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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한선교 KBL총재 "제것부터 버리겠습니다"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1-09-01 14:21


1일 오전 서울 논현동 KBL 센터에서 제7대 KBL 총재 취임식이 열렸다. 꽃다발을 받아 든 한선교 신임 총재가 활짝 웃고 있다.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1.09.01/

아나운서 출신답게 말솜씨는 청산유수 같았다.

한선교 신임 KBL(한국농구연맹) 총재(52)가 1일 서울 KBL센터 교육장에서 취임식을 갖고 본격적인 새출발을 선포했다.

이날 한 총재는 과거 방송 진행자로 돌아간 듯 취임사를 능수능란하게 풀어나갔다. A4 용지 5장에 달하는 분량이었지만 생방송을 진행하는 것처럼 '대본'을 거의 외운 듯했다.

말솜씨만 청산유수가 아니었다. 한 총재가 취임 일성으로 피력한 개혁의지는 물 흐르듯 매끄러웠다.

한 총재는 색다른 3가지를 천명했다. 먼저 자신의 것을 버리는 것으로 낮은 곳으로 임하는 총재가 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한 총재는 이날 취임식을 종전처럼 호텔 연회장이 아닌 KBL센터 교육장으로 정했다. 10평 남짓의 강의실같은 곳이다. 한 총재는 "취임식에 들어가는 비용을 청소년 복지시설인 소년의 집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한 총재는 KBL 수장으로서 받을 수 있는 급여를 내놓겠다고 했다. 1억을 훨씬 웃도는 총재 연봉을 유망주 발굴, 농구 저변확대를 위한 프로농구 발전 기금으로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종전 프로스포츠 수장의 관행에서 보기 드문 발상의 전환이었다. 한 총재는 또 한가지를 버렸다. 자신의 총재 임기 3년중 2개월을 단축하겠다고 했다. 현행 KBL 규약상 총재의 임기는 2011년 9월 1일부터 2014년 8월 31일까지다. 하지만 KBL의 사업연도는 6월 결산체제(매년 7월1일∼다음해 6월30일)여서 총재의 임기와 엇박자가 나는 맹점이 있었다.


이에 대해 한 총재는 "향후 새로운 총재가 취임할 경우 원활한 행정추진을 위해 나부터 먼저 임기를 줄여 사업연도에 맞추겠다"고 했다.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 새로운 총재상을 제시하는 대목이었다.

이처럼 자신을 먼저 개혁한 한 총재는 10개 구단 단장 등이 지켜보는 가운데 농구 전용 체육관 확보 컵대회 신설 용병제도 개선 KBL 수익 극대화 국제 경쟁력 확보 등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동안 청사진만 난무했던 농구 전용 체육관에 대해서는 부지 확보의 어려움으로 계속 미룰 게 아니라 활용이 안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의 체육관을 물색해 임대한 뒤 농구 전용시설로 리모델링해 경비와 추진 기간을 단축하겠다는 대안을 대놨다.

이어 내년 시즌부터는 대학과 프로팀이 모두 참가하는 컵대회를 신설해 추억의 농구대잔치 열기를 되살리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한 총재는 "남북관계가 한층 개선된다면 북한팀도 초청하는 명실상부한 농구잔치로 키우고 싶다"고 설명했다.

특히 눈에 띄는 공약은 스폰서 유치방식의 전면 개편이다. 프로농구는 그동안 이전 시즌 우승팀의 모기업이 차기 시즌 타이틀 스폰서를 맡도록 해왔다. 하지만 한 총재는 "프로구단 모기업에만 의존하는 관행에서 벗어나 향후 3년 안에 프로농구 외부기업을 스폰서로 유치하기 위해 직접 발로 뛰겠다"고 의욕있게 밝혔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을 위해 국가대표팀 지원도 아끼지 않겠다는 한 총재. 임기 마지막 해에 총재로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싶다는 의지가 넘치는 취임식장이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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