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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김하성도 처음엔 답이 안보였다. 김혜성에게도 일생일대 기회가 올 수 있다.
걱정도 있다. 다저스가 너무 강한 팀이니, 김혜성이 뛸 자리가 있느냐는 시선이다. 이미 내야는 주전, 백업 체제가 공고하다. 우승 전력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미국 현지에서는 김혜성의 수비, 주루는 인정하나 타격 파워에 의문 부호를 붙이고 있다. 계약 규모가 크지 않은만큼, 마이너 거부권도 없고 스프링캠프에서 경쟁력을 보여주지 못하면 빅리그 무대를 밟지 못할 수도 있는 현실이다. 다저스 브랜든 고메스 단장도 김혜성 영입과 동시에 '유틸리티'라는 역할로 일단 못을 박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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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성도 처음부터 이렇게 주전급으로 발돋움한 게 아니었다. 2021년 데뷔 시즌은 먹구름만 가득했다. 주전은 커녕, 빅리그 엔트리 진입 자체도 힘들어 보였다. 특히 내야에는 3루 마차도, 유격수 타티스 주니어, 2루수 크로넨워스 특급 스타들이 포진돼 김하성이 뛸 자리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마차도와 타티스 주니어는 메이저리그를 넘어, 전 세계 야구팬들이 사랑하는 스타 중 스타들이다.
대신 김하성은 1루를 제외한 내야 전포지션을 커버하는 능력과 기동력으로 자신을 어필했고, 첫 시즌 내야 어디를 투입해도 수비는 믿고 맡길 수 있는 선수라는 신뢰를 심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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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는 언제, 어떻게 찾아올지 모른다. 2022 시즌 타티스 주니어가 이탈할 거라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그 틈을 김하성이 파고들었다. 주전 유격수로 뛰며 골드글러브급 수비 실력을 선보였고, 출전이 보장되며 마음이 편해지자 타격도 나아지며 '공수겸장'이 됐다.
2023 시즌은 구단이 'FA 특급 유격수' 잰더 보가츠를 영입했지만, 김하성은 실망하지 않고 2루라는 새 포지션에 완벽 적응하며 꿈의 골드글러브 유틸리티 부문 수상자가 됐다. 김하성의 수비력을 아까워한 샌디에이고는 지난 시즌을 앞두고 보가츠와 김하성의 포지션을 맞바꾸는 엄청난 결단을 내렸다. 미국 전역에 충격을 안겨준 선택이었다. 보가츠는 스프링캠프 첫날 눈물을 글썽이며 구단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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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성에게 중요한 건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기회를 대비해, 자신의 강점을 어필할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악으로, 깡으로 스프링캠프를 치러 마이너로 떨어지는 일 없이 어떻게든 개막 엔트리에 들어가는 게 관건으로 보인다. 당장 주전을 차지하겠다는 마음에 욕심을 내는 것보다, 잘할 수 있는 것들 위주로 실력을 펼쳐보여야 한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