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산 8홈런, 깡마른 '똑딱이' 타자를 4번에...이강철 감독 장난 아니다, 왜?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25-03-18 17:07


통산 8홈런, 깡마른 '똑딱이' 타자를 4번에...이강철 감독 장난 아니…
9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KBO리그 KT 위즈와 LG 트윈스의 시범경기. 6회말 1사 1,2루 KT 김민혁이 적시타를 날리고 있다. 수원=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03.09/

[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4번 김민혁 진짜야?

KT 위즈 김민혁은 KBO리그를 대표하는 '똑딱이' 타자다. 야구를 못 한다는 게 아니라, 워낙 마르다 보니 컨택트 위주의 타격으로 자신의 진가를 발휘하는 선수다.

프로 8시즌을 뛰며 정규시즌 통산 타율이 2할9푼2리다. 지난해 부상 등으로 인해 393타석을 소화에 그쳤지만, 타율은 무려 3할5푼3리였다. 반면 홈런은 8시즌 통틀어 10개. 2020 시즌 주전 도약 전 친 5개가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이다.

그런데 김민혁이 시범경기를 보면 계속 4번타자다. 보통 야구에서 4번은 팀에서 방망이를 가장 잘 치는 타자가 들어간다. 강타자의 상징이다. 또 타율도 타율이지만, 장타력이 있는 선수가 들어간다. 앞에 나간 주자들을, 시원한 타격으로 불러들일 수 있는 선수가 4번에 들어가는 게 일반적이다. '강한 2번', '강한 9번' 새로운 트렌드가 나와도 4번 자리만큼은 건드리는 지도자가 많지 않았다. 한국 뿐 아니라 미국 메이저리그를 봐도 그렇다.


통산 8홈런, 깡마른 '똑딱이' 타자를 4번에...이강철 감독 장난 아니…
26일 일본 오키나와 고친다구장에서 열린 KT와 한화의 연습경기, 5회초 KT 김민혁이 선취 1타점 2루타를 치고 있다. 오키나와(일본)=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5.02.26/
처음 시작은 지난 9일 LG 트윈스와의 시범경기 2차전이었다. 당시 이 감독은 선발 라인업을 짰는데, 1번에 배치한 강백호가 가벼운 통증을 호소해 급하게 라인업에서 뺐다. 기존 라인업에 들어갔던 선수들을 한 계단씩 당겼다. 그렇게 5번이던 김민혁이 4번이 됐다.

그런데 김민혁 4번 카드가 다시 등장했다. 11일 키움 히어로즈전이었다. 이 때는 강백호도 정상 출전했다. 14일 NC 다이노스전도 김민혁이 4번이었고 취소, 노게임이 된 지난 주말 롯데 자이언츠전도 모두 김민혁이 4번이었다. 마지막 시범경기인 17일 두산 베어스전도 마찬가지였다.

시범경기라 대충 실험하는 것도, 장난하는 것도 아닌 것이다. 한화 이글스와의 개막전 4번타자가 김민혁이 될 확률이 매우 높아지고 있다.

이유가 있었다. 이 감독은 올해 1번 강백호, 2번 로하스라는 '파격 라인업'을 꺼내들 예정이다. 초장부터 강하게 승부를 보겠다는 것이다. 3번에는 컨택트 능력, 해결 능력, 작전 수행 능력까지 다 갖춘 허경민을 둔다. 강백호, 로하스가 출루하면 다양한 상황에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통산 8홈런, 깡마른 '똑딱이' 타자를 4번에...이강철 감독 장난 아니…
17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KBO리그 KT 위즈와 두산 베어스의 시범경기. 승리한 KT 이강철 감독이 기뻐하고 있다. 수원=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03.17/

이렇게 되면 4번 자리에는 장성우나 문상철 등 펀치력 있는 선수들을 둘 수 있다. 하지만 이 감독은 머리를 한 번 더 썼다. 이 감독은 "민혁이의 컨택트 능력은 누구나 다 안다. 꼭 4번이 장타 쳐서 타점을 기록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투수력이 괜찮기에 4~5점 내면 이길 수 있다고 보고, 앞에 센 선수들이 나가면 김민혁이 정확한 타격으로 타점을 쌓는 게 나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하나 이유가 있다. 이 감독은 "장성우가 4번에서 출루한다고 치자. 그 다음 김민혁이 단타를 치면 장성우가 소위 말하는 '똥차'가 된다. 그럴 바에는 민혁이가 나갔을 때, 장성우가 뒤에서 크게 치는 게 그림이 훨씬 나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4번 김민혁, 장난이 아니다. 이 감독의 진지한 구상이다. 과연, KT의 '신개념' 야구가 개막 후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까.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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