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승진의 컨디션에 KCC가 울고 웃는다.
이날 패배에 대해 허 재 감독은 '정신력'을 첫 번째로 손꼽았다. 허 감독은 "개막전에서 너무 크게 이겨 방심한 것 같다. 그런 우려가 있어서 경기 전에도 '만만히 볼 팀이 아니다. SK는 1라운드 때와 다르다'고 말했는데, 선수들이 너무 상대를 만만하게 대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이날 KCC 선수들은 누구랄 것 없이 SK의 빠른 수비와 움직임을 따라가지 못했다. 지난 19일 원주에서 동부를 누른 뒤 사흘을 쉬고 4일째 경기여서 체력적인 문제는 별로 없었지만, '뛰고자 하는 의지'는 보이지 않았다. 용병 디숀 심스만이 38점을 기록하며 맹활약했을 뿐이다.
그런데 이러한 '멘탈'의 요소 외에 큰 패인으로 지적할 수 있는 부분이 바로 '하승진의 부진'이다. 이날 하승진은 총 29분34초를 뛰면서 6리바운드 8득점에 그쳤다. 턴오버도 2개나 했다. 하승진의 부진이 곧바로 팀의 패배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KCC 관계자는 "발가락 부상의 여파로 오전훈련밖에 소화하지 못한 것이 이유인 것 같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최근 KCC가 지는 패턴을 보면 '하승진의 부진'이 빠지지 않는다. 1라운드 때 습관성 어깨 탈구로 정상 컨디션을 보이지 못했던 하승진은 2라운드 들어 의욕을 되살리고 있었다. "탈구 증세는 습관성이라 어쩔 수 없지만, 이제부터는 내가 많이 나서야 한다"며 경기 강행의 의지를 보였던 하승진이다.
그러나 연이은 감기몸살 증세와 발가락 부상이 이런 의욕을 꺾고 있다. 지난 15일 KGC에 70대77로 질 때도 하승진은 31분23초를 뛰면서 11리바운드9득점을 기록했는데, 이때는 감기 몸살이 원인이었다. 몸을 추스르자 마자 치른 19일 동부전에서는 31분5초를 뛰며 10득점 12리바운드로 살아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 경기 도중 팀 동료 전태풍에게 발가락이 밟히면서 또 컨디션이 저하됐다. 결국 SK전 때는 최근 들어 가장 적은 시간을 뛰면서 2라운드 개인 최소득점, 최소 리바운드에 그친 것.
이미 알려진대로 하승진은 KCC 전력의 핵심이다. 하승진이라는 '타워'가 빠진 KCC는 공수에서 전력의 큰 손실을 피해갈 수 없다. 그러나 하승진이 앞으로 또 컨디션 난조나 부상을 겪지 말란 법이 없다. 때문에 하승진이 부진한 상황에서도 필승의 패턴이 필요하다. SK전 때는 하승진 뿐만 아니라 주전 대부분이 부진했다. 심스 외에 두 자릿수 득점도 없었다. 허 재 감독이 지적한 대로 '정신력의 재무장'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