 당장 하루아침에 향상되기는 힘들다. 그렇다면 지금 시행하고 있는 비디오 판독의 범위를 조금 더 넓혀서 유연하게 활용할 필요가 있다. 심판의 거듭되는 오심과 판정 논란으로 인해 농구팬들은 KBL에서 등을 돌리고 있다. 비디오 판독을 도입한 취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할 KBL 심판위원장이다. <홍진표 객원기자, SportsSoul의 소울로그(http://blog.naver.com/ywam31)>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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